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잃고, 엄마는 하루종일 돌아다녔다..여름도 겨울도

남형도 기자 입력 2021. 4. 1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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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빠가 아이를 잃었다.

스스로 선택한 죽음이었다.

확실한 이유를 밝히지 못한 채 죽음을 받아들이게 된단다.

낙인: 여전히 많은 이들이 스스로 선택한 죽음에 오해와 편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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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쉼터' 절실, 무서움과 외로움으로 집에 홀로 못 있어.."아픔 아는 이들끼리, 얘기할 수 있는 공간 필요"
극단적 선택으로 아들을 떠나보낸 어머니의 그림. 생기 넘치는 나무에서 채 익지도 못하고 떨어진 열매, 푸르른 세상에서 자신의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떠난 아들의 모습을 표현했다./사진=한국생명의전화

엄마와 아빠가 아이를 잃었다. 스스로 선택한 죽음이었다. 부모는 충격과 죄책감을 안은 채 남겨졌다.

남편이 출근한 뒤 아내는 집에 홀로 있지 못했다. 무서움과 외로움 때문이었다. 그를 뒤따라 나와 무작정 배회했다. 선글라스를 쓰고, 모자를 쓰고, 한강을 헤맸다. 멍하니 벤치에 앉아 울기도 했다. 하루종일 그리 다니다 남편이 퇴근할 시간이 되면 만나서 집에 들어갔다. 자녀를 상실한 뒤 마음의 힘듦, 처음엔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갑작스레 가까운 이들을 잃은, 유가족들을 위한 '쉼터'가 필요한 이유가 이렇다고 했다.

유가족들이 느끼는 네 가지 '감정'
한국생명의전화는 유가족들을 위한 지원센터를 마련해 돕고 있다. 매달 한 번씩 유가족 자조모임을 갖고, 애도과정 프로그램을 마련했으며, 사별 이후 감정변화 등 정보를 담은 책을 주고 있다. 심리적, 사회적 어려움과 죄책감, 고통에서 벗어나 일상을 되찾도록.

이에 따르면 유가족이 느끼는 감정은 네 가지 정도다.

죄책감: 고인이 숨지는 걸 막기 위해 '뭔가 할 수 있었을텐데', '했어야 했는데'라 생각하며 비난하는 거다. 만약 알아챘었다면, 만약 같이 있었다면, 하고 되돌리며 극심한 죄책감을 느낀다고 한다.

분노: 고인이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고, 어떤 도움도 요청하지 않은 것에 대해 '버림 받고 거절당했다'고 느껴 분노를 경험한다. 고인이 자신이 문제에 갇혀 주변을 생각하지 못하거나, 죽는 게 차라리 더 도움이 된다 생각하는 게 잘못된 생각이란 것이다.

왜 : 그런 죽음은 많은 의문을 남긴다. 주변 사람들은 숨진 이유에 대해 각기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 확실한 이유를 밝히지 못한 채 죽음을 받아들이게 된단다.

낙인: 여전히 많은 이들이 스스로 선택한 죽음에 오해와 편견을 갖고 있다. 유가족은 동정과 연민보다 비난과 비판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그런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 연락을 끊고 스스로 고립시키기도 한다.

유가족 '쉼터'가 필요하다
박인순 상담원(67)도 아이를 잃은 유가족이다. 2011년쯤이었다. 그 역시 누구에게 가서 말해야 할 지도 몰랐다. 처음 한국생명의전화서 유가족 상담을 받고 펑펑 울었다. 집에 돌아가면 마음이 다시 무너졌고, 그러면 또 얘기했다. 몇 번이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유가족 쉼터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 상담원은 "쉼터라는 게 먹고 자고 노는 게 아니라, 유가족들끼리 힘들 때 그래도 얘기하고 차라도 마실 수 있는 공간, 그렇게 일시적으로 회복될 수 있는 공간인 것"이라고 했다. 집에 홀로 못 있고, 그러면 안 된다고도 했다.

2013년쯤 박 상담원이 쉼터를 만들어보기도 했었다. 한계가 있었다. 잠실 인근에 교회 옥탑방을 빌렸었다. 몇 달이 안 돼 교회가 팔렸고, 공간이 사라졌다. 홀로 하기엔 힘들었다.

그러니 정부나 지자체서 지역마다 쉼터를 만들면 좋겠다고 했다. 자살예방센터나 유가족 지원센터는 있지만, 언제든 편히 나와서 유가족끼리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단 얘기다. 서로의 아픔을 아니 공감하고 응원할 수 있다.

박 상담원은 "유가족들은 누구에게도 이해 받지 못하고, 위로 받지 못하고, 혼자 외롭고 힘들어 한다"고 했다. 그래서 먼저 떠난 가족을 따라서 숨질 확률도 더 높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집에서만 홀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사랑하는 이는 떠났고, 유가족들이 언제까지나 슬픔 속에 머무를 순 없다. "여러분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 서로서로 연리목처럼 의지하고 지탱해주며 함께 살아가요.(박인순 상담원)" 그러니 이들을 위한 쉼터를 마련해주면 어떨지.

오래전부터 내 색깔은 무채색. 색을 드러내는 일이 참으로 어색했다. 색칠놀이를 시작하며 알록달록 색깔들이 내게 옷을 입혀주기 시작했다. - 8년 전 자녀와 사별한 '달려라 하늬'님이 그린 그림./사진=한국생명의전화 유가족 드로잉 작품집 '그리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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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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