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15500% 신화 '한국의 버핏'이 더 사야 한다는 기업

김사무엘 기자 2021. 4. 17.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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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인터뷰


"삼성전자가 지금은 반도체 미세공정 1등이지만 이게 언제까지 지속될까하는 게 저의 '의심'이에요. 삼성전자 투자에 많은 비중을 두는 건 권하지 않습니다."

'투자의 대가' '한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인터뷰 내내 '의심'이라는 말을 반복 강조했다. 의심은 그가 30여년 간 쌓아온 투자 아이디어의 원천이다. IMF 외환위기 당시 증권주와 택배주 등에 투자해 1억원을 156억원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도 의심의 결과물이다.

세상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과연 앞으로도 그럴까"하고 질문을 계속 던진다. 의심 속에서 가설이 나오고 여러 가설들을 충돌시켜 나만의 '관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강 회장은 최근 머니투데이 증권 전문 유튜브 채널 '부꾸미-부자를 꿈꾸는 개미'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주식 시장에 대한 시각과 자신만의 투자 철학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했다. 어려운 개념을 이해하기 쉽도록 재밌는 비유도 다양하게 곁들였다.

"삼성전자 비중 줄여라"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인터뷰 /사진=이주아 PD
삼성전자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전망에서는 거침 없었다. 소액주주만 200만명. 지금도 개인이 매달 수조원씩 사고 있는 '국민주' 삼성전자에 대해 강 회장은 "비중을 줄이라"고 권고했다.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회의적 시각 때문이다. '무한경쟁' '치킨게임'으로 대변되는 반도체 산업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 이익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자랑하는 미세공정 초격차도 빠르게 좁혀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강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반도체 미세공정 경쟁을 "100미터 달리기가 계속 이어지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단기 전력질주로 끝나는게 아니라 끊임없이 전력질주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미다. 강 회장은 "반도체 미세공정은 끝단에 왔다"며 "조금 있으면 2~3등이 금방 따라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익의 질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삼성전자의 비즈니스 모델은 훌륭하지 않다고 봤다. 강 회장은 이익의 종류를 크게 3가지로 봤다. 순이익, 영업 현금흐름, 잉여 현금흐름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손익계산서에 나오는 순이익이지만 강 회장은 이보다 실제 현금이 들어오고 나가는 흐름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A기업과 B기업이 똑같이 순이익 1조원이라고 해도 B기업은 현금 지출이 없는 비용 5000억원을 반영한 결과라고 하면 실제 번 돈은 A기업 1조원, B기업 1조5000억원이 된다. 여기에 A기업은 매년 이익의 절반 이상을 재투자해야 한다고 하면 이익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현금흐름을 봐야하는 이유다.

강 회장은 A기업의 대표적 사례가 삼성전자 같은 반도체 기업이라고 봤다. 그는 "반도체 산업은 과거 10년 간 재무제표를 분석해보면 알겠지만 돈을 벌면 그 반절 이상은 재투자 해야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다른 기업에 의해 죽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인터넷 서비스나 게임 업체에 대해서는 "이익의 10~15%만 재투자하면 된다"며 "다른게 동일하다면 재투자비용이 별로 안드는 비즈니스가 좋다"고 밝혔다.

최근 시장의 관심을 많이 받는 2차 전지(배터리)에 대해서도 딱 잘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단점으로 꼽았다. 그는 "싸움터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전사가 되지 말고 전사에게 무기를 만들어주는 대장장이가 돼라"고 강조했다. 2차 전지 소재나 장비에 주목하라는 말이다.

지금 주식 시장은 과열 단계…'좋은 기업' 찾아야

최근 주식 시장에 대해서는 '칵테일 파티'에 비유했다. 피터 린치가 제시한 칵테일 파티 이론은 시장이 과열 단계인지를 판단하는 일종의 인간 지표다. 펀드매니저가 칵테일 파티에 등장했을 때, 시장이 침체기(1단계)라면 아무도 그에게 관심 갖지 않는다. 그런데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면(2~3단계) 사람들은 펀드매니저에게 조금씩 말을 걸기 시작하고 과열 단계(4단계)에서는 펀드매니저에게 자신의 주식을 추천하거나 가르치는 상황도 벌어진다.

강 회장은 "칵테일 파티 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지금 시장은 3~4단계라고 본다"며 "잠재적 수요(주식을 하지 않던 사람)가 점차 고갈되면서 주가 상승력이 소실되는 시기"라고 지적했다.

지수의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될 지 몰라도 중요한 건 지수가 아니라 좋은 기업을 찾는 것이다. 그는 "주식하는 사람들이 늘 좋은 기업은 찾지 않고 경제, 지수만 본다"며 "주가가 안 떠도 좋은 기업은 많다"고 말했다.

강 회장이 생각하는 좋은 기업이란 눈을 뜨면 내 일상을 지켜주고, 내 삶에서 그 기업이 만드는 제품과 결별하면 내가 힘들어지고, 고객이 늘면 고객이 좋아하고 그래서 고객들이 더 들어오는 기업이다. 자동으로 돈을 버는 비즈니스 모델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좋은 기업을 고르는 11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고객이 떠날 수 없는 기업 △고객이 늘 수록 고객이 좋아하는 기업 △내 삶을 지탱하고 깨우는 기업 △불황을 즐기는 일등 기업 △누적적 수요를 쌓아가는 기업 △소비의 끝단을 장악하는 기업 △시간의 가치를 쌓는 기업 △소유에서 경험의 소비로 이동을 만드는 기업 △늘어나는 인구를 고객으로 하는 기업 △자회사가 훌륭한 기업 △유능한 리더가 있는 기업이다.

대표적으로 애플, 쿠팡, 카카오 등을 꼽았다. 강 회장은 "스마트폰을 기초로 한 플랫폼 사업은 역사적으로 이렇게 멋있는 산업을 본 적이 없다"며 "경쟁자가 쉽게 못 들어오는 승자독식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기업들에 대해서는 밸류에이션(기초체력 대비 주가 수준)이 비싸더라도 더 사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인플레이션' 의심…"패시브 펀드가 폭락장 뇌관 될 것"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인터뷰 /사진=이주아 PD
최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증시 조정 우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지난 10여년 간 디플레이션을 유발했던 △값싼 중국 노동시장 △혁신 기업들의 저가 경쟁 △오프쇼어링(해외 생산) 등의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며 이제는 디플레이션이 끝나지 않을까 의심해야 할 시기라고 했다.

강 회장은 "최근 10년 동안 중국의 인건비가 많이 올라서 중국산 제품도 비싸질 수 있다"며 "쿠팡 같은 혁신 기업의 가격 인하 경쟁도 임계치에 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정부가 반도체 기업들을 불러 놓고 투자를 종용하고 있는 것도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운다. 리쇼어링(기업이 해외 공장을 국내로 다시 돌리는 것)이 본격화할 수록 생산 원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이 오고 금리가 오른다면 증시 조정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봤다. 특히 지난 10여년 간 유동성 장세에거 크게 성장해 온 패시브 펀드가 증시 조정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 회장은 "게으른 펀드매니저가 돈을 버는 패시브 펀드는 '악마의 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패시브 펀드는 더 좋은 기업을 찾을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평균만 산다"며 이렇게 될 경우 2가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나는 공부하지 않는 펀드매니저가 돈을 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주가가 비쌀때 사고 쌀때 팔게 되면서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없다는 것이다.

'액티브 펀드' 명가를 추가하는 강 회장 입장에서 '게으른 패시브 펀드'가 돈을 버는 구조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는 언젠가 패시브 펀드로 몰렸던 유동성이 큰 위기를 자초할 것으로 봤다. 강 회장은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이 흡수되면 그 충격이 패시브 펀드에서 먼저 나타날 것"이라며 "'블랙스완'(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이 되지 않을까 의심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 '성장가치주'는 잠깐 조정이 있더라도 결국 오를 것"이라며 장기적 시각으로 접근할 것을 권고했다. 그는 "성장주냐 가치주냐는 논쟁할 가치가 없다"며 "성장이 가치를 만드는 것이고, 이런 기업들은 비싸도 더 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튜브 채널 '부꾸미-부자를 꿈꾸는 개미'에 오시면 더 많은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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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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