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이 어느날 돌변했다? 착각에 빠진 그들
민심은 이미 묵직하게 서서히 움직였는데
그들은 재보선 때야 비로소 봤을 뿐
거리와 현장에 흐르는 진짜 민심
이를 알고 따르는 자가 대선 이길 것
안녕하세요. '정치 0단'입니다.
4·7 재보궐선거일을 전후로 각각 국민의힘 사람과 더불어민주당 사람이 전해준 얘기입니다. 공통점은 선거 유세 현장에서 본 민심입니다. 먼저 오세훈 서울시장을 도왔던 국민의힘 관계자가 선거일 전에 한 말입니다.
"작년 총선 때와는 확실히 달라요. 유세 무대에서 보면 지나가다가 차를 멈춰서 창문을 내리고 유세를 듣는 운전자들이 꽤 많습니다. 손을 흔들어주기도 합니다. 후보하고 거리를 다니다 보면 사람들이 먼저 다가와 인사를 하고 셀카를 찍자고 합니다. 몇십 m를 걸어가는 데도 한참 걸릴 정도입니다."
다음은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이 선거가 끝난 뒤 건넨 말입니다.
"유세 때 가보니까 분위기가 옛날과는 달랐습니다. 작년에는 지나가는 차의 운전자들이 유세하는 걸 한참 쳐다보고 그랬는데, 이번엔 힐끔 보고는 쌩하고 지나가더라고요. 관심이 없거나 싸늘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유세하는 나까지 힘이 좀 빠졌죠."
하지만 학생들을 응원하는 시민들이 늘었고, 고생한다며 물과 빵을 건네는 사람들이 생겨났죠. 급기야 시위에 참여하는 '넥타이 부대'가 등장합니다. 이 정도면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이 생긴 겁니다. 바로 6월 항쟁입니다. 정권은 당황했고 물러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결국엔 1987년을 기점으로 민주화의 시대로 접어듭니다.
재보선이 끝난 뒤 정치권에서 나온 품평 중에는 '민심이 돌변했다'는 게 있었습니다. 느닷없이 여당에는 매섭게, 야권에는 호의적으로 변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정치 '공급자' 관점일 뿐입니다. 난데없이 변하는 민심은 없습니다. 별안간 뚝 떨어지니 것도 아니고 느닷없이 변한 것도 아니죠. 정치 '수요자'가 보낸 민심의 신호는 서서히 묵직하게 방향을 바꾸고 있는데, 그저 공급자들이 선거 때가 돼서야 비로소 파악하는 것뿐인 거죠.
1987년에도 넥타이 부대가 돌변한 게 아닙니다. 켜켜이 쌓인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어느 시점에 폭발한 것이죠. 그런데도 당시 위정자들이 제대로 몰랐던 겁니다. 거리에서 그 강력한 민심이 드러나고 나서야 비로소 안 겁니다.
민심은 항상 움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민심은 젊습니다. 그런데 많은 정치인들은 그걸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아니 보기는 해도 둔감한 것 같기도 합니다. 왜 그럴까요. 매일같이 수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 사람만 만나서일까요. 주말이면 국회를 떠나지만 특정 지역구분들의 말만 너무 많이 듣고 입력해서일까요. 세상의 보기 좋은 곳만 접해서일까요.
그러니 쉼 없이 움직이는 나라 전체의 민심을 따라가지 못하고, 선거철 같은 때에 나타나는 거리의 민심에 놀라는 것 같습니다. 이미 민심은 변해왔는데 말이죠.
평소에 버스·지하철을 타고, 시장에 장도 보러가고, 지역구가 아닌 타 지역도 자주 다니고, 맨날 만나는 사람이 아닌 분들과 세상살이 얘기를 하다보면 민심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다행히 정치인 중에는 이런 삶을 실천하는 분들이 있긴 하지만 아직은 소수입니다.
재보선을 통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페널티'를 받았고, 제1야당인 국민의힘을 '어드밴티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길거리 민심을 보고 놀랐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여당은 그걸 미리 몰라서 졌고, 야당은 모르기는 마찬가지인데 어부지리로 이겼다는 소리를 듣는 겁니다.
이제 정당들이, 정치인들이 내년 대선을 향해서 다들 출발하고 있습니다. 길거리 민심을 미리미리 파악해서 제대로 따라가는 정당과 정치인이 승리할 겁니다. 그러려면 평소에 길거리로 자주 나가서 유권자들을 만나고 듣고, 진짜 세상을 봐야 하겠죠. 민심은 변하고 그건 거리에서 볼 수 있으니까요.
[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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