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과 불 만나 아름다움 탄생.. 가마터 기운도 흠뻑!
수도권에서 명당 가마터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있다. 한국의 대표적 도자(陶瓷)도시이자 2019년 유네스코 창의도시(도자기 공예 부문)로 선정된 경기 이천시의 가마터다.
특히 수광리의 오름가마는 우리나라 근현대의 가마 제작 기술을 잘 보여주는 곳이다. 야트막한 산자락 경사진 곳에다 계단식으로 줄지어 12칸 가마를 만들어 놓은 이 오름가마(등록문화재 제657호)는 근대에 세워진 요지로는 보기 드물게 명당 터에 자리 잡고 있다. 지금도 땅에서 솟아나는 생기(生氣)를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이 가마는 1963년 고(故) 조소수 광주요 설립자가 조선 왕실에 진상하던 관요(官窯)의 전통을 잇기 위해 설립한 것이라고 한다. 설립자의 아들인 조태권 광주요 회장은 “선친이 일제강점기의 문화말살 정책으로 명맥이 끊어지다시피 한 조선 도자기를 재현하기 위해 원래 있던 이 가마터를 찾아 전통 그대로 재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 명당 가마터에서 명품 도자기 나와
사기막골 도예촌은 ‘사기그릇을 굽는 막(幕)이 있던 골짜기 마을’이라는 뜻이다. 지명답게 이곳은 산제당골산 골짜기를 따라 여러 공방이 옹기종기 들어서 있다.
마을의 규모가 크지 않아 반나절 정도면 이 일대를 여유 있게 돌아볼 수 있다. 어슷비슷한 전통 가마를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또 전통 가마터란 산에서 땔감이 풍부하게 나고, 골짜기를 따라 부는 바람의 방향이 좋으며, 좋은 토질을 갖춘 곳에 자리 잡아야 한다는 점을 실감나게 해주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곳 가마터는 대개 인위적으로 경사면을 조성한 뒤 오름식 가마를 하고 있다는 점이 다소 아쉽기는 하다.
역사적으로 우리의 전통 가마터는 한결같이 자연 그대로의 명당 터에 조성돼 왔다. 충북 진천 산수리의 ‘백제 요지’, 경남 창녕의 가야 시대 대형 가마터, 전남 해남의 고려청자 가마터, 전국 곳곳에 산재한 조선시대 백자 가마터 등이 대부분 그런 명당에 자리 잡고 있다. 정유재란 당시 일본에 끌려간 조선 도공 심수관가(家)의 가마터 또한 명당에 조성돼 있는 점도 이를 증명한다. 규슈(九州) 남단 가고시마(鹿兒島)현 미야마(美山) 마을에 있는 이 가마터는 일본을 세계적 도자기 강국으로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했는데, 지금도 조선식 오름가마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전통 가마터 여행은 도자기 예술을 즐기는 동시에 명당 기운을 체험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 도자 관광 산업의 메카, 예스파크
마을이 워낙 크다 보니 하루를 다 써도 전체를 둘러보기가 어렵다. 마을 입구에서 한옥으로 꾸민 관광안내소에 들러 답사 계획을 짜는 게 좋다. 관광안내소에서는 테마별로 가마마을, 회랑마을, 별마을, 사부작마을 등 4개의 소마을에 분산 배치된 각 공방들의 특징과 체험 프로그램 정보를 구할 수 있다.
마을 지도를 들고 거리로 나서면 서구식 세련된 건물들과 전후좌우로 반듯하고도 깨끗한 도로가 이국적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특히 예술가들이 취향에 따라 독특하게 지은 건물들은 눈요깃거리다.
예스파크에서는 각 마을마다 도자기 명장들이 빚어낸 명품 도자기를 찾아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도자기는 그 자체의 성분과 함께 작가의 정성과 혼이 들어간 ‘기물(氣物·기운이 담긴 물건)’이라고 할 수 있다. 기운이 밴 도자기일수록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일찌감치 조선의 도자기를 흠모해온 일본인들은 이런 기운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특히 차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은 가마에서 깨지지 않고 변형된 채로 구워진 다완(茶碗·찻사발)일수록 높게 평가한다. 가마의 뜨거운 기운까지 버텨낸 다완은 그만큼 강력한 기운이 배어 있다는 믿음에서다. 이천시의 전통 도예촌은 한때이런 도자기를 구하려는 일본인 관광객들로 넘쳐났을 정도다.
도자기의 기운은 풍수에도 이용할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은 일찌감치 도자기를 공간의 기운을 보충하는 ‘비보(裨補·모자라는 것을 채움)’ 풍수 소품으로 활용해 왔다. 사대부집 사랑방과 안채 등에 장식한 청자나 백자는 예술품 감상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자기의 기운으로 실내의 공간 기운을 보충하려는 풍수적 조치이기도 했다. 이천의 도자기 마을로 여행가면 마음이 가는 도자기 하나쯤 구해 집 안에 장식해 보기를 추천한다.
이천=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풍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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