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만 바라봐도 눈물.. 7번째 봄도 여전히 아프네요" [세월호 7주기]
20~70대 70명 중 대부분 "기억 생생"
며칠 전 일처럼 상세하게 풀어내기도
저마다 아픔 느끼며 참담함·분노 교차
당시 고교생 20대 "안산에 살았다면.."
50대 교사 "수개월간 우울감에 고통"
"삶 돌아보는 계기.. 인생에 큰 영향줘"
정치적 사안으로 흘러가는 데는 반감
일부 "지겹다" "이제 그만" 말하기도
다시 4월이다. 과거 4월은 완연한 봄기운이 느껴지는 따뜻한 이름이었다. 하지만 7년 전 세월호가 가라앉은 뒤 한국 사회에서 4월은 또 다른 슬픔의 상징이 됐다. 누군가는 바다만 바라봐도 눈물짓고, 낡은 노란 리본을 가방에서 떼지 못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지겹다고, 이제 그만하라 말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세월호 참사가 우리 모두에게 크고 작은 흔적을 남겼다는 것이다. 그해 봄을 살아낸 이들에게 세월호는 그저 흘러간 기억이 아니다.
우리는 세월호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20∼70대 70명에게 각자 저마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세월호를 물었다. 이 중 14명은 2014년 봄, 팽목항에 머물렀던 자원봉사자나 공무원이다.
◆7년 지났지만… 어제 일처럼 생생한 그날
“친한 동기랑 메신저로 얘기하는데 속보 떴다고 알려주더라고요. 그때 사무실 공기까지도 생생하게 기억나요.”(30대 직장인 이모씨) “대입 준비 중이었는데 그날 늦잠을 자서 학원에 안 갔어요. 집에서 아침을 먹다 뉴스를 봤어요.”(20대 직장인 김모씨)
◆세월호가 남긴 것은… 공포 그리고 또 다른 삶
4·16생명안전공원 선포식 16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7주기 기억식 및 4·16생명안전공원 선포식’에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안산=뉴시스 |
정치적인 사안으로 흘러가는 데 대한 반감도 컸다. 김모(25)씨는 “매년 추모를 넘어 정치적 이슈가 되는 것을 보면 싫증이 난다”고 털어놨다. 임모(57)씨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지겹다는 말도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모두 세월호 참사로 많이 슬퍼했고, 또 슬퍼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최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당신의 사월’은 2014년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며 마음 아파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동안 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화는 많이 나왔지만, 희생자나 그 가족이 아닌 ‘보통 사람’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는 없었다. 영화 속에 나오는 사람들은 담담하게 자신의 삶 속 세월호 참사 이야기를 꺼낸다. 영화를 만든 주현숙 감독은 정작 2014년에는 ‘지켜보는 것조차 고통스러워’ 뉴스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3년이 지난 어느 날,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니는 사람을 보고 영화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왜 사람들은 여전히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닐까, 나는 내 지인을 잃은 것도 아닌데 왜 슬플까란 질문이 떠올랐어요. 세월호 참사는 그날 뉴스를 본 우리 모두의 일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사의 피해자가 희생자와 유족 등으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라는 의미다.
그가 영화를 봤으면 하는 이들은 ‘그날을 기억하고 그날을 생각하면 먹먹한 사람들‘이다. 주 감독은 “사람이 너무 미안하면 외면하고 싶다. 슬픈 감정에 압도될까 봐 세월호 얘기를 다시 보지 못했다는 이들이 많은데, 그런 이들이 영화를 보며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고 건강하게 참사를 대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세월호가 ‘슬픔’보다는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책임과 고민’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김유나·김병관·이정한·구현모·조희연·장한서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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