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정무수석 모두 비주류에 영남.. 靑, 대선 겨냥 중도 확장 나서
특히 차기 대선을 11개월 앞두고 있는 만큼 중도, 비주류라는 상징성이 있는 김 후보자에게 총리를 맡긴 것은 이번 선거에서 여당에 등을 돌린 중도층의 마음을 다시 얻겠다는 의미다. 비주류 출신으로 여당 내에서 쓴소리를 해왔던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전 의원을 청와대 선임 수석인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으로 발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후보자와 이 신임 수석은 모두 여당의 취약 지역인 경북 출신이기도 하다.
○ 金 “협치와 포용, 국민 통합에 더 큰 노력”
유영민 비서실장은 16일 “김 후보자는 정치와 사회 현장에서 공존과 상생의 리더십을 실천해 온 4선 국회의원 출신의 통합형 정치인으로서 지역 구도의 극복, 사회 개혁, 국민 화합을 위해 헌신해 왔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1958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초중고교를 나온 김 후보자는 경기 군포에서 세 차례 당선됐지만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2012년 총선에서 대구로 향했다. 이후 대구에서 네 차례 출마해 단 한 번(2016년 총선) 당선됐다.
이런 김 후보자에 대해 여당 관계자는 “영남의 지역 정서를 잘 알고 있는 만큼 균형 잡힌 시각으로 야당과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을 문 대통령도 고려하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김 후보자도 이날 총리 지명 직후 “협치와 포용, 국민 통합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야당에 협조 구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 이번 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을 의식한 듯 “더 낮은 자세로 국정을 쇄신하겠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사건 등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따가운 질책에 원칙을 세워 쇄신하겠다”고 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일하면서 각종 사건 사고 등 위기 관리 경험이 있다는 점도 총리 발탁의 배경으로 꼽힌다.
문 대통령이 이낙연, 정세균 전 총리에 이어 세 번째 총리로 김 후보자를 발탁하면서 현 정부 총리는 모두 정치인 출신이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중도·비주류 상징성 인사 전진 배치
이날 발표된 정부 및 청와대 인선의 또 다른 특징은 친문(친문재인) 주류가 맡았던 자리에 중도·비문(비문재인) 성향으로 분류되는 김 후보자와 이 수석이 배치됐다는 점이다. 전임자인 정 전 총리와 최재성 전 정무수석 모두 친문 주류에 속한다.
특히 1월 개각에서 친문 핵심 의원들이 만든 ‘부엉이 모임’ 출신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 발탁된 것과는 확 달라진 기류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최근 중도층의 이탈이 확연히 드러난 만큼 기존 친문 지지층만으로는 임기 말 국정동력 확보는 물론이고 내년 대선에서 정권 연장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 수석도 이날 인사 발표 직후 “좀 다른 생각, 여러 가지 옵션을 대통령이 충분히 검토해서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하는 게 제 역할”이라며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잘 헤아리고, 할 말은 하고, 또 어떨 때는 아닌 것에 대해서는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참모, 헌신하는 참모가 되겠다”고 밝혔다. 그간 청와대의 최대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불통 논란’을 반복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한편 이 수석에게 자리를 내준 최 전 수석은 “참으로 선한 문재인 정부와 함께한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현 정부는) 사심이 없고, 측근이나 친인척 비리가 없다”고 했다.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국민의힘은 인사청문회까지 그 기세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한 야당 의원은 “총리가 임기 말 국정의 중심을 잡아야 하는 역할이 크다”며 “김 후보자와 문 대통령 간의 신뢰관계가 크지 않은데 책임총리 역할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김 후보자의 경우 4선 의원 출신인 데다 2017년 행안부 장관 청문회 당시 인사청문보고서를 여야 합의로 채택한 바 있어 야당이 거센 공세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박효목 ·윤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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