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새 전장 '남중국해'.. 힘과 힘이 충돌하는 바다
해상교통 요충지로
세계 상선 50%이상 통과
中·대만·베트남 등 주변국
'스프래틀리 군도' 영유권 주장
군사기지 건설 잇따라
19세기말 카리브해 장악으로
유라시아 해상 주도한 美
中, 또 다른 '카리브해' 꿈꿔
美, 지역 개입 의지 낮추면
주변국 中에 편승 가능성 높아
결국 中의 문제 아닌 美의 문제
한반도·동북아시아 운명도
해군의 역할에 따라 변화 전망
남중국해 남부 해상에서 동쪽으로는 필리핀, 서쪽으론 베트남, 남쪽으로 보르네오 섬, 북쪽으로 중국 등으로 둘러싸인, 19개의 섬과 6개의 둑, 113개의 수중 암초 등으로 구성된 ‘스프래틀리 군도(Spratly Islands)’. 중국에선 ‘난사군도(南沙群島)’로, 베트남에선 ‘쯔엉사 군도’로 각각 부르는 이곳은 21세기 지구상에서 가장 살풍경한 곳 가운데 한 곳이 됐다.
중국은 군도 전체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7개의 섬과 암초에 헬기 착륙장과 군사시설물을 설치했다. 특히 미스치프 암초에는 군사 목적의 3층 건물과 팔각형 콘크리트 구조물 다섯 개를 세웠다. 대만 역시 군도 전체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이투아바 섬을 장악해 수십 동의 군사용 건축물을 세우고 군인 수백 명을 배치했다. 베트남 역시 영유권을 주장하며 여러 개의 섬을 점령해 그 위에 활주로와 부두, 포병 진지 등을 구축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국제정치 및 외교 전문가로 평가받는 로버트 캐플런(69)은 책 ‘지리 대전: 일촉즉발 남중국해의 위험한 지정학’에서 스프래틀리 군도의 뜨거운 대치처럼 ‘유라시아 해상 경제의 목구멍’ ‘아시아의 끓는 솥’으로 평가되는 남중국해를 둘러싼 주요국의 움직임과 향후 질서를 전망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중국과 대만,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을 찾아 현장을 답사하고 외교안보 담당자들과 심층 인터뷰를 했다.
저자는 중국과 대만, 베트남,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 남중국해 주요국들이 내부적 정통성이나 국가 건설보다는 자신들의 영토 주권을 해안선 바깥으로 확장하는 데 더 관심을 쏟고 있으며 이들 국가의 외부로 향한 힘이 모이는 곳이 바로 남중국해라고 주목한다.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의 에너지 소비가 현재의 2배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는 2030년대가 되면 그 대치와 긴장은 더욱 격렬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남중국해가 우선 지정학적으로 ‘유라시아 해상 항로의 심장’이기 때문이다. 매년 화물 적재 상선의 50% 이상과 전 세계 해상 교통의 3분의 1이 남중국해 요충지를 통과한다. 한국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3분의 2, 일본과 대만이 쓰는 에너지의 60%, 중국 원유 수입량의 80%가 각각 남중국해를 거쳐 공급된다. 인도양에서 믈라카해협과 남중국해를 경유해 동아시아로 수송되는 석유는 수에즈운하를 경유하는 것보다 3배, 파나마해협을 경유하는 것보다 무려 15배나 많다.
남중국해는 지리적인 중요성 이외에도 70억 배럴의 석유와 900조 세제곱피트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는 등 엄청난 에너지 매장량과 200개가 넘는 크고 작은 섬과 바위, 산호초의 존재로 전략적으로 더욱 중요하게 됐다.
남중국해는 현재 ‘자연 상태’에 놓여 있다며 전쟁의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따라서 남중국해 패권을 둘러싼 대치나 갈등은 전혀 낭만적이지 않고 도덕적이거나 철학적이지도 않다. 이념이나 도덕적인 저항이나 지지가 없고 오직 무역과 비즈니스만을 중시하고 모두 힘과 세력 균형만을 추구하고 있다는 거다. “아시아에서 정치를 움직이는 가장 주요한 동력은 전통적인 민족주의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 새롭고 다소 삭막한 21세기의 풍경에서는 숙고해야 할 철학적인 문제는 없다. 오직 힘, 특히 힘의 균형뿐이다.”
이에 따라 워싱턴이 남중국해 지역에서 한발 물러서고 대신 지역 내 다른 나라에 큰 역할을 맡기겠다는 건 환상이라고 저자는 경고한다. 즉 동아시아에서 한국과 일본, 호주를 제외하면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맞서 의미 있는 도전이 가능한 능력을 가진 나라가 없기 때문에 미국이 개입 의지를 낮추면 지역의 많은 국가들이 순식간에 중국 쪽에 편승할 것이라고 본다. 결국 미래에는 중국이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문제가 되는 셈이다.
“단기적으로는 남중국해 지역에서 미국의 의지가 약해지면, 중국의 주변국들이 용기를 잃고 중국에 편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는 눈에 띄게 드러나지 않고 서서히 은밀하게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특히 위험할 뿐 아니라, 그런 위험을 감수할 만한 가치도 없다.”
그렇다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는 어디로 갈 것인가. 저자는 동북아의 경우 북한의 운명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즉 북한이 붕괴된다면 육상 병력이 상당 기간 중요해지겠지만, 궁극적으로 한반도가 통일돼 지역 균형이 이뤄지면 해군이 주요 이슈로 부각될 것이라고 관측한다.
“만약 북한이 붕괴한다면 중국과 미국 그리고 남한의 육상병력이 인도적 개입이라는 명분으로 한반도의 북쪽 지역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심지어 그 과정에서 기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의 영토를 분할하게 될지도 모른다. 해군은 단연 부차적인 문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한반도가 통일돼 ‘통일한국’과 일본, 중국이 각각 황해와 동해, 발해만으로 나뉜 한반도 인근 해상에서 미묘한 균형을 이루게 된다면, 해군이 가장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것이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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