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조 바이든' 정세균, 친문 등에 업고 '어대명' 넘을까

세종=민동훈 기자 2021. 4. 17.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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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가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환송식에 참석해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부터 방역사령관 기념패를 받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정세균 국무총리가 1년 3개월 임기를 마치고 대권가도에 올라섰다.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순탄치 않았던 시간의 연속이었지만 되려 정 총리의 안정감 넘치는 리더십, 소통과 협치 능력을 증명할 기회이기도 했다.

돌이켜 보면 정 총리의 임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코로나19와의 사투였다. 문재인 정부 2대 총리로 취임하면서 대한민국 경제회복을 화두로 던졌지만 취임 엿새 만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후 들불같이 번진 코로나19는 정 총리를 임기 내내 괴롭혔다. 그러나 정 총리는 코로나 방역 총사령관으로 맡은 역할을 충실하게 해냈다. K방역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체계적인 방역 체계는 전세계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코로나 대응 모범국이라는 평가 덕에 여당은 지난해 4.15 총선에서 역사적인 대승을 거뒀다.

그렇다고 코로나19에 끌려다니기만 한 것도 아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경제가 휘청일 때 정 총리는 '수소경제위원회'를 조기 출범시키며 오히려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민간기업 임원 출신으로 실물경제에 밝다는 장점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이러한 정 총리의 행보는 이후 한국판 뉴딜과 2050 탄소중립 선언의 기틀이 됐다. 방역과 경제가 함께 갈 수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 이는 이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한국판 뉴딜과 2050 탄소중립 선언의 기틀이 됐다. 방역과 경제가 함께 갈 수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준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등 참석자들이 28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0 그린뉴딜 엑스포' 개막식에서 SK이노베이션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정 총리의 판단이 맞았다는 것은 최근 발표된 각종 경제 지표로도 확인된다. 취업자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13개월 만인 지난 2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취업자 수도 1년 전보다 31만4000명 늘었다. 이에 앞서 수출과 내수도 올들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대비 16.6% 증가한 538억3000만 달러에 달했다. 같은 달 기준 역대 최고치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0.5로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지난해 1월(104.8) 이후 처음으로 100을 넘어섰다. 지수가 100을 넘어섰다는 것은 경제 상황·전망 등을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보다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KDI(한국개발연구원)는 4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제조업이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고 경제 심리도 개선되면서 경기 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정 총리의 시선은 이제 내년 대통령 선거로 향해 있다. 지지자들은 정 총리를 '한국의 조 바이든'으로 칭한다. 정 총리도 이를 마다하지는 않는다. 지난해 11월 취임 300일 기자간담회에서 정 총리는 "미국 국민들은 분열이나 불안정, 대결과 반목을 물리치고 치유와 통합, 또 실용과 포용의 길을 제시한 조 바이든을 차기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그게 시대정신"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은 품격있는 정치인이다. 안정감도 있고 경륜이 풍부하고 포용의 정치를 펼칠 수 있는 분"이라고도 했다. 당시에도 정 총리가 바이든을 빌려 본인의 강점인 협치와 갈등조정을 강조함으로써 대권 의지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바이든에 대한 정 총리의 평가에서 '바이든'을 '정세균'으로 치환하면 사실상 정 총리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와 다름없다는 얘기다.

바이든

정 총리의 대선 레이스 등판은 예정돼 있던 일이다. 여당 입장에서도 재보선 패배 어지러진 민심을 수습하고 차질없는 대선 준비를 위해선 안정적이면서도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번 서울·부산시장 선거 참패는 자연스레 여권의 대대적인 쇄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초선의원들이 당 운영방향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등 벌써부터 당 쇄신방안에 대핸 백가쟁명이 펼쳐지고 있다.

정 총리는 출신지인 전북(진안)과 더불어민주당 주요 계파 중 하나인 '정세균계'가 지지기반이다. 김진표·김영주·이원욱·김성주·안호영 의원 등 다선 중진을 포함해 현역 의원만 해도 30여명이 정세균계로 분류된다. 여당 최대계파인 친노·친문 역시 정 총리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다. 당내 비주류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지율 1위로 치고 나온 가운데, '친문 대선후보'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적임자 중 한 명으로 정 총리가 거론된 이유다.

정 총리는 이날 이임사에서 "김대중 대통령님께 '애민의 정치'를 배웠고, 노무현 대통령님과 함께 '사람 사는 세상'을 꿈꿨다"고 말하며 민주당 적통이라는 점과 함께 친노·친문과의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 정세균계는 친노·친문의 든든한 동맹으로 활약해왔다. 정 총리는 노무현 정부 시절 열린우리당의 의장과 산업자원부 장관을 역임하며 정권을 뒷받침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분당 국면에서는 당을 지키며 문재인 당시 당 대표의 버팀목이 됐다.

친노·친문과 정세균계의 관계는 정 총리의 행보에도 드러난다. 그는 현 정부에서 국회의장과 국무총리를 모두 맡는 전무후무한 이력을 쌓았다. 그만큼 문 대통령이 믿음을 보낸다는 뜻이다. 청와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 다음가는 요직인 정무수석도 정세균계(전병헌·강기정·최재성)가 주로 기용됐다. 친문계가 당에 대한 '그립'을 유지하기 위한 파트너로 정세균계를 낙점했다는 말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정 총리의 사의를 수리하면서 "그동안 정 총리가 보여준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방역지침을 마련하고, 방역현장도 다녀가 불철주야 땀 흘린 모습은 현장 중심의 모범이라 함에 부족함이 없었다"면서 "앞으로도 언제 어디서든 계속 나라와 국민에 대해 봉사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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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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