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선거 참패 후 쇄신론 쏟아졌지만 또 '친문 수성'

한영익.김효성.남수현 2021. 4. 17.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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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 핵심 윤호중 원내대표 선출
'질서 있는 재정비론' 힘 얻을 전망
윤 원내대표 "개혁 입법 계속 추진"
이낙연 "내부 분열주의적 기류 억제"
일각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우려
16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윤호중 신임 원내대표(오른쪽)가 당선이 확정된 뒤 김태년 전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변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이 4·7 재·보선 참패를 겪고 내린 결론은 ‘친문(친문재인)의 수성’이었다. 16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문 핵심’ 윤호중 의원(4선)이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윤 의원은 이날 총 169표 중 104표(61.5%)를 얻어 65표를 받은 박완주 의원(3선)을 39표 차로 꺾고 174석 거여의 원내사령탑 자리에 올랐다. 윤 원내대표는 다음달 2일 전당대회까지 도종환 비대위원장의 자리도 대신해서 맡는다.

윤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하루빨리 재·보선 패배의 늪에서 벗어나 일하는 민주당, 유능한 개혁 정당으로 함께 가자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코로나 위기와 민생 위기를 시급히 벗어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다시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당이 될 수 있도록 분골쇄신하겠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일찌감치 윤 원내대표의 우위를 점치는 시각이 많았다. 박 의원도 정견 발표에서 “누가 원내대표가 돼야 민주당이 정말 혁신한다고 국민이 느끼겠느냐”며 쇄신론을 내세웠지만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윤 원내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검찰개혁과 언론 규제 입법도 속도를 낼 조짐이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정견 발표에서 “국민 여러분께서 대한민국을 개혁하라고 180석 총선 승리를 만들어주셨다. 속도 조절이나 다음에 하자는 말은 핑계일 뿐”이라며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등 많은 국민이 염원하는 개혁 입법을 흔들리지 않고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선거 결과 인적 쇄신론 차원에서 제기되던 ‘친문 2선 후퇴론’도 잠잠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대신 친문 주류가 주장해 온 ‘질서 있는 재정비론’이 힘을 얻을 전망이다. 윤 원내대표는 “당의 혁신은 소통과 공감을 바탕으로 하겠다”며 “민주적 원내 운영을 위해 선수별 의원총회를 도입하고 상반기 중 초선 의원과 대통령의 정책간담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야당과의 관계도 경색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와 관련해서도 윤 원내대표는 “국민이 법사위원장 자리에 누가 앉아 있는지 무슨 관심을 갖고 있겠느냐”며 재협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당 안팎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친문 강성 지지층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문제와 관련해서도 유보적 입장을 내비쳤다. 윤 원내대표는 조국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묻자 “그 문제에 대해 더 말해야 하나. 변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과 원인은 우리 안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친문 권리당원과 관련해서도 “인신공격과 폄하 발언은 서로 삼가해 달라”는 입장을 냈다.

원내대표 경선 결과가 발표되자 당내 일각에서는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왔다. 실제로 재·보선 이후 민주당에선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전방위적인 자성론이 흘러나왔지만 정작 선거 결과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한 초선 의원은 “원내대표 선거 직전까지만 해도 윤 원내대표의 강성 이미지에 부담을 느낀다는 의원이 여럿 있었다”며 “하지만 재·보선 패배 후 오히려 친문의 구심력이 더욱 강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도 “친문이 주도해 당을 이끌어야 흔들리지 않는다는 기류가 며칠 새 부쩍 강해졌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캐스팅보트로 기대됐던 81명에 달하는 초선 의원들이 윤 원내대표와의 개인적 인연에 영향을 받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 원내대표는 21대 총선 때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공천 실무를 맡았다. 경기도의 한 초선 의원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 윤 원내대표는 잘 알려져 있던 반면 박 의원은 상대적으로 생소하다는 목소리가 적잖았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윤 원내대표가 당선되자 민주당 내에선 당의 결속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왔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우리 내부의 분열주의적 기류를 억제하며 서로를 아끼고 존중해야 한다”며 “개인을 내려놓고 민주당의 깃발 아래 하나가 되자”고 적었다. ‘친조국’ 성향으로 최고위원에 출마한 김용민 의원은 “민주당의 주인은 결국 당원”이라고 말했다. 쇄신보다는 친문 당원 중심의 통합에 무게를 둔 발언이었다.

친문 결집 기류는 5·2 전당대회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벌써부터 친문 권리당원들이 ‘친문’을 자처하는 홍영표 대표 후보와 강병원·김영배 최고위원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윤 원내대표의 낙승이 권리당원들에겐 ‘우리 방향이 옳다’는 신호로 해석되면서 친문 주자로의 응집력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민심과 당심이 괴리되는 현상이 한층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내에서는 이처럼 일사불란한 친문 기조가 차기 대선에서는 오히려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86그룹의 한 중진 의원은 “당장 법사위원장 배분 문제부터 야당이 공세를 펼 텐데, 선거에 패한 정당이 법사위원장을 계속 차지하려는 모습을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며 “그런 실망들이 모이면 대선 때는 백약이 무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영익·김효성·남수현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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