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의 파격'은 없었다..'변화' 요구에 '안정'으로 답한 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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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국무총리를 포함한 5개 부처 개각과 청와대 개편을 동시에 단행했다.
문 대통령은 인사에 쇄신 의지를 담았다.
4ㆍ7 재ㆍ보궐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은 '문재인 정부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문 대통령은 정통 관료를 전면 배치하는 안전한 인사를 했다.
문 대통령은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를 청와대 방역기획관에 내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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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국무총리를 포함한 5개 부처 개각과 청와대 개편을 동시에 단행했다. 문 대통령은 인사에 쇄신 의지를 담았다. 비문재인계이자 대구·경북 출신인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총리로 지명한 것, 역시 비문계인 이철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청와대 정무수석에 기용한 것은 '더 넓게 듣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인사 내용은 '변화'보다 '안정'에 강조점이 찍힌 탓에 쇄신 효과가 바로 나타날지는 불분명하다. 4ㆍ7 재ㆍ보궐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은 '문재인 정부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문 대통령은 정통 관료를 전면 배치하는 안전한 인사를 했다. '깜짝' 또는 '파격'으로 여겨지는 인사는 전혀 없었고, 인사 폭도 크다고 볼 순 없는 수준이다.
TKㆍ비문 지명하며 '통합' 방점... 방역기획관 신설도
문 대통령은 오랜 고민 끝에 김부겸 후보자를 낙점해 '통합'과 '화합'을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지역주의 타파의 아이콘이면서 친문재인계가 아닌 비주류다.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4선 국회의원 출신의 통합형 정치인으로, 지역 구도의 극복, 사회 개혁, 국민 화합을 위해 헌신했다"고 김 후보자를 소개했다. 김 후보자도 "협치ㆍ포용ㆍ국민 통합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가감없이 대통령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 출신인 이철희 수석은 2019년 조국 사태 때 당청을 향해 "부끄럽다"고 일갈했고, 지난해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낡은 관행을 비판하며 재선 도전을 접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중 선임인 정무수석에 그를 발탁한 것은 '내부에서부터 쇄신의 채찍을 들겠다'는 메시지로 읽을 수 있다. 청와대가 밝힌 인사 이유도 "균형 잡힌 시각"과 "대안 제시 능력"이다. 이철희 수석은 취임 일성으로 "할 말은 하고, 아닌 것에 대해서는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참모가 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를 청와대 방역기획관에 내정했다. 방역기획관(비서관급)은 이번에 신설된 직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에 방점을 찍은 인사다.
靑 "안정적 마무리 동력 마련"…그런데 '쇄신'은 어디?
문 대통령은 국토교통부 장관에 노형욱 전 국무조정실장을, 고용노동부 장관에 안경덕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문승욱 현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을, 해양수산부 장관에 박준영 현 차관을 각각 지명했다. 4명 모두 행정고시 출신 관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지명된 임혜숙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만 유일한 여성이자 비(非)관료다.
문 대통령은 장관 후보자 검증 정국에서 악재가 돌출할 가능성을 차단하고 정권을 안정적으로 닫기 위해 관료·전문가 위주로 인선한 것으로 보인다. 유영민 실장도 인사의 콘셉트를 '노련함'으로 꼽았다.
청와대는 이번 인사가 "선거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요구를 겸허히 수용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물음표가 남는다. 민심은 '큰 폭의 정책 변화와 방향 전환'을 요구하는데, 문 대통령은 '정책 기조 유지'를 말하고 있어서다. 문 대통령은 "실질적 성과"로 민심에 답하겠다지만, 얼마나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편 장관 후보자 중 여성이 한 명뿐인 것은 또 다른 비판 지점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 '내각의 30%를 여성으로 채우겠다'고 공약했지만, 현재 여성 국무위원 비율은 22%에 그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노력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고 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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