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도 양극화..루이비통·에르메스 뜨고, 생로랑·페라가모 지고

유한빛 기자 입력 2021. 4. 17. 06:01 수정 2021. 5. 14.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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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명품 매출은 증가한 반면, 소위 '입문용'으로 불리는 중저가 명품 성장은 정체되는 등 양극화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명품 패션 브랜드 사이에서도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과 디올 등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수직 상승했다. 명품 중에서도 가격대가 높은 축에 속하는 이 브랜드들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로도 2~3차례씩 가격 인상을 단행하며 고가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래픽=박길우

1조원대 매출을 올린 루이비통 한국법인(루이비통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519억원으로, 2019년과 비교해 177% 급증했다. 루이비통은 2000만~4000만원대인 악어·도마뱀 등 특수가죽 제품군을 확장하는 한편, 가격대가 저렴한 캔버스 소재 제품의 가격은 10~20%씩 큰 폭으로 올렸다.

샤넬코리아는 코로나19 사태로 면세사업부 매출이 위축된 가운데서도 영업이익이 34% 증가했다. 샤넬의 대표 제품인 ‘클래식 미디움’ 가방은 지난해 2번의 인상을 거쳐 860만원대에 진입했다.

에르메스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이 두 자릿수로 증가면서 4000억원대에 진입했고, 영업이익은 16% 늘어난 1334억원다. 영업이익률이 36%에 달할 정도다. 대표 제품인 ‘버킨백’과 ‘켈리백’은 소재와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1200만~1500만원선에 판매되는데, 우수고객(VIP)이 아니면 인기 가방을 구입하기 어려울 정도로 공급을 통제한다.

지난해 제품 가격을 2번 올린 디올코리아도 호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매출은 2019년보다 7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37% 뛰었다. 영업이익률도 32%에 육박한다.

명품 브랜드 중에서도 가격대가 높은 이 브랜드들은 1년에 몇 번씩 가격을 인상해도 수요가 줄지 않았다. 오히려 값이 더 오르기 전에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오픈런(open run·매장을 열자마자 입장하기 위해 대기하다 달려가는 것)에 나서거나 인기 제품은 예약을 걸어 몇 달씩 기다릴 정도다.

최근 몇 년 동안 패션업계에 복고 바람이 부는 덕도 보고 있다. 과거의 인기 제품을 새롭게 해석한 제품을 재출시해 인기몰이 중이다. 루이비통은 2000년대 중반 ‘3초백’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를 끈 ‘스피디백’에 끈을 달거나 무늬를 새롭게 디자인해 출시했다.

한국 법인의 영업이익이 45% 증가한 프라다도 마찬가지다. 나일론 소재 가방에 가죽으로 마감하거나 장식을 추가해 ‘리에디션’이나 ‘리나일론’이란 이름으로 재출시했다. 구찌도 2010년대 인기였던 ‘재키백’을 새로운 소재로 출시하고, 과거 제품에서 영감을 얻은 ‘홀스빗 1955’을 지난해 선보였다.

온라인 구입은 물론 재고 조회까지 가능한 루이비통의 공식 홈페이지.

샤넬 정도를 제외하면 상품권이나 포인트 혜택 등이 없는 온라인몰에서도 활발하게 판매가 이뤄진다는 공통점도 있다. 백화점 매장이 없는 지역에서도 온라인몰을 통해 제품을 구입할 수 있고, 코로나19로 백화점으로 발길이 끊겼을 때도 꾸준히 매출이 이어질 수 있었다.

반면 3대 명품에 비해 가격대가 낮아 입문 브랜드로 불리는 명품들은 성장세가 주춤해졌다. 한국 실적이 역(逆)성장한 브랜드도 있다.

프랑스 패션 브랜드 생로랑의 매출은 2019년보다 12% 감소한 1470억원에 그쳤고, 영업이익은 32% 줄어든 74억원에 그쳤다. 과거 ‘모터백’으로 인기를 끌었던 발렌시아가와 이탈리아 브랜드 보테가베네타는 한국 매출이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뒷걸음질쳤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각각 12%, 14% 감소했다.

이탈리아 브랜드 페라가모와 스페인 브랜드 토즈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급감했다. 페라가모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30% 감소한 1056억원이고, 영업이익은 51% 줄어든 45억원이다. 매출이 23% 감소한 토즈코리아는 지난해 18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패션업계 전문가들은 온라인 중심으로 이동하는 유통업계의 흐름을 잘 탄 브랜드들이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유로모니터는 "뉴트로(새로운 복고) 열풍을 타고 이에 맞는 디자인을 내세운 명품 브랜드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구찌, 디올, 펜디 등이 세계 명품시장에서도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면서 "특히 코로나19 이후로 명품을 판매하는 주요 창구로 이커머스(온라인쇼핑)가 급부상하면서 온라인 유통 전략을 잘 짠 브랜드 위주로 주목을 받는 편"이라고 분석했다.

생로랑, 페라가모 등은 아웃렛 등에서 제품을 판매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3대 명품 브랜드와 디올은 백화점의 정기 세일 등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프리미엄 아웃렛에도 입점하지 않았다. 루이비통·디올 등을 보유한 LVMH그룹과 에르메스는 시즌(제품을 출시하는 계절 단위)이 지난 상품과 재고를 할인 판매하는 대신 소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웃렛에 매장을 운영하는 프라다와 구찌의 경우에는 백화점용과 아웃렛용의 제품 디자인이 다르다.

영국 브랜드 버버리가 옛스러운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지난 2018년 크리에이티브디렉터(디자인총괄)를 교체하고 브랜드 로고를 바꾸는 대대적으로 변신할 때도 비슷한 전략을 취했다. 그 해 버버리는 의류와 잡화 등 재고품 2860만파운드(한화 약 440억원)어치를 소각하고 비용으로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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