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원대로 200GB '데'이득..알뜰폰 환승한 MZ세대

김수현 기자 2021. 4. 17.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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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갓성비' 알뜰폰 1000만 시대 (上)

[편집자주] 대형 이동통신회사의 그늘에서 고전하던 알뜰폰이 부활하고 있다. 2010년 첫 도입 후 10년 남짓 만에 가입자 1000만 시대가 목전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가입 수요 증가와 '가성비'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유입으로 자급제폰과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를 결합한 '꿀조합'이 인기다. 가계통신비를 줄이려는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 정책으로 최대 장점인 가격 경쟁력도 더 부각됐다. 완성차 업체 등 데이터 전용 사물인터넷(IoT) 사업자도 알뜰폰에 속속 가세하고 있다. 일명 '효도폰'에서 MZ세대의 '대세폰'으로 자리잡고 있는 알뜰폰의 인기 비결과 향후 과제를 짚어 본다.

"200기가 月3만원대"…MZ세대도 빠진 알뜰폰의 매력

비대면·자급제·MZ세대(밀레니엄+Z세대).

알뜰폰 열풍을 이끄는 3대 키워드다. 알뜰폰은 과거 부모님께 선물하는 '효도폰'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 MZ세대 등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이용자들이 유입되면서 가입자 연령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제 값에 자급제로 사면서도 저렴한 요금을 찾는 젊은 세대의 '스마트 소비' 트렌드가 배경이란 분석이 나온다.

오픈마켓 등을 통해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자급제폰 수요가 늘어난 것은 공시지원금과 불법보조금이 줄면서 이동통신사의 기기를 구매할 유인이 이전에 비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통신업계에선 자급제폰 비중이 10%를 이미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LG헬로비전의 알뜰폰 브랜드인 헬로모바일에 따르면, 자급제폰 판매 비중이 높은 애플 아이폰12가 지난해 10월 말 출시된 이후 한 달 동안 LTE 무제한 유심 평균 가입자는 전월 대비 52% 급증했다. 2030 비중도 65%를 웃돌았다고 한다. 자급제와 알뜰폰을 결합한 '꿀조합' 인기를 보여주는 통계다.

알뜰폰 업계도 MZ세대 공략을 위해 마케팅 전략을 대폭 수정하고 공격적인 가입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유심 온라인 개통에 익숙한 MZ세대를 겨냥해 편의점 등으로 유통 채널을 다변화한 게 실례다. KT 알뜰폰 자회사인 KT엠모바일은 데이터를 많이 쓰는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데이득(데이터+이득)' 요금제를 선보이기도 했다. 월 3만원대에 데이터 200GB를 제공하는 요금제가 인기를 얻으면서 이달 초 전체 가입자 중 2030세대의 비중은 35%에 달했다.

세종텔레콤도 스마트폰 가입 신청부터 수령까지 3시간 이내에 처리가 가능한 특화 서비스를 출시했고, U+알뜰모바일은 최근 업계 최초로 Z세대를 위한 '이십세 요금제'를 선보였다. 월별 데이터 사용량 변화가 많은 20대 고객 특성을 고려해 데이터 초과 과금 상한과 잔여 데이터 환급 서비스를 도입한 게 특징이다.

헬로모바일은 전국 편의점 CU매장을 통해 30분 내로 찾아가는 유심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다. 비대면 주문과 근거리 배달의 시너지로 알뜰폰 유심 접근성을 확대하는 전략이다. 헬로모바일 신규가입자의 온라인 가입 비중은 2015년 34%에서 지난해 69%로 6년새 2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4분기 편의점 유심을 선택한 비중도 40%대로 커졌다.

'가성비' 전략 만으론 성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알뜰폰 업계의 혁신모델 개발 노력도 본격화하고 있다. 가상이동통신망(MVNO)을 활용할 수 있는 신규 융합 서비스 모델을 발굴해 소비자들에게 더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스테이지파이브, 미디어로그, 세종텔레콤, 스마텔, SK텔링크, KT엠모바일 등 알뜰폰 6개사는 지난 2월말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후 인스코비도 참여하며 총 7개사가 혁신모델 연구를 진행 중이다. 주관사인 스테이지파이브는 "사물지능(AIoT)에의 활용과 다양한 디바이스 공동 소싱 대응 등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아젠다(의제)를 각 사가 고민 중"이라면서 "2분기 안에는 혁신모델의 윤곽이 나오고 연내 정책보고서 형태로 결과물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알뜰폰의 고질적 문제인 휴대전화 분실 신고 등의 고객 민원 처리나 사후 서비스(AS) 개선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4년 제정한 '알뜰폰 이용자보호 가이드라인'을 보완하기로 했다. 가입자 증가로 알뜰폰 사업자들의 책임도 커진 만큼 이용자 보호 방안을 더 세밀하게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김남철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경우 이통 계열사와 달리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 제도적으로 취약한 부분이 있을 수 있어 가이드라인을 정비할 계획"이라며 "올해 안에 모든 사업자에게 이용자 보호 조치를 명확히 제시하고 권고해 알뜰폰 지속 성장에도 도움이 되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대포폰 오해받던 알뜰폰의 변신...어느덧 1000만 목전

침체됐던 알뜰폰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자급제폰의 인기로 저렴한 요금제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알뜰폰이 합리적인 통신 서비스 대안으로 떠올랐다. 알뜰폰 활성화를 위한 정부와 국회의 정책적 지원도 이어지면서 연내 1000만 가입자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2월말 기준 국내 알뜰폰(MVNO) 가입자는 927만571만명으로 전달보다 약 6만명 늘었다. 7개월 연속 증가세다. 지난해 같은 기간(761만명)과 견주면 1년 만에 약 166만명 급증했다.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7082만6956명) 중 알뜰폰이 차지하는 비중도 13%를 넘어섰다. 2018년 12%대에서 지난해 3월 말 10%대로 내려앉은 뒤 1년도 안 돼 점유율을 완전히 회복한 것이다.

알뜰폰은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해 2010년 도입된 이후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2019년 4월 가입자가 810만명까지 불었다. 하지만 이동통신 3사 중심의 견고한 시장 구조와 차별화된 서비스 부재, 유통망 부족 등으로 내리막길을 걸어 가입자가 한때 730만명까지 줄었다. '대포폰' '효도폰' 낙인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알뜰폰의 위기란 분석도 나왔다.

알뜰폰이 다시 날개를 편 건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2018년 이후 약 2년 만인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가입자가 순증으로 돌아섰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휴대폰 비대면 개통 활성화로 젊은 세대의 가입자 유입이 크게 늘었고, 자급제폰에 저렴한 요금제를 결합하는 '스마트 소비' 트렌드가 일상화하면서다. 정부가 지난해 8월 알뜰폰 활성화를 위해 서비스, 단말기, 유통망 등 생태계 전반을 혁신하는 지원 정책을 내놓은 것도 한 몫했다. 결합할인과 제휴카드 할인 등 새 상품과 서비스를 쏟아낸 알뜰폰 사업자들의 공격적인 마케팅도 알뜰폰 부활을 이끈 배경이다.

알뜰폰 가입자는 후불요금제 이용자를 중심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회선을 제외하고 지난 2월말 기준 알뜰폰 휴대폰 가입자 수는 606만5922명이다. 알뜰폰 선불요금제 가입자는 전월보다 10만회선이 줄었으나 후불요금제는 8만4128회선이 늘었다. 한 번 충전한 후 이용하고 끝내는 선불요금제보다 계속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후불요금제 중심으로 알뜰폰 이용 패턴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김남철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알뜰폰 사업자들이 대포폰으로 쓰일 수 있는 미이용 선불폰을 정리한 영향"이라며 "소비자들이 후불폰을 중심으로 가입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알뜰폰 가입자는 지속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5G(5세대 이동통신) 중저가 요금제 출시와 국회 차원의 지원 법안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사업자를 이통 3사로 확대하고, 알뜰폰 시장에서 이통 계열사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는 법안을 조만간 처리할 계획이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2월 발의한 이 법안(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은 △도매제공의무사업자 확대 △알뜰폰 시장에서 이동통신사의 자회사 수 제한 등을 골자로 한다.

알뜰폰은 이통사의 망을 저렴한 도매가격에 빌려 싼 요금제로 통신 서비스를 한다. 망 도매대가가 알뜰폰의 가격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여서 도매제공 의무사업자가 SK텔레콤에서 KT와 LG유플러스까지 확대되면 알뜰폰 요금제가 더 저렴해질 수 있는 기반이 된다. 김영식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도 최대한 법안을 빨리 통과시켜 달라는 입장이고 여야간 이견이 없어 이달 중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통 3사의 알뜰폰 자회사 수를 제한하는 내용은 시장점유율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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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기자 theksh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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