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슈미르 놓고 74년 '으르렁' 인도·파키스탄 간 싹트는 '화해 무드'..왜?
정상 간 친서 교환에 교역·수자원 공유 문제 논의 재개까지
인도 '中과 대결'·파키스탄 '경제난 해결'이 우선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핵 보유국간의 잦은 군사적 충돌로 ‘세계의 화약고’ 중 하나로 불리는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1947년 영국으로부터 각각 독립한 후 카슈미르 영유권을 둘러싸고 세 차례 전쟁을 치르고 수시로 군사 충돌을 벌이고 양국이 카슈미르 내 평화 체제 구축은 물론 수자원 공유, 무역 문제 등을 놓고 중단됐던 대화 채널을 재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인도와 파키스탄은 카슈미르 지역 내 군사적 긴장을 완화, 군사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실질적 노력을 진행 중이다.
로이터 통신이 인도와 파키스탄 양국의 정보기관 고위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 1월 양국은 카슈미르 지역에 대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비밀 회담을 열었다.
이 회담에는 인도 첩보기관과 파키스탄 정보국(ISI) 관계자들이 UAE 정부가 마련한 회담장에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외무부와 ISI를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파키스탄 군부 모두 로이터의 확인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난 1월 UAE 회담이 전부가 아닐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저명한 국방 분석가인 아예샤 시디카 박사는 “인도와 파키스탄 관리들이 다른 국가들에서 몇 개월간 만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두바이는 물론 태국, 런런 등도 후보 장소”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양국은 지난달 국경 역할을 하는 카슈미르 정전통제선(LoC)에서의 정전에 전격 합의하기도 했다.
이번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화해 무드를 두고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정전에 합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로 간의 무력 충돌이 발생하며 긴장 상태로 돌아오는 일이 수없이 반복된 상황과는 차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 양국 정상들은 서로 친서를 주고 받으며 긴장 완화에 앞장섰다.
지난달 29일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게 친서를 보내 “파키스탄 국민도 인도와 평화롭고 협력적인 관계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 친서는 지난달 23일 모디 총리가 파키스탄 건국 기념일인 ‘파키스탄의 날’을 맞아 보낸 편지에 칸 총리가 화답한 것이다.
모디 총리는 당시 친서에서 “인도는 (파키스탄의) 이웃 국가로서 파키스탄 국민과 돈독한 관계를 원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신뢰 분위기 조성, 테러와 적대감 해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칸 총리는 이번 답서에서 “파키스탄의 날을 축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AP통신은 “두 정상 간 친서 교환은 핵 무장 이웃 국가 사이의 긴장을 완화해주는 조짐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 23∼24일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는 양국이 ‘인더스 영속 위원회’를 열고 수자원 공유 문제도 논의했다.
양국이 인더스강 수자원 공유 문제 해결을 위해 1960년 설립한 이 위원회를 다시 가동한 것은 2018년 8월 이후 3년 만에 처음이었다.
여기에 카슈미르 관련 문제로 중단됐던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무역도 2년 만에 부분 재개되기도 했다. 파키스탄이 인도산 설탕 50만t의 수입을 승인하고, 면화 수입까지 검토하면서다.
불과 2년 전 전면전 위기를 겪었던 양국이 빠른 속도로 화해에 나서는 데는 인도와 파키스탄 모두 분명한 동기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국경 분쟁을 겪고 있는 인도로서는 파키스탄까지 적으로 돌릴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과 우호 관계를 맺고 있는 파키스탄이 중국과 더욱 밀착하는 것은 현재 시점에서 인도에게 유익한 점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파키스탄 역시 경제난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정 지원을 받는 상황 속에 장기간에 걸친 인도와의 군사적 긴장을 감당할 능력이 고갈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기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발표한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완전 철군 역시 파키스탄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프가니스탄과 서쪽 국경을 맞대고 있는 파키스탄으로선 서부 산악지대의 치안에 보다 많은 신경을 써야하는 것은 물론, 미군에 대한 군사 지원 등으로 발생하는 각종 이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전 로이터 통신 기자이자 카슈미르 문제 관련 책을 쓴 마이라 맥도널드는 “인도와 파키스탄은 대화에 나서지 않는 것보다 대화를 하는 것이 무조건 더 이득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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