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와 경제] 테슬라가 술 파는 게 인구 감소 때문?
내수 비중 낮은 한국 미래 불투명
편집자주
※우리 사회의 출생아 수 감소와 고령자 수 증가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만큼 빠릅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인구쇼크’가 눈 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미래가 예상되고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경제학자이자 인구 전문가의 눈으로 살펴보려 합니다.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한국일보>에 3주 단위로 토요일 연재합니다.
<18> 인구감소발 무한경쟁 시작
한정자원의 확보경쟁은 한층 치열한 법이다. 숫자가 적기에 더 빨리 더 많이 가지려는 경쟁구도가 성립된다. 공급이 제한된 재화의 숙명이다.
그렇다면 인구는 어떨까. 공급감소가 가격상승을 이끄는 건 인구에도 적용된다. 이론적으로는 ‘인구감소=몸값상승’이다. 저출산으로 일본의 청년 몸값이 뛴 배경이다.
경기회복의 외부 효과도 컸지만, 고용수준이 같다면 ‘청년감소=희귀자원’은 성립된다. 같은 맥락에서 2020년 사상초유의 자연감소(출생자-사망자=마이너스)를 보자. 아직은 버텨도 인구공급의 하락 여파가 거세질 건 당연하다. 인구감소는 곧 고객감소다. 줄어들었으니 한정자원에 가깝다. 기업으로선 인구감소 속 고객확보가 절체절명의 과제다.
만들면 팔리던 시절과 달리 지금은 발굴·설득해 고객을 늘려야 한다. 충성고객부터 잠재고객까지 모두 절실하다. 업종구분은 무의미해진다. 제조·유통·서비스의 영역파괴는 본격적이다. 무차별적인 전체경쟁의 시대다. 인구감소발 신풍경이다.
인구감소발 생존원칙 ‘고객 또 고객’
매스시대엔 공급이 수요를 정했다. 만들면 팔리던 세이(Say)의 법칙이다. 실제로 그럴까.
아쉽게도 현재는 수요가 공급을 정한다는 유효수요론이 더 먹힌다. 수요가 탄탄해야 공급도 수반된다는 얘기다. 인구경제학은 여기서 출발한다. ‘수요=인구’인 까닭이다. 인구감소는 수요감소를 뜻한다. 재화별로 수요변화는 다르나, 평균적 수요부족은 상식에 가깝다.
벚꽃엔딩으로 불린 2021년 지방대학 미달사태가 증거다. 공급(학령인구)이 줄어 수요(입학정원)에 펑크가 났다. 거점대학마저 9개 중 8개가 미달이다. 비단 지방대학만의 일일까.
힌트 없는 변화란 없다. 고객증발은 시작됐다. 저출산(청년감소)과 고령화(노년증가)의 양방향이다. 고령화의 경우 당장은 숫자·비중 증가가 계속되나, 곧 다사(多死)사회로 진입하기에 길게는 덩치축소가 예상된다.
당면이슈는 역시 저출산발 인구·고객·소비감소의 우려다. 이는 현역 세대 전반을 아우르는 묵직한 수요감소를 뜻한다. 15~64세인 생산가능인구의 하향반전(2018년) 이래 경제허리는 빈약해졌다. 올해만 해도 40만 명(진입인구)이 보태지고 80만 명(제외인구)이 빠지니 당연지사다.
출생아 수 정점인 1971년생(102만 명)도 벌써 50줄에 들어섰다. 특히 MZ세대인 생산가능인구의 하단그룹은 급감했다. 인구유지선(출산율 2.1명)을 깬 1983년생 이래 지금껏 인구위기선(1.3명)은커녕 개념조차 없는 1명 밑의 0명대만 벌써 3년째다(2020년 0.84명). 작년 출생아 수는 27만 명까지 줄었다. 충격적 저출산은 고객·소비축소가 전체 연령에 미칠 수밖에 없는 강력한 경고신호다.
테슬라와 아마존의 ‘낯선 도전 큰 의미’
지방대학의 벚꽃엔딩에서 교훈을 찾을 때다. 인구충격에 맞설 생존·성장전략의 수립은 필수다. 루트는 단순하다. 인구감소에 맞선 고객 확대뿐이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이때 유효한 샘플이 테슬라와 아마존이다.
이들의 고객확보용 혁신실험의 파장이 심상찮다. 2020년 테슬라는 술까지 사업모델에 편입했다. 자동차 메이커와 술은 부딪히는 키워드다. 그럼에도 ‘테슬라 데킬라’를 내놨고, 인기리에 판매된다. 직접생산은 아니나 테슬라 브랜드로 팔려 사실상 영역 확장이다. 실은 이미 의류·텀블러·우산 등 생활잡화부터 금융영역인 보험까지 라인업에 넣었다. 말 많던 보험은 간편·저가를 내세워 클릭 3회로 가입을 끝내 관심을 받았다. 사명에서도 모터스를 뺐다. 이(異)업종으로의 보폭 확대를 통해 고객선점·연결수요를 노렸다.
이를 시장은 ‘테크노믹스(Technomics)’라 한다. 달라진 기술이 새로운 경제를 열어젖힌다는 평가다. 네트워크를 품은 플랫폼 BM의 확장력에 올라타 소수고객의 다양한 추가수요를 장악하려는 시도다. 본업을 넘어 고객이 필요한 건 모두 끌어와 팔겠다는 식이다. 결국 룰은 전체 참가형 무한경쟁으로 요약된다. 산업·업종별 상호영역을 지켜줬던 과거 체제는 꽤 퇴색됐다.
아마존의 고객 확보는 더 다각적이다. 규모·범위의 경제실현을 위해 수직계열 이상의 수평확장을 지향한다. 내버려둔 산토끼조차 인구감소 시대엔 집토끼만큼 소중한 존재인 탓이다. 장점인 신기술을 내세워 팬덤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고객이 늘수록 상호 영향을 주거나 주변 수요가 커지는 연결구매를 노렸다.
창업도 폐업도 쉬워진 시대답게 아마존의 무차별적 신도전은 일상적이다. 편리·가격의 고객맞춤을 통해 저절로 사도록 구매허들을 낮춰주는 방식이다. 때문에 아마존은 더는 IT기반의 유통업체에 머물지 않는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30%의 성장률은 고객발굴의 파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로써 아마존은 무한 식성의 거대 공룡이 됐다.
처음엔 큐레이션 특화서비스를 통한 오프라인 매장(아마존북스) 정도였지만, 지금은 전자기기·가정용품·의류·여행·식자재 등 안 팔고 못 파는 게 없는 온라인 백화점이 됐다. 온라인 유통을 넘어 오프라인의 물류·제조도 아우른다. B2B·B2C 등 산업영역을 초월한 사업다각화다. 결국 아마존은 2018년 말 기준 직접 출시한 135개의 PL(자체브랜드)을 보유했다. 독점계약까지 더하면 500개에 육박한다. 온라인의 파워에 확장적 M&A가 더해진 행보는 기존 업체로선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특정산업이 아마존 진출로 위기에 직면하는 걸 ‘아마존되다(Amazoned)’라고 부를 정도로 거침없다.
무한경쟁 본격화 ‘인구감소 vs 고객확대’
고객확보용 무한경쟁은 냉엄한 현실 이슈다. 업종초월의 무한경쟁은 불가피한 트렌드다. 신기술 기반의 혁신적 수요창출은 대세가 됐다. 인구변화발 고객감소가 한창인 초고령사회 일본도 비슷한 처지다.
아마존의 출사표가 내수시장을 뒤흔들었다. 내수비중(GDP 대비 85%)이 큰 일본의 경쟁사로선 심각한 위협이다. 그러면서 닮는다. 제조 메이커가 고객서비스를 늘리고, 유통점포가 직접제조에 나서며, 서비스업체가 제품·유통에 뛰어든다. 보호받던 전공정·후공정의 영역파괴 앞에 ‘제조+유통+서비스’의 전체 참가형 경쟁구도는 확대된다.
줄어든 집토끼·산토끼 모두를 잡아야 할 환경인 까닭이다. 가성비·가심비와 스토리까지 내걸며 가장 만족스런 소비효과를 증명해줘야 할 기로에 섰다. 사례는 많다. 쌀집이 식자재를 팔다 점포까지 나눠 레스토랑을 병설한 아코메야, 책방이 생활용품에 전문 컨설팅까지 연결한 츠타야서점, 슈퍼마켓이 시식공간을 넓혀 식당까지 개업한 이온리테일 등이 그렇다. 고객접점이 넓은 편의점은 반찬·고기 판매를 넘어 아예 피트니스센터·코인세탁·자전거 공유·간병상담까지 진출했다.
무한경쟁의 포인트는 하나로 압축된다. 줄어들고 달라진 고객 니즈의 발굴·제안이다. 이에 맞선 주된 대응체계가 업종파괴인 것이다. 위기극복용 대응카드란 점에서 시비 논쟁보다는 현상 자체에 주목하는 게 좋다.
단 과유불급은 걱정스럽다. 독점횡포를 막는 기존 산업 보호체계는 필요하다. 자본력만 내세운 무분별한 신규 도전도 경계된다. 앞의 선행사례는 문어발 식과는 다소 구분된다. 즉 신규진출·업종전환의 방향은 독자행보보다 합종연횡에 가깝다. 이전투구보다 충성고객 확보라는 본질에 주목했다.
한국처럼 내수·서비스 비중이 낮다면 특히 한 치 앞이 불투명하다. 동맹이든 경쟁이든 기존 방식의 혁파와 상상초월의 경쟁은 예고됐다. 확실한 건 딱 하나다. 시작된 인구변화와 줄어든 고객 숫자가 그렇다. 고민은 여기서 비롯되는 게 옳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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