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재산 걸고 '코인열차' 탑승한 청춘들.. "달까지 가즈아!"

이기문 기자 2021. 4. 1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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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까지 가자

장류진 지음|창비|364쪽|1만4000원

판교 IT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의 삶을 다룬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2019)으로 20·30대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으며 10만부 판매를 기록한 소설가 장류진(35)이 첫 장편을 냈다. 20대 여성인 주인공 다해는 간신히 중소 제과업체에 취직해 5평 남짓한 원룸에 산다. 화장실 문턱이 없어 샤워할 때 물이 넘칠지를 매번 염려하다, 문턱이 있고 침실 방으로 쓸 보너스 공간까지 있는 ‘1.2룸’ 입주에 행복해하는 소시민이자 이른바 ‘흙수저'다. 비슷한 시기 입사해 고만고만하게 사는 동기 은상과 지송은 그렇기에 절친한 친구가 됐다. 모두 부모에게 물려받은 건 없고 학자금 대출이 있다.

은상이 가상 화폐 투자를 권한다. “난 이게 우리 같은 애들한테 아주 잠깐 우연히 열린,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해.” 그들이 전 재산을 걸고 탑승한 ‘코인열차’는 시세에 따라 인생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롤러코스터이면서 다른 인생으로 점프할 수 있는 ‘포털(차원의 문)’이다. 가격 폭등을 바라는 투자자들의 은어 ‘To the Moon(달까지)’에서 따온 제목처럼, 그들은 “가즈아(가자)!”를 외치며 인생 역전을 꿈꾸는 증표로 로켓과 달이 있는 문신을 함께 새긴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젊은이들의 한탕주의를 경쾌하게 그린 소설이 모험기처럼 읽히는 까닭은, 우리 주변 평범한 20대의 답답하고 절절한 현실이 엄연히 놓여있기 때문이다. 침실이 분리된 집에서 살고 싶고, 과일 코너에서 당도 높은 멜론을 고민 없이 고르고 싶으며, 유통기한이 임박한 우유보다 유기농 목장 우유를 먹고 싶어하는 다해의 모습은 욕망이라 부르기엔 너무도 당연한 것이어서 처연해 보인다. 소설은 계층 사다리가 무너진 시대에 당연한 것을 누리기 위해 추락할지 모를 로켓에 몸을 싣는 젊은이들의 심리와 행동을 사실적으로 포착하지만, 대리만족과 공감을 넘어 격려와 응원을 주는 데까진 나아가지 못한다. 달에 도착하는 사람은 언제나 소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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