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시 비리' 조국 손절 못한 민주당..재보선 완패 반성 없어
4·7 재보궐 선거 참패 후
20·30 초선의원이 쏘아올린 '조국 반성문'에
응답없는 민주당…"문제 없다" "이미 지났다"
더불어민주당이 4·7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지 일주일 넘게 제자리 걸음 중이다. '조국 사태'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면서다. 20·30 초선의원들이 쏘아올린 조국 반성문은 강성 친문(親文) 당원들의 '문자 폭탄' 등의 보복으로 돌아왔다.
그렇지만 누구 하나 나서 이를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선거 패인을 찾겠다며 선수(選數)별로 머리를 맞댔으나, 구체적인 책임 소재는 언급하지 않고 "혁신하겠다"는 원론적 얘기만 반복했다. 당 지도부의 부재 속에서 중심을 잡아야할 비상대책위원회와 중진급 의원들도 "문제가 없다"고만 되풀이했다. 결국 '무엇'을 반성할 지를 찾지 못한 민주당의 쇄신안은 공허한 외침에 불과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침묵하는 민주당…조국 사태 '모르쇠' 일관
논란은 지난 9일 시작됐다. 20·30 초선의원 5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에 패배한 원인으로 조국 사태를 지목하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 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이 분노하고 분열한 것은 아닌가 반성한다. 오히려 검찰개혁의 당위성과 동력을 잃은 것은 아닌가 뒤돌아보고 반성한다"라고 했다.
그러자 강성 친문 당원들은 SNS를 통해 초선의원들의 전화번호를 공유하고 매일 수천통의 '문자 폭탄'을 보내며 공격했다. "조국이 무슨 죄냐" "배은망덕한 초선5적"이라는 비난이 쇄도했고, 이들은 "배은망덕한 행태를 보였다"고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논란은 커져갔지만 당은 더 침묵했다. 이후 민주당은 선수별로 선거 패인을 분석하고 쇄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선수별 간담회를 열고 입장문을 발표했지만, 조국 사태에 대한 언급 없이 "초선의원들의 문제 의식에 공감한다"고만 했다. 3선 의원 간담회에서는 조국 사태에 대한 논의조차 없었다. 오히려 "모두 당을 위한 관심과 충정이라고 생각한다" 강성 친문 당원들을 두둔했다.
당 비대위는 물론 차기 당 대표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당권 도전 출사표를 낸 송영길 의원은 지난 15일 조국 사태와 관련 "지나간 일 아니냐. 그걸 가지고 논쟁을 벌일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고, 우원식 의원은 "하나씩 잘라내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강성 당원 논란에 대해선 "민생을 중심에 놓고 보면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앞서 홍영표 의원은 "검찰개혁 문제를 조 전 장관의 개인적 문제와 연결해 평가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윤호중 의원은 "지난해 총선을 통해 평가를 받았다"며 조 전 장관을 두둔했다.
◇ 민주당은 왜 조국 언급을 금기시 할까
민주당은 선거 참패 후 부동산 정책 실패, 당헌 개정을 통한 무리한 공천, 민생 소홀, 개혁 부진 등을 패배의 원인으로 들며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그런데 유독 조국 사태에 있어서 만큼은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왜 조국은 성역화가 된 것일까.
① 조국, '강성 친문'의 정치적 아이콘化
조 전 장관은 원조 친문계 인사로 꼽힌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초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뒤 법무부 장관에 취임했다. 그를 친문 핵심 인사로 끌어올린 것은 민주당이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모펀드 불법 투자 등이 불거진 조국 사태 당시 민주당은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조 전 장관을 옹호했다. 이 과정에서 친문 당원들은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 의지를 지켜내기 위해 '조국 수호 촛불집회'를 열었고 세(勢)를 결집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강성 혹은 극성 친문으로 불리는 지지층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조국은 곧 강성 친문이며, 강성 친문의 상징이 됐다. 그렇게 만든 주역은 민주당"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의 충성 지지자들이 조국을 수호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던 만큼, 민주당이 조국을 잘라낸 다는 것은 친문 지지층을 잘라낸 다는 것이고, 이는 문 대통령과 등을 지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조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을 졌다'며 자신의 사람임을 못박은 점도 영향을 미친다. 문 대통령은 작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만으로도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며 검찰개혁 입법의 공을 조 전 장관에게 돌렸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통과에 이르기까지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또 법무부 장관으로 했던 기여는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② 文 대통령 '검찰 개혁' 열망, 조국 지지로 오버랩
조 전 장관은 줄곧 '검찰 개혁'을 주장해온 진보 법학자다. 검찰 권한 축소는 대학교수 시절부터 그의 지론이었다. 문 대통령은 조국 교수를 앞세워 검찰개혁을 강하게 주장해왔다. 대통령 취임 후 "임기가 끝나기 전 반드시 검찰 개혁 관련 법안을 추진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문 대통령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칼을 들이댔던 검찰 권력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인 에서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한 날을 '치욕의 날'이라고 표현하며 "검찰이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다"고 했다. 또 대선 후보 시절 "정권이 바뀌더라도 (검찰이) 과거로 되돌아가지 않도록 확실하게 제도화하지 못한 것이 한(恨)으로 남는다"고도 했다.
여당이 검찰 개혁에 강드라이브를 걸어온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여당은 검찰의 수사·기소건의 완전 분리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 시즌 2'를 남은 1년 동안 모두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런데 조국 사태 논쟁으로 검찰 개혁의 당위성이 도마 위에 오르자 난감해진 상황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조국 개인이 범한 비리 등을 옹호한 것에 대해서는 잘못을 시인할 수 있지만 (그것 때문에)검찰 개혁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입장을 표명하기 어렵다"고 했다.
③ 조국 손절하면 '정권 재창출' 동력 친문 지지 잃어
민주당은 4·7 재보궐 선거에 참패하며 '정권 재창출' 목표에서 한 발 멀어지게됐다. 남은 1년 동안 급락한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에 접어들며 '레임덕' 위기에 봉착한 가운데 위기를 돌파할 카드마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조국 지지에 집착하는 강성 친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자신들의 정치적 아이콘으로 생각하는 친문 지지자들을 내세우지 않으면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있는 동력이 확보되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 실패 등 중도층의 지지를 상실한 요인들이 누적된 상태에서, 이를 되돌리려는 노력이 대선 때까지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선을 1년 앞둔 긴박한 상황에서 정부 여당의 핵심 축인 친문을 부정하고 검찰 개혁을 멈춘 상태에서 정권 재창출을 도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조국 사태 논란에서 빠르게 벗어나는 것만이 답"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런 태도가 민주당의 재집권 가능성을 낮추는 ‘마이너스 정치’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 컨설턴트는 "중도층 지지를 잃어버린 30% 안팎의 지지층으로 대선에서 승리해 정권을 재창출하겠다는 태도는 상당히 오만한 태도"라면서 "조국 사태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한 반성이 있어야 정권 재창출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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