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장서 새벽부터 15시간 일하고 최저임금도 못 받았다"
대학생 김정윤씨는 보궐선거가 있던 지난 7일 서울 시내의 한 투표소에서 선거 관리 투표 사무원 아르바이트에 지원했다. 투표 안내, 방역을 위한 발열 체크 등 선거 진행을 위한 각종 잡무를 맡았다. 김씨가 이날 오전 5시에 출근해 오후 8시까지 15시간 동안 투표소에서 일하고 수당은 11만1000원. 기본 수당 5만원에 사례금이란 명목으로 4만원, 그리고 하루 세끼 식대로 2만1000원을 합친 금액이었다.
그러나 노동시간당 금액으로 환산하면 시간당 7400원. 올해 적용되는 최저임금 8720원은 물론, 현 정부 출범 후에 크게 오른 2018년 수준(7530원)에도 못 미치는 수당이다. 김씨는 “정치학을 전공하는 학생 처지에서 현장을 경험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라서 돈 벌려고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최저임금보다 적게 주는 건 너무하다”며 “특히 최저임금 인상을 대표 업적으로 내세우는 정부에서 이러는 것도 ‘내로남불’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최저임금법을 적용했을 때 김씨가 받아야 할 정당한 수당은 20만원 안팎이다. 기본 수당 외에 8시간 이상 근무할 경우 시간당 50% 초과 수당을 지급해야 하고, 교통비·식비 등은 기타 수당으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최저임금 이하 수당이 지급된다는 사실을 미리 공지하기 때문에 투표 사무원들이 수당에 묵시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이런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최저임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 노동계 의견이다.
게다가 아르바이트생만 이런 수당을 받는 게 아니다. 선거 때마다 투·개표 관리 사무원으로 동원되는 지자체 공무원들도 14~16시간씩 일하고 같은 수당만 받는다. 이번 재보궐선거처럼 평일에 치르는 선거라고 해도 평소보다 장시간 근무하는 데다, 본인 업무를 대체할 인력이 없어 결국 초과 근무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휴일 근무와 다를 바 없다. 이 때문에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선거를 앞둔 지난달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전공노는 “선거 사무에 동원된 공무원들은 최저임금 절반 수준의 수당만 받고 일할 뿐 아니라 식사 및 휴게 시간도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대체 휴무도 보장받지 못한다”며 “최저임금법은 물론, 근로기준법도 명백히 무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 정부 들어서 소득 주도 성장이란 명분 아래 최저임금을 매년 급격하게 인상했지만, 선거 관리 사무원 수당은 제자리걸음이나 마찬가지였다. 2019년 국정감사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병관 의원이 이 문제를 지적했지만 달라진 게 없었다.
선관위는 이런 수당 지급이 위법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투표 사무원에게 지급하는 수당은 선거관리위원회법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지급하는 것으로 최저임금법 적용 대상의 예외로 취급되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관위가 수당을 정하는 건 사실이지만, 우리도 기획재정부에서 책정한 예산 한도 내에서 지급할 수밖에 없다”며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수당을 현실화하기 위해 기재부에 지속적으로 예산 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나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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