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컷] 문앞 배송 일단 재개됐지만..우리 아파트라면 어땠을까

이은정 2021. 4. 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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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약 5천 세대 규모인 서울 강동구 고덕동 한 아파트 후문 인근에 택배들이 탑처럼 쌓였습니다.

식품 등 수백 개 택배가 놓인 사이, 입주민들이 내려와 이곳저곳을 뒤적이며 택배를 찾아가는데요.

이 모든 상황은 지난 1일부터 시작된 아파트 단지 내 지상 차량 전면 통제 조치에서 비롯됐습니다.

고덕동 아파트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이 같은 '택배 대란'을 겪는데요.

지난해 7월 남양주 다산신도시와 인천 송도국제도시 등지 아파트에서 택배 차량의 지상 진입 금지 방침이 내려져 택배 노동자들은 세대별 배송을 거부하기도 했죠.

전국택배노동조합 측은 노동자 대상으로 택배 차량 진입이 금지된 아파트를 조사한 결과 전국 179곳이며, 그 이상일 것이라고 내다봤는데요.

택배 차량 지상 출입이 금지된 이유는 입주민들 안전, 아파트 시설물 훼손 방지를 위해섭니다.

최근 단지 내 지상 도로에서 후진하던 택배 차량에 아이가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해 특히 어린 자녀를 둔 입주민들 걱정도 큰데요.

고덕동 아파트 측은 가능한 모든 차량의 지상 이동을 없애는 공원형 아파트로 설계됐다며 지난 1년간 대안 모색을 위해 택배사들과 논의해왔다고 밝혔습니다.

택배차의 지상 출입이 금지되자 택배 기사들은 지하 주차장 말곤 단지 내 출입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하지만 보통 지하 주차장 높이는 2.3m여서 2.5m 안팎 높이의 택배 차량이 다닐 수 없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019년부터 아파트 지하 주차장 높이를 2.7m 이상으로 만들도록 상향했지만 현재 거론된 아파트는 법 개정 이전 승인된 건축물이라 해당하지 않았죠.

택배 차량을 저상 탑차로 개조하면 되지만, 배송 건당 500~800원가량 받는 '개인사업자' 신분인 배달 기사 입장에서 차량 개조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차량을 바꿔도 배송 가능 물량이 줄어 더 자주 물류센터에 들러야 하고, 차량에서 택배를 내릴 때 허리나 목 등을 더욱 굽혀야 해 배달 기사의 신체적 부담도 커지죠.

아파트 인근 도로 등지에 차를 대고 배달하려 해도 불법 주차로 교통 범칙금을 낼 수도 있는 상황.

이 때문에 택배 기사들은 단지 앞에 차를 대놓고 수레를 끌며 택배 운반을 해 퇴근이 몇 시간씩 늦어지기도 합니다.

입주민들 역시 불편한 상황에 처했는데요.

음식물 등 상하기 쉬운 택배 물품인 경우 야외에 오래 노출돼 빠르게 부패하거나, 택배 분실이 우려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택배노조는 지난 8일 고덕동 아파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협의를 통해 대책을 마련하자고 요구했습니다.

강민욱 택배노조 교육선전팀장은 "입주민들 안전도 중요하고, 택배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하는 권리도 중요하다"며 "지상 출입을 허용하고 저속 운행 등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방식이나, 택배 물품 보관소를 아파트 단지 내 여러 군데 설치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택배 대란으로 논란이 된 인천 송도 아파트는 동별로 택배 이동 동선을 정하는 대책을 마련하기도 했죠.

송태수 한국고용노동연수원 교수는 "동네 어르신들이 단지 내 택배를 옮기는 실버 택배 환경 조성, (단지 내) 택배함을 설치하는 방안도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라며 "일하는 사람들의 근로조건과 관련해서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택배노조는 지난 14일부터 고덕동 아파트 세대별 배송을 중단했다가 택배 기사들이 일부 주민 항의 문자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자 이틀 뒤 '문 앞' 배송을 재개했는데요.

이는 노동자 보호 차원의 일시적 조치로 택배사들에 해당 아파트를 배송 불가 지역으로 지정하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갈등 양상으로 치달은 데 대해 해당 아파트 측도 답답한 상황입니다. 이미 다수 택배업체와 협의해 실버 택배, 저상차랑 도입 등 대안 마련을 위해 노력했는데 갑질 아파트로 매도됐다고 토로했습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택배사들이) 실버 택배, 통합 택배 등의 안을 내줬고 저상 차량을 이용하겠다는 곳도 있었다"며 "통합 택배도 거점을 마련하자는 내용으로 회의하고 입찰까지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아파트 입주자와 택배노조 간 입장차가 여전한 상황. 상호 간의 배려와 협의로 효율적인 상생안이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이은정 기자 정수인 인턴기자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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