돗자리 깔고 다닥다닥.. 4차 유행 속 거리두기 무색한 한강공원

이은영 기자 2021. 4. 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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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식 금지·거리두기 무색하게 ‘헌팅’에 술판 벌여
배달음식 주고 받으려 ‘배달 존’엔 수십명 문전성시

"양념치킨 시키신 분!" "BXX 배달이요!"

지난 15일 여의도 한강공원. 이곳에선 마치 도떼기 시장과 같은 모습이 연출됐다. 배달 음식을 주고 받는 ‘배달 존(zone)’에 사람이 몰리면서다. 벤치 두 개 남짓한 좁은 공간에 배달 음식 전단지를 보는 사람들과 배달음식을 기다리는 사람들, 배달원 30명가량이 모여 있었다.

그중에는 마스크를 턱까지 내린 채 소리치며 음식 주문자를 찾는 배달원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장 단속 인력은 없었다. 주위에서 제재를 하거나 신고를 하려는 모습도 없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 모인 시민들이 마스크를 벗은 채 피크닉을 즐기고 있다. /김효선 인턴기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신규 확진자가 연일 700명대에 육박하면서 4차 유행에 접어든 가운데, 야외 공원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4인 이상이 모여 앉아 음식물을 먹고 술을 마시는 등 방역 수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야외 캠핑장, 골프장, 스포츠 시설 등 야외에서도 코로나 감염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안심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5일 오후 3시쯤 찾은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엔 봄 기운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공원 잔디밭 곳곳에는 ‘그늘막 텐트 설치 금지 위반시 과태료 100만원’이라 쓰여진 팻말이 꽂혀있었다. 지난해처럼 ‘텐트 금지령’을 어기고 자리잡은 거대한 텐트 촌(村)은 볼 수 없었지만, 같은 자리에 ‘돗자리 촌’이 등장했다.

공원 입구에서부터 떡볶이, 닭꼬치, 아이스크림 등을 파는 푸드트럭이 줄지어있었고, 시민들은 2m도 채 되지 않는 간격을 두고 다닥다닥 붙어 앉아 준비해 온 음식물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강이 정면으로 잘 보이는 ‘명당’ 자리에는 돗자리 밀집도가 더 높았다.

지난 15일 오후 7시쯤 시민들이 서울 뚝섬 한강공원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있다. /김효선 인턴기자

같은 날 저녁 7시쯤 찾은 뚝섬 한강공원에는 ‘음주·취식 자제’라는 팻말이 무색하게 돗자리에 앉아 술을 마시고 음식을 먹는 젊은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7시 30분쯤해가 지기 시작하자 3~4명씩 흩어 앉아있던 사람들이 합석을 하면서 술판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코로나는 다른 세상 이야기인듯 배달 음식을 가져오고 편의점에서 술과 안주를 사와 돗자리에 술상을 차렸다. 편의점 안팎에는 과자, 맥주 등 구매 행렬이 이어졌고 라면을 끓여 먹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곳에서 만난 직장인 이모씨(24)는 "솔직히 코로나 초반에는 모두가 조심하고 나 또한 심각성을 느끼고 그랬는데 지금은 다들 무뎌진 것 같다"며 "방역수칙이 안 지켜지기는 마찬가지인데 텐트는 안 되고 다닥다닥 붙은 돗자리는 허용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지우(21)씨는 "5인 이상 집합금지, 2m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만 잘 지켜진다면 한강에서 모이는 건 괜찮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런데 5명 이상 한 자리에 모여있는 모습이 종종 보여 단속원이라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지수(28)씨는 "최근 뚝섬 한강공원과 서울숲에 갔었는데, 꽤 오래 머물렀음에도 불구하고 단속원을 한 명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잔디밭에 그늘막 텐트 설치 금지 팻말이 꽂혀 있다. /김효선 인턴기자

한강사업본부는 지속적으로 단속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이곳 관계자는 "작년 거리두기 2.5 시행 이후 그늘막 설치나 거리두기, 5인이상 집합금지 등 방역수칙에 대해 원칙적으로 단속을 해오고 있다"며 "대부분의 시민들이 잘 지키지만 극히 일부의 시민들이 잘 못 지키는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야외 캠핑장, 스포츠 시설 등 야외에서도 코로나 감염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안심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침이 바람을 타면 8미터까지 날아가기 때문에 야외에서도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야외라는 환경 자체는 자외선 때문에 바이러스가 생존하기 힘들지만 호흡을 하면서 감염이 발생한다"며 "비말이 튀며 감염이 될 수 있으니 여럿이 모여 대화하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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