스펙쌓기 필수코스 농촌·탄광가기
요즘 북한 청년들이 농촌이나 탄광 그리고 건설 현장처럼 힘든 곳에서 일하는 걸 자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또 집단으로 특정한 곳에 배치되기도 한다는데요.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알아보겠습니다. 함께 하실 두 분 모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최근 북한 방송은 청년들이 힘든 현장으로 가서 일하겠다 이렇게 자원하고 있다는 소식으로 떠들썩한데요. 먼저 화면 보고 얘기해보겠습니다.
"개성시 안의 여러 단위 청년들도 협동농장에 탄원했습니다."
"평성시와 평원군 비롯해 도 안의 많은 청년들이 농촌으로 탄원했습니다."
"평안남도 청년들이 순천지구탄광연합기업소로 진출했습니다."
북한 전역에서 청년들이 농촌, 탄광, 건설 현장 등으로 가겠다고 탄원했다는데요. 이 탄원의 의미가 우리 하고 좀 다른가요?
네 조금 다릅니다. 남들이 가기 싫어하고 힘들고 환경이 나쁘고 하니까 꺼려하는 쪽에 가서 내가 좀 앞장서겠다. 이렇게 청원한다는 뜻이 조금 더 많은 거 같습니다.
탄원한 청년들에게 꽃목걸이를 걸어주면서 배웅하는 장면도 보이는데요. 지금 이 여성은 탄광에 가겠다고 자원했답니다.
"힘든 일 한 번 못 해 보고 자란 제가 꽤 이겨낼 수 있을까하고 걱정도 했습니다. 더 높은 석탄 생산을 쌓아가는데 적은 힘이나마 다 바치겠습니다."
탄광이라는 게 말 자체만 듣고는 되게 위험하고, 무섭고, 어려운 이미지여서 아마 속으로는 가기도 싫고 그럴 거예요.
근데 굉장히 앳돼 보이거든요. 근데 학생들인 건가요? 주로 어떤 사람들이 가나요?
고급중학교(고등학교) 졸업하면 열일곱 살이거든요. 그러니까 열일곱 살에 성인이 돼서 사회에 나오면 보통 청년이라고 하는데, 금방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회 초년생들이 많이 자원을 하죠.
농촌, 탄광, 건설장 생각만 해도 고생이 많을 거 같은데요. 북한 청년들은 왜 가는 걸까요?
올해 1월에 8차 당대회가 있었잖아요.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5년 동안의 경제 계획이 실패했다는 걸 인정했거든요. 그러면서 새로운 5개년 계획을 세우고 자력갱생과 자급자족에 박차를 가하자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국가가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그런 사업들 지금 가장 문제가 되는 게 식량난이라든가 전기 사정 같은 것들이 안 좋기 때문에 노동이 아주 집약적으로 투입돼야 되는 이런 험지에 무리로 집단적으로 학생이나 졸업한 학생이나 제대 군인들을 배치해서 탄원에 외피를 쓰고는 있지만 사실상 강제적으로 보내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북한 당국의 그런 목적은 좀 알 것도 같은데요. 청년들은 왜 자원을 하는 걸까요? 의무적으로 다 자원해야 되는 건 아니잖아요.
농촌에 가든 탄광에 가든 살 수 있는 집은 주고 그다음에 가전제품 이런 것들을 줍니다. 그러니까 내가 여기서 힘들게 사는 것보다 거기 가서 육체적으로 좀 힘들어도 나와 우리 가정이 그래도 조금 여유가 생길 수 있는 조건도 있고 보통은 탄원하면 정치적인 우대 이런 것도 있어서. 잘 하면 당원도 되고 앞으로 또 출세도 할 수 있는 그런 발판으로도 되거든요.
무리 배치를 한다 들었는데요. 이게 무리로 배치를 한다는 건지 무리하게 배치를 한다는 건지 어떤 뜻인가요?
공식적인 용어는 집단 배치거든요. 무리 배치한다는 말은 일반 주민들이 지어낸 말입니다. 그래서 그냥 무리 지어서 가고, 가기 싫은데 무리하게 또 가라고해서 무리 배치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집단으로 현장에 배치한단 뜻입니다.
구체적으로 이게 어디로 어떻게 보낸다는 겁니까?
고등학교를 보통 졸업하면 4~5명 정도가 대학에 가고 그다음에 나머지는 군대에 가거든요. 군대 가는 애들 내놓고 무리 배치를 하는 거예요. 농촌이 중요하다고 당국에서 이야기하면 농촌에 보내고 탄광이 중요하다 하면 탄광에 보내고 시기별로 무리 배치가 진행되는데 한 반이 통째로 가기도 하고 한 학교가 통째로 가고 어떤 때는 지역에서 그 지역에서 졸업하는 애들이 다 같이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정도 소규모 그룹들로 가는 줄 알았더니 한 반을 통째로 한 학교를 통째로 지역을 통째로 이렇게 보낸다는 거예요?
네 지역 졸업생들을 통째로 보내죠.
특히 그때 당국에서 엄청 크게 추진하는 사업 예를 들면 감자농사를 엄청 크게 한다거나 큰 사업이 있을 때 사실 보통은 굉장히 험지고 일하기 힘든 것들에 대해서 큰 사업을 벌이거든요. 그럼 아무도 가고 싶지 않잖아요. 그렇다 보니까 그냥 그 지역에 있는 모든 학생 졸업생들이라든가 제대 군인들 일괄적으로 그 사람의 어떤 적성이나 의향이나 이런 거랑 무관하게 일괄적으로 집단적으로 그냥 배치하는 일들이 굉장히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고 합니다.
너무 사실 와 닿지가 않고 너무 좀 무리한 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드는 데요. 혹시 조충희 씨도 이 무리 배치 받아보신 적 있으세요?
네 저도 이제 고등 중학교 졸업하고 속도전 돌격대에 무리 배치 받았죠.
근데 누구는 탄광 가고 누구는 돌격대 가고, 이건 어떻게 정합니까?
저희 때는 거기서 선택의 폭이 적긴 했지만 농촌 탄광 군수공장 돌격대 이렇게 나왔거든요. 근데 저는 건설 쪽이 그래도 좀 괜찮겠다고 해서 돌격대를 나갔는데.
제 느낌에는 탄광이 제일 힘들 거 같고 건설 그래서 저 같으면 농촌 택할 거 같은데 이걸 택하신 거예요? 어떻게 된 거예요?
사회주의 국가라고 하고 교육을 받긴 하지만 농촌을 제일 싫어해요.
왜 싫어합니까?
농촌에 가서 일하는 거 자체가 힘들지만 한 번 가면 평생 있어야 되거든요.
진짜요?
정말 죽지 않으면 나오기 힘들 정도로 종신이라고 하는데, 근데 그때 속도전 돌격대는 3년만 가면 입당도 시키고 대학에 보낸다. 그래서 돌격대가서 한 3년은 내가 견뎌낼 수 있겠다 하고서 이제 갔죠.
근데 3년도 긴 시간인 거 같은데요. 그다음엔 대학 가셨어요?
네 약속은 3년인데 거짓말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9년 있었습니다. 3년의 세 배죠. 9년 동안 돌격대에 있다가 당원도 되고 대학 추천 받아서.
조충희 씨는 진짜 잘 된 케이스 중에 잘 된 케이스 운 좋은 케이스인 거 같은데 좀 그렇게 될 때는 특별한 노력을 하신 데가 있나요? 어때요?
네 저는 좀 운도 좋았고 노력도 엄청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어차피 가난해서 나왔는데 잘 돼야지 하는 생각으로 명절에도 남들 다 쉴 때도 나가서 일하고 막 그러고 한 삽 두 삽 뜰 때는 두 삽 세 삽 이렇게 뜨고 남이 걸어갈 땐 뛰어다니고 이러면서 그 정도의 노력이 되지 않으면 이제 힘들죠. 사실은.
한편 생각하면 나라가 일자리를 다 마련해준다는 측면으로 생각할 수도 있긴 하겠는데 그런 거랑 개념이 전혀 다른 거잖아요.
그렇죠. 북한은 노동을 하지 않을 권리가 없습니다. 일하지 않을 권리가 없어서 무조건 일을 해야 되고요. 만약에 국가가 배치해둔 직장에 제대로 나가지 않는다. 일하지 않는다고 할 때는 무직 건달죄라고 보통 말하는데 그 죄목으로 처벌을 받습니다.
무직건달죄 이름 정말 장난 아니게 지었네요.
보통 6개월 이상 일을 나가지 않으면 노동 단련대 가고요. 그다음에 1년 이상 되면 재판 받고 교화소 가야 됩니다. 네 그렇습니다.
이런 북한 청년들의 모습을 담은 영화가 있거든요 함께 보시죠.
"동무들 이제 우리는 무진대 새 탄밭(탄전)을 조성하는 어려운 전투에 나가야 합니다."
탄밭(탄전)을 조성해야 된다면서 사람들을 모아놓고 회의를 하네요.
네 제가 돌격대 나갈 때도 저랬죠. 어차피 나가야 될 사람은 지정돼있지만 형식은 저렇게 만들어오는 거죠.
"그럼 이제부터 각 직장에서 추천된 동무들의 명단을 발표하겠습니다. 단도직장 조업단체 박준우 동무."
"네? 예."
그런데 주인공 표정이 영 좋지 않는데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어머니? 얼마나 힘들었니? 집을 떠나서 3년 세월을"
"어머니도, 자서전에 노동계급의 경력을 써 넣는다는 게 그리 헐하겠어요?(쉽겠어요?)"
사실 주인공은 고위층 간부의 아들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출세를 위해서 철강 공장에서 일을 했는데요. 3년이 끝나갈 쯤 평정서를 잘 받겠다고 욕심을 부리다가 그만 탄광에 배치가 된 거였습니다.
엄청 힘든 일을 하게 되는데요. 근데 이런 일이 실제 일어날 수 있나요?
제가 있을 때도 당시 내각 부총리 하던 사람의 아들이 같이 저하고 돌격대 생활도 했고요. 출세를 위해서 노동 현장에 오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희생한 동료를 보고 노동 현장을 출세 발판으로만 생각하는 걸 반성하고 열심히 일하는데요.
마지막에는 훈장까지 받습니다.
이 영화 제목이 청춘의 자서전이라던데요. 북한에서 자서전 의미는 우리하고 또 좀 다르다면서요?
자서전은 경력 내가 쓰는 경력서 내가 나의 행동으로 쓸 수 있는 것을 써라 해서 청춘의 자서전인데 한국으로 치면 이력서 이거 하고 이제 비슷한 그겁니다.
그럼 조충희 씨도 북에서 자서전 쓰셨겠네요?
네 저도 썼죠. 저는 꽤 좀 큰 공사를 참가했거든요. 그러니까 인민대학습당 건설이라든지 북부 철길 건설이라든지 이런 대규모 공사에 참가했는데 그래도 제일 어렵다고 하는 공사장들에 내가 있었으니까 뭐 평가 괜찮게 받았습니다.
그 자서전 그러니까 우리로 치면 이력서에 꼭 노동 현장에서 일하는 경력 이런 게 들어가야 되는 거예요 박사님?
그렇죠. 북한은 어쨌든 사회주의 국가고 전 인민이 다 우리는 노동자라는 하나의 정체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학생들 청년 교직 이런 데 커리큘럼이나 프로그램에도 일부러 노동 부분들이 들어갑니다. 노동자라는 정체성을 함양시키기 위한 하나의 방법인 셈인 거죠.
노동은 신성하다는 말 많이 하잖아요. 하지만 직업 선택의 자유가 배제되고 의무적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한다면 삶이 참 고단할 거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당연하죠. 다음 이 시간에는 북한의 집단 배치 실상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오늘 도움 말씀 주신 두 분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152053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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