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정책, 日과 정상회담에서 마무리"
청와대는 미·일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5일 밤 10시 35분쯤 예정에 없던 서면 브리핑을 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 후 첫 한·미 정상회담이 ‘5월 후반기’에 열린다는 내용이었다. 날짜를 확정하지 못한 정상회담을 한 달 이상 남겨놓고 발표하는 경우는 외교적으로 극히 드물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6일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에서 “한·미 간 핵심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전략적 소통과 공조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지만 “회담 의제는 아직 협의가 전혀 안 돼 있다”고 했다. 정상회담의 가장 기본인 일정·의제 조율이 끝나지 않은 단계에서 일단 ‘우리도 미국과 만난다’고 발표부터 한 것이다.
이 같은 청와대의 이례적 행보는 우리보다 한 달 이상 앞서 열리는 미·일 회담을 의식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최근 미·일 관계는 신(新)밀월 수준으로 격상되고 있는 반면,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다가 미국 조야에서 ‘우리 편이 맞느냐'는 의심을 받는 상황이다.
◇대북 정책 마무리도 日과 하겠다는 美
이날 워싱턴에서 들려온 소식들은 이 같은 우려가 현실이 돼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미 행정부 고위 관리는 15일(현지 시각) 미·일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에서 “일본과 한국의 관계가 현재의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우려스럽고 고통스럽기까지 하다”며 “(한·일) 갈등은 동북아에서 우리의 모든 역량이 효과적으로 발휘되는 것을 방해한다”고 했다.
외교가에선 한동안 잠잠했던 한·일 갈등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를 계기로 표면화하는 시점에 이 같은 언급이 나온 데 주목하는 분위기다. 앞서 미국은 일본의 방류 결정에 대해 “국제 안전 기준에 따랐다” “투명한 일 처리에 감사한다”며 사실상 지지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이 관리는 또 “대북 정책 재검토 작업의 완성이 가까워졌다”며 “(그동안) 일본 측의 의견을 청취해 왔지만 아직 두 정상이 마무리 손질(finishing touches)할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약 3개월간 이어진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 재검토 작업을 이번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마무리 짓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한국의 운명과 직결된 미국의 대북 정책이 일본과의 회담 후 확정된다면 한국 외교의 실패”라고 했다.
◇현안 한가득인데 靑 “협의 전혀 못해”
청와대와 외교 당국으로선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해외 정상으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를 초청해 미·일 밀월을 과시하는 것도 신경 쓰이지만, 당장 ‘발등의 불’인 화이자·모더나 등 미국산 코로나 백신 수급에서 미측의 지지와 협조를 받아내는 게 급선무다.
하지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백신 수급 문제가 회담 의제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앞으로 구체적 일정과 의제 배분 등을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가 의제가 되느냐’는 질문에도 “지금 단계에서 뭐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했다.
앞으로 본격화할 의제 조율 과정도 만만치 않은 외교적 도전이 될 전망이다. 미측은 한국에 중국 견제 목적의 연합체인 ‘쿼드(미·일·호주·인도) 플러스’ 참여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한국에 쿼드 참여를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한국은 확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중국 견제 차원에서 추진하는 민주주의 진영의 ‘반도체 공급망’에 한국이 참여하는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제주서 불법 숙박업 혐의, 문다혜 검찰 송치
- ‘한동훈’ 이름으로 尹 비난 글 올린 작성자, 유튜버에 고발당해
- “노숙자 시절, 책 선물해준 은인 찾아요”… 베스트셀러 작가의 사연
- Tteokbokki festival kicks off in Korea’s gochujang hub
- 尹 대통령, 페루 도착...APEC 정상회의 일정 시작
- 男아이돌, 사생팬에 폭행당해…차량 위치추적기도 발견
- ‘성남 야탑역 살인예고글’ 게시자 검거…”익명 사이트 홍보 자작극”
- “단속 안 걸려” 환전 앱 활용한 70억대 ‘불법 홀덤도박장’ 적발
- KAIST 4족 로봇, 마라톤 풀코스 뛴다
- “무보수로 주 80시간 일할 초고지능 인재 찾아요” 머스크 정부효율부 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