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없는 24시간 교대제.."뇌심혈관계에 치명적"

유호윤 2021. 4. 17.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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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BS가 3년간 과로사한 경비원 74명의 업무상질병판정서를 분석해 보니 숨진 경비원들은 공통적으로 24시간 교대제 근무를 했습니다.

근로계약서 상에는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면서 적정한 시간을 쉬게 했지만, 경비원들은 잡무 때문에 제대로 쉬지 못했습니다.

유호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던 하 모 씨, 2018년 크리스마스에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24시간 교대 근무를 마치고 퇴근한 직후였습니다.

[경비원 하○○ 씨 부인 : "쿵 소리가 나서 침대에서 떨어져서 다쳤구나. 그런 줄 알았는데 뇌출혈이라고..."]

이후 몸 왼쪽이 마비됐습니다.

과로사 문턱까지 갔던 하 씨에게서 경비원의 일상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하○○ 씨/전직 경비원 : "(화단) 물 주기 진짜 힘들죠. 호스 긴 거 끌어 잡아당겨야 하니까. 100m 거리 되는 걸 막 끌고 다니면서."]

6백여 세대에 경비원은 3명. 각종 민원은 경비원 몫이었습니다.

["도어락 건전지가 안 돼요, 형광등 등이 나갔다, 바퀴벌레가 들어왔다, 변기도 막힌 거 뚫어 달라."]

근로 계약서에 규정된 휴게 시간은 24시간 중 8시간.

하지만 제대로 쉴 수 없었습니다.

[하○○ 씨/전직 경비원 : "휴게 시간 없어요. 자고 있는데 문 두들겨요, 이렇게. 지금 자는 시간이에요. 그러면 경비가 자는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하 씨는 결국 3년 만에 건강을 잃고 일을 그만뒀습니다.

[하○○ 씨 부인 : "이 정도인지 몰랐어요. 이렇게 잠을 몇 년 동안 못 자서 누적돼서 뇌출혈이 됐구나. 말리고 싶어요, 24시간 격일제는."]

취재진은 서울대 병원 이해영 교수팀과 함께 아파트 경비원과 9시 출근해 6시에 퇴근하는 차량 정비공의 하루 혈압 변화를 관찰했습니다.

정시에 퇴근하는 정비공은 밤이 되자 혈압이 내려간 반면 경비원은 야간에도 혈압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해영/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 "야간에는 혈압이 좀 낮아져야 합니다. 그게 몸이 쉰다는 의미고, 야간 혈압 강하라고 하는데 그런 패턴이 보이지를 않아요."]

퇴근 뒤 휴무일에도 혈압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해영/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 "몸이 긴장을 놓지 못한다는 거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계속되면 심장 또는 뇌혈관에 좋지 않다는 건 잘 밝혀져 있습니다."]

지난해 공동주택관리법이 개정되면서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는 아파트 경비원의 경우, 경비업무가 아닌 업무도 허용됐습니다.

어떤 일들이 허용될지는 시행령에서 정할 예정인데, 적어도 휴게시간 보장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을 만큼이어야 한다는 게 경비원들의 호솝니다.

KBS 뉴스 유호윤입니다.

촬영기자:박준영/영상편집:김선영/그래픽:김관후 김수현

유호윤 기자 (liv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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