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원내대표+당권 3강은 '눈치'..못 말리는 '與 강경파'

이사민 기자 2021. 4. 17.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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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윤호중 의원.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초선 5적, 문자폭탄, 막말이 난무한 '권리당원 일동' 성명서까지. 4·7 재보선 이후 더불어민주당 내 친문 강성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브레이크'가 전무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보름 앞으로 다가 온 전당대회 당권 주자들마저 이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윤호중 신임 원내대표 "문자 폭탄=당의 민주주의 중 하나"
'문자 폭탄'은 지난 9일 민주당 2030 의원들이 입장문에서 비롯됐다. 이들이 선거 패배의 이유로 '조국 사태' 등을 지적하자 친문 강성 지지층은 이들을 '초선 5적'이라 규정하며 문자 폭탄을 쏟아냈다. 13일에는 '권리당원 일동'을 자처한 성명서가 나왔는데 "초선 의원의 난" "쓰레기 성명서로 배은망덕한 행태를 보였다" 등 2030 초선 의원을 맹비난하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한 지도부의 반응은 잠잠하다. 친문 당권파로 평가받는 윤호중 의원은 지난 13일 원내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문자폭탄' 등에 대해 "어떤 면에서 보면 당의 민주주의 중 하나"라고 말했다. 16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승리한 직후엔 "인신공격이나 폄하 발언 같은 부적절한 표현은 서로 삼가서 공존하는 민주주의 정당으로 꽃 피워달라는 요청을 (당원들께) 드렸다"며 비교적 자제를 권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원내대표 경쟁자였던 박완주 의원은 윤 의원이 "민주주의 중 하나"로 여겼던 문자폭탄을 경선 기간 감당해야 했다. 친문 성향 커뮤니티인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에는 15일 "박완주가 원내대표 된다는 건 민주당이 검찰한테 무릎 꿇겠다는 건데 그 꼴은 못 보겠다. 민주당 의원들에게 윤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하라고 문자 보내 달라"며 여당 현역 의원들의 전화번호가 적힌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당권주자 3人은 '눈치'…"당심·민심, 괴리되지 않아"
남은 것은 내달 2일 치러지는 전당대회다. 민주당은 당헌·당규에 따라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시민여론조사 10%, 일반당원 5% 비율로 당대표를 선출한다. 문제는 권리당원에는 강성 지지층이 많아 당권을 거머쥐기 위해선 후보자들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친문 핵심' 홍영표 의원은 15일 CBS라디오에서 "당심과 민심이 다르다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며 "(문자 폭탄을) 저는 민심의 소리로 듣는다"고 말했다. 이어 "권리당원이라고 매월 당비를 내는 분들이 80만명이다. 이분들도 민심 속에 있는 거지, 섬처럼 따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니다"라고 두둔했다.

우원식·송영길·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부터)이 15일 당대표 출마를 선언 후 활동을 시작했다. 이번에 선출되는 당대표는 내년 대선까지 174석 거여(巨與)를 이끌게 되며 이날까지 후보 등록이 완료되면 다음 주부터 전국 순회 합동연설이 시작된다. 2021.4.15/사진제공=뉴스1

비문(非文)으로 평가받는 우원식 의원도 강성 당원과 대놓고 척을 지는 건 꺼렸다. 그는 공식 출마선언 자리에서 "쟁점을 거기(강성 당원 문제)에 붙이면 그게 가장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로 인한 민생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 삶을 꼼꼼히 챙기는 당의 역할을 중심에 놓고 보면 그런(문자 폭탄) 문제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고 다소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송영길 의원은 국회에서 "조금만 견해가 다르면 이를 해당(害堂) 행위로 규정하고 공격하는 것은 당의 건강성을 해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당 대표가 되면 그런 상황에서 권한을 행사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나중에 논의해 보겠지만 해당 의원들에게 그런 상황을 오히려 개혁의 에너지로 승화시키라고 말씀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청와대 변화에도 당은 '친문 강화'…"백약이 무효"
정치권에선 재보궐선거 참패에도 민주당의 위기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본다. 청와대·내각은 친문색이 옅은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을 선택하며 변화를 꾀하는데 여당은 친문 성향 원내사령탑을 선택한 데 이어 당권주자들도 하나같이 친문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고 있어서다. 강성 지지층의 '문자폭탄' 등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여당 쇄신은 소원하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 6명(변재일·안민석·이상민·노웅래·안규백·정성호 의원)은 15일 공동입장문을 통해 "생각이 다르다고 몰아세운다면 자유롭고 건강한 토론을 통한 집단지성의 발휘를 막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초선의원들이 선거 참패에 대한 반성 차원에서 제기한 의견을 있는 그대로 경청하고, 타당한 내용이면 당의 정책 기조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16일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신임 국무총리와 청와대 정무수석 인사를 긍정 평가하면서도 '강성 친문'인 윤 원내대표 선출과 후임 법사위원장으로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거론된다는 보도를 전하며 "여당이 저러고 있는데 무슨 소용일까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쯤 되면 민주당은 민심에 맞서서 '한 판 해보겠다'는 모습으로 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그러니 백약이 무효"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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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민 기자 24m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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