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NOW]'공시지가' 방아쇠 당긴 조은희 구청장 "엉터리 공시가로 세금 폭탄"

조현아 2021. 4. 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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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과세 행태, 도를 넘어도 한참 넘어섰다"
"이게 정상이냐, 못 살겠다고 분통 터트려"
"불합리한 공시가 전국적인 재조사 이뤄져야"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14년 만에 공시지가가 가장 큰 폭 뛰어오르면서 공시지가 재조사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가세해 부산·대구·경북·제주 등 4개 시·도지사와 함께 공시가격 현실화를 위한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하면서 후폭풍은 커지는 모습이다. 지금의 불씨를 지핀 건 다름 아닌 조은희 서초구청장이다. 서울시 내 25개 자치구 중 유일한 야당 소속 구청장으로 '혈연단신' 서울시와 각을 세워왔던 그다. 전국 광역자치단체장 중 유일한 무소속이던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조 구청장을 두고 '들장미 소녀 캔디'에 빗댈 정도다.

그를 지난 15일 서초구청 집무실에서 만났다. 조 구청장은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들쭉날쭉 엉터리 공시가격이 시민들에게 납득이 될지 의구심이 든다"며 "현 정부의 과세 행태는 도를 넘어도 한참 넘어섰다. 무원칙한 엉터리 공시가격으로 '세금이 아닌 벌금'이라는 불신만 더 키울 것"이라고 정부를 향해 경고장을 날렸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정부의 공시가 산정 과정에 대한 '불공정', '불합리' 사례를 요목조목 짚었다. 정부가 옳은지, 서초구가 옳은지 "한 번 맞붙어보자"는 그의 발언에서 강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조 구청장은 "올라도 너무 올랐다. 공시지가 이의신청이 3년 새 100배가 늘었다"면서 "주민들을 만나보면 '이게 정상이냐, 죄인 취급하는 세금 폭탄에 못 살겠다'고 분통을 터트린다"고 했다. 서초구는 최근 공동주택 12만5294곳에 대한 공시지가 전수조사를 시행했다. 실거래가보다 공시가격이 높게 책정됐거나, 1년 전보다 공시가가 100% 이상 오르는 등 오류가 속속 드러났다. 같은 아파트, 같은 층, 같은 면적인데도 종부세 대상이 엇갈리는 사례도 있었다.

이번에 공시지가 전수조사에 들어간 것도 과거 그를 '캔디'로 언급하며 동변상련의 처지를 드러냈던 원희룡 지사의 전화 한 통에서 시작됐다고 했다. 조 구청장은 "작년에 공시지가 이의신청을 받았는데 7000여 건 중 1%만 받아들여지고 나머지는 수용되지 않았다"며 "그런데 왜 받아들여지지 않은 건지 이유도, 설명도 없어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때였다"고 말했다.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차에 전수조사를 같이 해 보자는 원 지사의 제안에 함께 조사를 벌인 게 지금의 결과다.

그는 "오세훈 시장이 공시가격 재조사를 추진하는 데 이어 전국에서 잇따라 뜻이 모아지고 있다"며 "불합리한 공시가에 대해 반드시 전국적인 재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구청장은 오 시장과의 인연이 깊다. 지난 2010년 오 시장이 민선 5기 시장 임기를 시작하면서 임명했던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조 구청장이었다. 당시 여성이 부시장이 임명된 게 최초 사례라 큰 이목이 모아졌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치러진 국민의힘 당내 경선에서 경쟁자로도 만났다.

오 시장이 이끄는 서울시와의 관계에 대해 조 구청장은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 정무부시장으로 오 시장과 3년간 호흡을 맞추면서 도시의 물질적인 총량이 아닌 가치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눴다"며 "창의적이고, 비전이 있는 분이라 서울 시민이 행복한 글로벌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서초구를 상대로 대법원에 제기한 '재산세감경조례' 무효확인 소송과 집행정지 소송도 취하될 것으로 기대했다. 다음은 조 구청장과의 일문일답.

"민생 퍼스트 펭귄 되고 싶다"

-최근 서초구내 공동주택 12만5294곳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공시지가 산정에 많은 문제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는데.

"올라도 너무 올랐다. 공시가 이의신청이 3년 새에 100배가 늘었다. 주민들이 이게 정상이냐, 세금 아닌 벌금이다. 죄인 취급하는 세금 폭탄에 못 살겠다며 분통을 터트리신다. 부당하고 원칙 없는 공시가 인상에 대한 거센 민심은 서초구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오락가락 공정하지 못한 기준에 근거한 세금 징수는 국민들의, 시민들의 돈을 도둑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어떠한 기준으로 어떻게 얼마만큼 공시가가 올랐는지 공시가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밝히고 전면 재조사해야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소 귀에 경읽기, 우이독경이다. 총리와 장관이 나서서 문제 없다고 하고 일부 지자체의 잘못된 사실에 근거한 주장이라며 생고집을 부리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집값이 떨어져도 세금은 더 가파르게 증가한다. 하루라도 빨리 올해 공시가격을 동결해야 한다."

-서초구의 조사 결과를 놓고 국토부가 두 차례 걸쳐 강하게 해명했다. 국토부의 주장에 대해 재차 반박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5일에 원희룡 지사님과 함께 불합리한 공시가격 사례에 대한 기자회견을 한 이후 바로 당일과 다음 날 연 이틀에 걸쳐 국토부에서 해명자료를 냈다. 한 마디로 기가 찼다. 국토부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짜맞추기식 변명에 불과하다. 본인들에게 유리한 아전인수 해명으로 억지를 쓰고 있다. 해명을 위한 기준과 잣대를 뜯어보면 엉뚱하기만 하다. 고통 받고 있는 국민에 대한 사과나 제도 개선 등 새로운 대안 제시는 일절 없었다. 공시가 산정을 위해 바로 옆 인접 아파트를 비교하는 게 아닌, 1㎞ 떨어진 초역세권 아파트거나 주변 여건이 전혀 다른 곳을 비교하는 엉뚱한 계산을 하기도 했다. 들쭉날쭉 엉터리 공시가격이 시민들에게 납득이 될 지 의구심이 든다. 부동산 공시법에 근거한 행정이라곤 하지만 지금처럼 정부 의도만으로 가혹한 세정을 펼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날 수 있다. 정부의 과세 행태는 도를 넘어도 한참 넘어섰다. 코로나19 속에서 고통 받는 국민들에게 무원칙한 엉터리 공시가격으로 세금 폭탄을 맞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세금이 아닌 벌금으로 불신만 더 키울 수 밖에 없다."

-서울시 자치구 내 유일한 야당 구청장으로 지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입성한 서울시와의 관계는 앞으로 어떨까.

"시민들에게 플러스되는 삶을 위해 함께 윈·윈하는 상생과 협력의 관계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오 시장과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 정무부시장으로 2년간 호흡을 맞추면서, 문화, 디자인, 한강르네상스, 여성행복 등 도시의 물질적 총량보다는 가치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눠왔다. 창의적이고, 비전이 있으신 분이라 서울이 시민이 행복한 글로벌 도시 서울로 한층 더 도약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동안 서초구에서 펼쳤던 공유어린이집, 1인 가구지원센터, 경부고속도로지하화, 동북권 제 4도심 조성'등의 정책들이 오 시장의 공약에도 포함돼있다. 향후 서울시정의 주요 정책과 비전에 있어도 중요한 방향키를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남은 임기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는.

"주민의 안전과 일상을 우선으로 챙기는 '민생 퍼스트 펭귄'이 되고 싶다는게 제 구정 철학이다. 또 약자와 동행하는 것, 2018년도에 전국 최초로 '밝은 미래국'을 만들었는데 어린이에게 흙수저, 금수저 없는 공정한 출발 기회, 사업 실패한 청장년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는 사업 등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AI(인공지능) 범죄 예방 시스템 같은 스마트 기술을 활용해 더 촘촘한 안전망을 짜서 주민과 시민의 안전에 사각지대가 없도록 하겠다."

[프로필]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전형적인 '강남 사모님' 스타일로 보여도 경북 청송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방직공장에서 일하던 부모님을 대신해 어린 동생을 돌봤다는 반전이 있는 조 구청장. 1961년생으로 이화여대 영문학과, 서울대 대학원(국문학 석사), 단국대 대학원(행정학 박사)을 졸업하고 경향신문 기자생활을 하다 청와대 비서관,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냈다.

☞공감언론 뉴시스 hach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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