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못 차리게 맛있네” 태영호도 반한 로제 떡볶이 열풍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2021. 4. 1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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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이거 진짜 맛있어요. 진짜 중독성이 있네. 한번 먹으니 계속 먹게 되네.”

서울시장 보궐선거 하루 전인 지난 6일 저녁, 주영 북한 공사 출신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유튜브에서 떡볶이를 연신 젓가락으로 집어 들었다. 이날 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좌진이 ‘이번 선거의 관건은 20대 표심을 잡는 것’이라며 나에게 20대들이 좋아하는 ‘로제 떡볶이’를 먹으며 방송하는 ‘먹방(먹는 방송) 소통 라이브’까지 시켰다”고 밝혔다.

6일 유튜브에서 '로제 떡볶이 먹방'을 하는 태영호 의원(위)와 로제 떡볶이./유튜브·배떡

보수 야당 의원이 젊은 유권자와 소통하기 위한 먹방의 메뉴로 선택할 만큼 로제 떡볶이의 인기가 폭발적이다. 로제 떡볶이는 고추장·고춧가루가 주 재료인 일반 떡볶이 양념에 크림·우유를 넣어 만든 로제 소스(rose sauce)에 버무린 떡볶이를 말한다.

로제 소스는 본래 서양 음식에서 왔다. 토마토 소스와 크림을 섞으면 발그스름한 주홍빛이 되는데, 여기에 분홍색을 뜻하는 프랑스어 로제를 붙여 로제 소스라고 부르게 됐다. 여러 요리에 두루 쓰이지만 특히 스파게티 등 이탈리아 파스타에 즐겨 사용되는 소스로, 토마토의 새콤달콤한 맛과 크림의 고소한 맛이 어우러져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다.

몇 해 전부터 파스타 대신 떡볶이 떡을 넣은 로제 떡볶이가 등장하더니, 최근 토마토 소스를 고추장(고춧가루) 양념으로 대체한 한국형 로제 소스가 탄생했고 이를 이용한 로제 떡볶이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기존 로제 소스와 헷갈린다”며 ‘K로제’라고 명명했다.

K로제는 동서양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한국인 입맛에 딱이라는 평가다. 식품공학자 최낙언씨는 “크림의 유지방이 고춧가루·고추장의 매운맛을 완화시켜줄 뿐 아니라, 단순히 맵고 달기만 한 떡볶이에 크림이 더해지면서 보다 풍성한 맛으로 변신하면서 사랑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 당면과 분모자(粉耗子)의 역할도 컸다. ‘로제 떡볶이의 주인공은 떡볶이 떡이 아니라 중국 당면과 분모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중국 당면은 원래 이름이 ‘훠궈둔펀(火鍋炖粉)’으로, 훠궈와 마라탕이 유행하면서 국내 기존 당면과 구분해 중국 당면으로 불린다. 폭이 넓어 ‘넙적 당면’이라 부르기도 한다. 중국에서 ‘펀하오쯔’라고 부르는 분모자는 중국 동부지방에서 즐겨 먹는 가래떡처럼 굵고 기다란 당면.

중국 당면과 분모자 둘 다 고무처럼 쫄깃쫄깃한 식감이 특징으로, 꾸덕꾸덕한 로제 소스와 찰떡궁합이다. 덕분에 로제 떡볶이 주문할 때 반드시 추가하는 필수 옵션으로 자리 잡으며 로제 떡볶이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로제 떡볶이는 해외에서도 관심을 보인다. 로제 떡볶이 먹방 영상에 해외 네티즌들도 “맛있어 보인다” “한국에 직접 가서 먹어보고 싶다” 등의 댓글을 수두룩하게 달았다. 한편 K로제는 떡볶이를 넘어 닭갈비, 닭발 등 메뉴로 활동 영역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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