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문화 '국수주의적 시각' 경계 문화 유사성 수입..지평 넓혀야

강구열 2021. 4. 1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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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의 세계적인 성공을 떠올리며 다음의 주장을 음미해보자.

"한국인이 세계 무대에서 성공을 거두면 그것이 곧바로 한국의 자랑이 되고 한국의 우수함을 증명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시대에 뒤진 생각이다."

한 가지 혹은 몇 가지 특성으로 한국문화를 규정하면 그것 외에는 한국문화의 지평에서 사라지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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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석산/열린책들/1만5000원
한국적인 것은 없다-국뽕시대를 넘어서/탁석산/열린책들/1만5000원

방탄소년단의 세계적인 성공을 떠올리며 다음의 주장을 음미해보자.

“한국인이 세계 무대에서 성공을 거두면 그것이 곧바로 한국의 자랑이 되고 한국의 우수함을 증명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시대에 뒤진 생각이다.”

‘활 잘 쏘는 한민족’이란 믿음의 시원 격인 주몽신화에 대한 이런 평가는 어떨까.

“고구려 건국 신화는 프랑스에서 고구려에 이르는 중앙유라시아 지역의 공통된 신화라는 것이다. 활은 최초의 이야기에 등장하며 줄곧 계속되고 이야기의 핵심 요소도 변형되거나 불완전하기는 해도 유지된다고 한다.”

철학자 탁석산의 책은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할 만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일반적으로 공유하는 생각에 딴지를 걸고, 상식처럼 여겨지는 것을 반박한다.

‘한국적인 것은 없다’는 도발적인 제목 자체가 노골적으로 드러내듯 저자는 전체를 관통하는 공통성, 전통이라 불리는 우리만의 어떤 것을 불신한다. 그것은 우리 사회에서 종종 드러나는 결벽증이자 소위 ‘국뽕’일 뿐이다.

이런 시각을 잘 드러내는 것이 “나는 단지 내가 발붙이고 사는 이곳이 좀 더 편안하고 풍요로워지길 원하기에 제안을 하려는 것뿐”이라며 책의 목적을 설명하며 그 제안을 “문화에서 수출보다는 수입이 관건”이라고 밝힌 부분이다. 그는 “우리 문화 형성은 다른 문화를 받아들여 우리 것으로 만들고 그 문화가 또 다른 문화에 의해 대체되는 과정을 반복하는 과정이었다”고 정리한다. 이어 “모든 시대의 문화를 관통하는 공통의 것이 있다는 것은 상정하기 어렵다”고 단언한다. 조선의 건국이 불교를 대체할 사상으로 성리학을 수입함으로써 가능했고, 후기에 이르기까지 성리학에만 매달리다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지 못해 식민지로 떨어졌던 것이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역사적 사례다.

따라서 전통 속에서 한국만의 독자성을 확인하려는 것은 ‘궁색한 시도’이며 ‘왜소한 시대’의 산물이다. 한 가지 혹은 몇 가지 특성으로 한국문화를 규정하면 그것 외에는 한국문화의 지평에서 사라지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대신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 제안한 ‘가족 유사성’이란 개념을 적용해 우리 문화를 들여다볼 것을 제안한다. 가족 유사성은 가족 구성원이 몸집, 용모, 눈 색깔, 걸음걸이 등에서 닮은 것처럼 보이지만 부분으로 겹칠 뿐 공통적으로 동일한 것은 아니듯이 다름과 같음을 모두 포용해 비슷함을 만들어 내고 동시에 구별짓기도 한다.

다른 문화의 수입은 절대 부정적인 것이 아니다. “소화, 흡수하여 독창의 영양으로 삼으면” 문제될 것이 없다. 저자는 한국의 1세대 미술사학자로 꼽히는 고유섭의 견해를 제시하며 문화 수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고유섭은 문화를 받아들이는 시기를 창조기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역의 많은 우수한 문화를 이어받을 수 있고 또 얻어 들일 수 있었던 과거를 행복했었다고 하면서 비극은 오히려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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