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백블]문대통령 찾았던 보령 주민 "내 손주는 탄(炭) 냄새 맡으면 안되쥬"
그린뉴딜 추진으로 '석탄발전→신재생' 박차..정부, 올해 그린전환 원년 삼아 8조원 투자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젓갈 담은 통을 밖에 많이 내놓았는데 지난해 겨울, 눈이 쌓인 후 녹으니까 흰 통에 까만 탄가루가 묻어있더라고요. 그전까진 밖에다 빨래 널고 호박도 말리고 했는데 그걸 본 후엔 무서워서 안 해요."(충남 보령시 오천면 오포3리 식당운영 40대 A씨)
보령화력발전소 인근에 도착하자 탄가루 냄새가 났다. 코로나19 안전수칙을 지키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있었음에도 취재진 3명 모두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느꼈다. 이내 목이 매캐했다.
그나마 정부가 석탄발전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보령 화력 1, 2호기를 조기 폐쇄하면서 상황이 나아졌다고 했다. 충남 보령시 오천면 오포3리에 사는 한 50대는 "(보령석탄발전소) 1, 2호기를 폐쇄하니 (미세먼지가) 조금 나아졌어요. 이전엔 발전소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 때문에 낮에도 하늘이 뿌옇게 흐렸는데 이젠 맑은 날이면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발전소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도 문제지만, 운반선들이 석탄을 실어와 하역할 때 날리는 탄가루 때문에 못 살겠다고 했다. 평소엔 공기 중에 떠다녀 눈에 보이지 않다가도, 비나 눈이 오고 나면 앞마당이나 물건 위에 새까만 가루가 쌓인다며 취재진을 이곳저곳 이끌었다.
바람이 많이 부는 해안가나 고지대에 위치한 마을은 사정이 나았지만,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은 냄새가 심했다. 주민들은 "탄가루를 머금은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첫 걸음
정부는 이같은 석탄 발전소 미세먼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신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하면서 석탄발전소 폐지를 앞당기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전환은 한층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취재진이 방문한 보령화력발전소(보령발전본부)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1, 2호기 가동을 중단했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되면서 당초 계획보다 2년 앞당겨 폐쇄했다. 석탄발전소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로 어려움을 겪어 왔던 지역주민들이 당장 체감하기에는 작은 변화이긴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로 전환을 시작하는 첫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충남지역 석탄화력발전소는 보령·서천·태안·당진 등 4개 시·군에 있다. 현재 가동하는 28개 석탄발전기 중 14기가 20년 이상 된 노후 발전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력수요가 안정화되는 3월부터 봄철 미세먼지를 줄이고자 석탄발전에 대한 선제적인 중단조치에 나선 상태다. 지난 3월부터는 석탄발전기 58기 중 30년 이상 된 노후발전기를 우선으로 19∼28기 가동을 정지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도 최대 발전출력을 최대 80%로 제한하는 상한제약을 최대 37기에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세먼지 배출량도 감소했다. 산업통산자원부가 지난 12일 공개한 '제2차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운영 결과를 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4개월 간 석탄발전으로 인한 미세먼지 배출량은 제도 시행 전에 비해 51%, 전년대비 19%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
◇한국판뉴딜로 미세먼지 획기적 감축 추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와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문재인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판 뉴딜'에 있어 핵심 축인 그린뉴딜의 일환이다. 정부는 올해를 대한민국 그린전환의 원년으로 삼고, 그린 뉴딜에 총 8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월19일 충남 보령 화력발전소를 찾은 자리에서 “2034년까지 충남에서만 석탄화력발전소 12기를 폐쇄하고, 해상풍력발전과 태양광단지 조성으로 신재생에너지 중심지로 탈바꿈하겠다”고 밝혔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와 신재생에너지 전환으로 이어지는 그린뉴딜을 통해 친환경 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물론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미세먼지까지 줄이면서 경제와 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태양광 발전과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등을 조성하는 것은 물론 초대형 공기청정기 역할을 하는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충남 방문 당시 찾았던 서산시 대산수소연료전지 발전소는 세계 최초 상업용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로, 발전기에 미세필터를 장착해 공기 중 초미세먼지를 정화, 성인 35만 여명이 숨 쉴 수 있는 깨끗한 공기도 함께 공급하고 있다. ‘달리는 공기청정기’로 불리는 수소차 등 친환경 모빌리티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미세먼지 저감 노력의 연장선에 있다.
◇"우리 손주는 탄내가 아니라 신선한 공기 맡고 살아야"
보령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중부발전㈜도 정부 주도의 '한국판 뉴딜'에 적극 동참한다. 중부발전은 앞으로 2025년까지 누적 1조4000억원을 투자해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2015년 기준 3만5708톤에서 2025년 6240톤으로 83%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울러 인근마을 탄가루 유입의 원인이 되는 옥외 저탄장(석탄을 저장하는 장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2024년까지 3200억원을 투자한다. 중부발전은 비산먼지의 마을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저탄장 옥내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석탄하역 선박에 육상전력을 공급해 선박의 자가발전대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감소시킬 계획이다.
충청남도 역시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에 적극적이다. 충남도는 석탄발전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며 큰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미세먼지로 그간 고통을 받아왔던 보령 주민들도 정부의 한국판뉴딜을 통한 미세먼지 저감 노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오포3리에 사는 50대는 "(석탄발전소) 1, 2호기만 멈춰도 나아졌는데 전부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면 훨씬 낫지 않겠느냐"라고 "하지만 지금은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몸도 성한 데가 없이 뼈 마디마디가 아프다. 정부가 더 서둘러서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나이가 지긋한 한 어르신은 취재진에 이렇게 말했다. "이 지역에서 태어나 발전소가 서고 점점 커지는 것을 보면서 살았는데 죽을 때가 다 되니 신재생에너지로 전환을 하겠다고 그래. 그래도 이제 초등학교 들어간 우리 손주 생각하면 꼭 해야지. 손주는 이런 탄내가 아니라 신선한 공기 맡고 살아야 하지 않겠어."
ideae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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