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페미니즘 선봉 조던 피터슨 교수 "2030 男性이 내게 열광한다"
질서 너머
조던 피터슨 지음|김한영 옮김|웅진지식하우스|460쪽|1만7800원
조던 피터슨(59)은 ‘현상'이다. 그의 책 예약 구매자의 80%, 정식 출간 이후 누적 구매자의 66%(교보문고)가 남성이다. 20대 남성이 23.5%로 가장 많다. 여성이 주도하는 국내 출판 시장에서는 ‘검은 백조’ 같은 존재다. 신간 ‘질서 너머’는 출간 이후 3주 동안 국내 주요 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5만부 이상 팔렸다. 한 출판계 관계자는 “저자가 반(反)페미니즘 선봉에 선 지성인으로 알려져 있다 보니 2030 남성 위주로 인기가 많다”며 “일부 국내 남성 독자는 ’82년생 김지영'보다 많이 팔려야 한다며 소셜미디어 등에서 홍보를 하고 있을 정도”라고 했다.
그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지친 2030 남성의 대변자로 자리매김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전작 ‘12가지 인생의 법칙'에서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하라”고 했던 그는 신작에서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지 말라”고 한다. 따르고 싶지 않은 ‘정치적 올바름’은 따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그를 최근 줌 인터뷰로 만났다. 그는 “나는 약자를 대변해서 욕을 먹는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약자는 2030 남성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당신을 공격하는 사람이 많다.
“난 약자를 대변한다. 대부분 그래서 비난받는다. 내가 말하는 ‘약자(dispossessed·빼앗긴 자들)’란 정치적 올바름이 지배하는 세상 때문에 유감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500만부 이상 나간 전작 ’12가지 인생의 법칙'은 국내에서 30만부 이상 팔렸다. 한국 남성 독자가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특정 독자층을 생각하고 책을 쓰지 않았다. 문화가 다른 한국에서 남성 독자가 내 책을 많이 읽는다는 건 내게도 흥미롭다. 남성들에게 ‘네 꿈을 이뤄도 돼’라고 말해주는 메시지가 먹히는 것이라 추측한다. 일각에서는 ‘약탈적이고 위계적인 남성적 문화’가 현대사회를 지배하고, 모든 남자는 자라나서 폭군 같은 가부장이 될 거라 공격한다. 터무니없을뿐더러 위험한 주장이다.”
–한국에서 남혐·여혐 현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
“먼저, 여자가 남자를 싫어하고, 남자가 여자를 싫어하는 것은 잘못이다. 다른 성에 대한 증오는 어떤 논리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가부장적 사회구조는 문제다. 사법 시스템이 특정 성별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혐오를 정당화한다면 그건 실수다.”
−당신은 행복보다 책임이 중요하다며 부모가 돼 책임을 지라고 한다.
“행복은 찰나에 불과하다. 삶을 가장 든든하게 지탱해주는 의미는 책임을 받아들이는 데서 나온다. 이는 행복과 달리 스쳐 지나가지 않는다. 부모가 되는 것은 가장 심오한 책임을 지기로 하는 것이다. 결혼해서 애 안 낳고 뭘 대단한 일을 할 텐가(What the hell else you gonna do?)?”
−한국은 출생률(0.84명) 꼴찌 국가다. 여성들은 ‘경력 단절’에 대한 걱정이 크다.
서구 문화는 젊은 여성들에게 ‘성공적인 커리어가 가장 중요하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틀렸다. 내가 봐온 절대다수의 여성은 30대가 되면서 학력이나 지성과 상관없이 아이에 대한 애착이 커졌다. 내 대학원생 여성 제자들 여럿도 그랬다. 진심으로 충격받았다. 아이를 낳자 커리어보다도 ‘내 아들’ ‘내 딸’이 가장 중요해졌다.”
−남성 육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남자는 신생아 육아를 위해 만들어져 있지 않다. 젖도 안 나온다. 또 여성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성에게 매력을 느낀다. 남자가 집에서 애만 보고 있으면 남편에게 느끼는 매력이 급락(nosedive)할 가능성이 크다.”
−당신은 보수인가.
“정치적으로 보수라고 할 수 있다. 사회과학 전공자로서 ‘(정부의) 바보 같은 개입이 이뤄지면 의도했던 결과가 아닌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을 익혔다. 합리적인 사회과학자라면 모두 아는 얘기다. 학문적으로는 굉장히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책에서 12가지 법칙을 제안한 피터슨은 신작에서도 12가지 법칙을 제안한다. ’이데올로기를 버려라' ‘고통스러울지라도 감사하라' 등이다. 그는 책임지는 삶을 살라는, 징징대지 말고 어른이 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는 항우울제 부작용으로 지난해 병원을 드나들었고, 자살 충동에도 시달렸다. 인터뷰 중 두어 번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는 “이 책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죽음에서 구해줬다”고 했다. 1993년 미국 하버드대 교수로 임용됐고, 1998년 고국인 캐나다 토론토대 심리학 교수로 옮겼다. 현재는 휴직 중. 그는 “교편을 다시 잡을지는 고민하고 있다”며 “유튜브 등에서 대중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은 계속 할 계획”이라고 했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전 세계적으로 350만명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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