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 터키·그리스 외무장관 공동회견..서로 비난하며 충돌

김수경 기자 2021. 4. 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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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 시각)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열린 터키와 그리스 외무장관 공동 회견에서 양국 외무장관이 서로를 얼굴을 붉히며 맹비난하는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니코스 덴디아스 그리스 외무장관은 이날 터키를 찾아 에르도안 대통령을 만났다. 작년 8월 그리스가 자국 배타적경제수역(EEZ)이라 주장하는 해역에서 터키 시추선이 천연가스 탐사 작업을 벌이자 양국 해군이 충돌 직전까지 치달았는데, 이를 봉합하기 위해서였다.

회견에서 터키 차우쇼을루 장관은 “매우 긍정적인 대화를 나눴다. 아무 조건 없이 그리스와 관계를 개선하고자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리스 덴디아스 장관은 EEZ 탐사와 터키의 그리스 정교회 신자 차별 문제 등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터키 전투기가 그리스 영공을 여러 차례 침범했다”고도 했다. 이에 차우쇼을루 장관도 “우린 그리스 주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며 “긴장을 이어가고 싶다면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했다. 약 35분간 이어진 회견에서 두 사람은 눈도 마주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비난을 주고받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두 나라의 해묵은 갈등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했다. 15세기 말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 제국에 그리스가 점령당한 이후 양국은 앙숙 관계를 이어왔다. 1820년 그리스가 독립한 후에도 양국은 수차례 전쟁을 치렀다. 날카로운 대립은 최근에도 이어졌다. 2016년 터키 군사 쿠데타에 가담한 터키 군인들이 그리스로 도망갔는데 그리스 법원이 이들에 대한 터키의 송환 요청을 거부해 양측 사이가 틀어졌다. 작년 7월에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그리스 정교회 성당으로 쓰였던 이스탄불의 성소피아 박물관을 모스크로 전환해 그리스의 반발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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