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지독한 명품 사랑..코로나에도 15조원 '펑펑'
MZ세대 '화끈하게 사들이고 미련 없이 되판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 전반이 큰 타격을 받고 있지만,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지독한 명품 사랑은 여전하다. 명품의 주력 소비층으로 떠오른 2030 젊은층은 명품 브랜드 한정판을 구매하기 위해 백화점 앞에서 밤을 새워 줄을 서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 이들에겐 이게 투자이자 즐거움이다.
'영끌'로 돈을 모아 남이 쉽게 갖지 못하는 것을 손에 넣음으로써 큰 행복과 성취감을 느끼지만, 일정 기간 즐긴 뒤엔 미련 없이 중고시장에 팔아버린다.
소비 저변이 워낙 탄탄하고 갈수록 외연이 확장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명품 시장 활황은 앞으로도 지속할 전망이다.
명품에 확 여는 지갑…지난해 한국 매출 15조원
17일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의하면 작년 우리나라의 가방, 지갑, 쥬얼리, 시계 등 명품 매출은 125억420만달러(14조9천960억원. 작년 평균환율 기준)로 전년의 125억1천730만달러(15조120억원)와 비슷했다.
이는 작년 전 세계 명품 매출이 2천869억달러로 전년(3천544억달러)보다 19%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주요국 명품 매출은 2위 시장인 중국이 294억1천100만달러에서 380억5천500만달러로 크게 늘었고, 대만도 71억7천200만달러에서 75억5천600만달러로 증가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을 비롯해 일본,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독일 등은 모두 크게 감소했다. 미국의 경우 839억8천700만달러에서 652억3천400만달러로 22.3%나 급감했다.
한국의 글로벌 명품 시장 매출 비중은 2019년 8위에서 작년엔 독일(138억9천500만달러→104억8천700만달러)을 제치고 7위로 올라섰다. 5위와 6위인 영국(146억달러)과 이탈리아(145억달러)와의 격차도 크게 좁혀졌다.
품목별로는 명품 의류(4조5천930억원→4조5천470억원)와 시계(1조560억원→1조470억원) 매출은 다소 줄었으나 가방, 지갑 등 가죽제품(3조8천450억원→3조9천340억원)과 보석류(2조3천500억원→2조3천620억원)는 증가했다.
특히 샤넬, 루이뷔통, 구찌, 에르메스, 크리스찬디올, 프라다, 페라가모 등 10대 명품 브랜드의 매출은 4조원이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로 전반적인 경제는 어려웠지만, 국내 가구 수의 30%인 600만∼700만 가구의 소득은 오히려 증가했다"면서 "해외여행이 막히자 이들의 보복 소비가 일면서 명품 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고 설명했다.
유로모니터 관계자도 "한국 명품시장은 고액 자산가들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탄탄한 소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면서 " 최근엔 2030 젊은층이 과거보다 폭발적인 구매 빈도를 보이면서 명품 소비가 왕성해졌다"고 분석했다.
MZ세대 주력 소비층으로…리셀 열풍
최근의 명품 시장은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자)가 주도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작년 명품 매출에서 20대와 30대의 비중은 각각 10.9%와 39.8%로 50.7%에 달했다. 롯데백화점에서도 2030세대의 명품 매출 비중은 2018년 38.1%에서 지난해엔 46%로 커졌다. 명품은 이제 더는 중장년 자산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젊은층은 명품을 사서 즐기다가 되파는 '리셀(Resell)'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리셀은 희귀품을 구입해 프리미엄을 받고 되파는 행위다.
'샤테크(샤넬+재태크)'라는 신조어에서 보듯 한정판 명품을 구입해 몇 년 쓰다가 중고시장에 내놓아도 가격이 별로 떨어지지 않거나 어떤 제품은 희소성 때문에 세월이 갈수록 더 비싸져 수입도 짭짤하다. 따라서 이들에게 백화점 문이 열리자마자 매장으로 달려가는 '오픈런'은 그 자체가 놀이이면서 투자라고 할 수 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 "MZ세대는 새로운 자극에 노출되는 것을 즐긴다"면서 "이들은 새 제품을 많이 소유하는 것보다 힙(hip·최신 유행)하고 희귀한 아이템을 발굴해 사용하는 경험 자체를 더 중요시한다"고 했다.
유현정 충북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집값의 빠른 상승으로 주거 사다리를 잃는 등 좌절한 젊은이들이 불투명한 미래에 대비한 저축보다는 현재의 소비에서 위안을 찾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했다.
'베블렌 효과'+'파노플리 효과'
서용구 교수는 "MZ세대는 약 1천700만명으로 이들은 소득은 적지만 구매력은 굉장하다"면서 "디지털에 최적화된 세대여서 명품에 대한 인지도가 높고 자신의 성공이나 부를 뽐내고 과시하는 플렉스(flex) 문화까지 가세하면서 명품 시장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현정 교수는 "요즘 젊은층은 명품을 접근이 어려운 사치품으로 생각지 않는 것 같다"면서 "몇 달 소비를 하지 않고 돈을 모아서라도 아주 비싼 제품 하나를 사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이를 '베블렌 효과(Veblen effect)'와 '파노플리 효과(Panoplie effect)'로 설명했다.
기존의 명품족과 마찬가지로 이들에게도 가격이 높거나 고급일수록 특별한 것으로 인식해 수요가 증가하는 베블렌 효과나 특정 상품을 구입하면 그 제품을 사용하는 집단이나 계층과 동류가 된다는 파노플리 효과가 교차한다는 것이다.
곽 교수는 "예컨대 젊은 세대는 유명 연예인이 입는 옷이나 신는 신발을 사면 마치 그 연예인이 된 것 같은 느낌에 너무나 행복하고 큰 성취감과 고양된 자존감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im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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