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질책에 분명히 답하겠다"

안준용 기자 2021. 4. 1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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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에 김부겸.. 黨政靑 개편
靑 정무 이철희, 사회 이태한, 與 원내대표엔 친문 윤호중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가 16일 오후 청문회 임시 사무실이 차려질 서울 종로구 금융연수원에서 국무총리 후보 지명에 관련한 발언 뒤 차량으로 몰고 이동하고 있다. 2021.04.16.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정세균 국무총리 후임에 김부겸(63)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명하고, 국토교통부 등 5개 부처 개각(改閣)을 했다. 또 청와대 정무·사회수석과 대변인을 교체하는 등 청와대 참모진도 개편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이날 새 원내대표에 친문(親文) 핵심인 4선(選) 윤호중 의원이 선출됐다. 민주당의 4·7 재·보선 참패 9일 만에 당·정·청(黨政靑)이 내부 개편에 나선 것이다. 정부·청와대 고위직은 대부분 안정·관리형 인사로 채워졌고, 여당 새 원내 사령탑은 이해찬계 친문 핵심이 맡게 됐다.

김부겸 총리 후보자는 경북 상주 출신으로 경기 군포와 대구에서 4선 의원을 지냈다. 김 후보자 지명은 앞서 이낙연·정세균 총리가 호남 출신인 점 등을 고려해 지역 균형과 정국 안정에 방점을 둔 인사라는 분석이다. 김 후보자는 이날 인사 발표 후 “4·7 재·보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질책에 분명히 답하겠다”며 “더 낮은 자세로 국정을 쇄신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시한부’로 장관직을 수행해온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임에는 노형욱 전 국무조정실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엔 여성인 임혜숙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을 내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는 문승욱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 고용노동부 장관엔 안경덕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 해양수산부 장관엔 박준영 현 차관을 발탁했다. 민주당 출신 인사들을 주로 장관에 기용했던 과거 인사와 달리 이번엔 대부분 관료와 전문가 그룹으로 내각을 교체했다. 총리·장관 후보자들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이철희 신임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이 16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04.16. scchoo@newsis.com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이날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에 이철희 전 민주당 의원, 사회수석에 이태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상임감사, 대변인엔 박경미 교육비서관을 각각 임명했다.

청와대와 정부가 ‘임기 말 국정 안정’에 방점을 둔 전문가·관료 위주 인사를 한 가운데 이날 민주당 의원총회에선 ‘친문’ 윤호중 의원이 3선 박완주 의원을 누르고 새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개혁의 바퀴를 여기서 멈춰선 안 된다”며 “검찰·언론 개혁 등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부동산·소주성 비판했지만… 김부겸, 제 목소리 낼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 세 번째 국무총리로 지명된 김부겸 후보자는 16일 “남은 1년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일자리와 경제, 민생”이라며 “현장 목소리를 가감 없이 대통령에게 전달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총리에 지명되고 임시 사무실이 마련된 금융감독원 연수원 앞에서 “성찰할 것은 성찰하고 혁신할 것은 혁신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부동산 정책 등 국민의 따가운 질책에 원칙을 세워 쇄신하겠다”며 “협치와 포용, 국민 통합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이고, 야당에 협조 구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했다.

與 4선 출신… 지역주의 극복의 상징

더불어민주당 4선(選) 의원 출신인 김 후보자는 여권 내 대구·경북(TK)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다. 2016년 20대 총선 때 대구 수성갑에서 당선돼 민주당 내 ‘지역주의 극복’의 상징으로도 꼽혔다.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초·중·고를 나왔고, 서울대 정치학과 재학 때 유신(維新) 반대 운동 등을 주도하며 구속·제적과 복학을 오갔다.

2012·2017년 대선 때 문재인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지만, 정치 성향은 강성 친문과는 달리 ‘온건 개혁’을 추구하는 중도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 대통령이 이낙연(전남)·정세균 총리(전북)에 이어 이번엔 영남 출신이자 여야 인사들과 두루 원만한 ‘임기 말 통합·화합형 총리’로 김 후보자를 낙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靑 “타협 중시하는 통합형 정치인”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김 후보자와 관련, “통합형 정치인으로 지역 구도 극복 등을 위해 헌신해왔고, 대화·타협을 중시하는 온화하고 합리적인 분”이라며 “코로나 극복, 부동산 부패 청산 등 지난 선거에서 보여준 국민 요구를 해결할 적임자”라고 했다.

김 후보자는 정부·여당의 실책에 관해선 내부 비판도 주저하지 않아 야권에서도 대체로 ‘합리적 인사’란 평가를 받아왔다. 그는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과 관련, “특정 지역 핀셋 규제로 문제를 풀려고 했던 것은 판단 부족이었다”고 했다. ‘소득 주도 성장’과 관련해선 “소주성과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성장기와 맞물려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며 “결과적으로 ‘을(乙)과 을의 전쟁’을 만들었다는 지적을 받게 돼 뼈아프다”고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임기가 1년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 원내 지도부가 다시 윤호중 원내대표 등 친문 중심으로 꾸려지면서 총리 주도의 전면 쇄신과 정책 기조 전환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 과정에서 당·정(黨政) 갈등이 분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일각에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번 총리 지명이 호남 민심에 악재가 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부산·경남(PK) 출신 대통령에 대구·경북 출신 총리가 호남 표심에 긍정적이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홍남기 후임으론 구윤철 유력

김 후보자는 1991년 3당 합당에 반대해 잔류한 ‘꼬마민주당’에서 부대변인을 맡아 당시 노무현 대변인 등과 함께 일했다. 2000년 16대 총선 때 경기 군포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당선됐지만,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취임 후 탈당해 열린우리당 창당에 합류했다. 당시 이부영·김영춘 의원 등과 함께 ‘독수리 5형제’로 불렸다. 16·17·18대 의원과 당 최고위원(2012년)을 지냈지만, 대구로 기반을 옮긴 뒤 2012년 총선,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서 잇따라 낙선했다. 이후 2016년 총선 때 대구 수성갑에 다시 도전해 당선됐다. 대구에서 민주당 진영 후보가 당선된 것은 31년 만이었다.

‘대권 잠룡’으로 떠올랐던 김 후보자는 2017년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다시 문재인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이후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에 임명됐다. 장관 퇴임 후 출마한 작년 4월 총선에선 낙선했고, 8월 당대표 선거에선 이낙연 전 대표에게 패했다. 당시 ‘반일 종족주의’ 저자인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가 처남이란 이유로 강성 여권 지지자들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임명 동의 절차를 거쳐 임명된다. 총리 임명 전까진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총리 직무를 대행한다. 이를 위해 일단 유임된 것으로 알려진 홍 부총리 후임으로는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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