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시급한데.."확진율 낮다" K방역 자찬만

이에스더.이우림 2021. 4. 17.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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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이상 접종률 2.5%로 낮은데
백신 수급 방안은 원론만 언급
방대본 "위중증·사망 최소화 목표"
방역 패러다임 변화 인정한 셈

계약이 완료되지 않은 국내 제약사 백신 위탁생산 계획을 섣불리 발표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정부가 ‘셀프 칭찬’에 나섰다. 확진자 증가세에도 인구 100만명당 누적 발생 비율이 다른 나라보다 현저하게 낮다는 것이다. 백신 접종률이 떨어지고 백신 수급 상황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 대한 성찰은 뒤로 밀렸다. 선전하는 부분을 내세우다 보니 방역 목표도 흔들리고 있다.

16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주요 국가들과의 발생 및 예방접종 상황을 비교한 자료를 제시했다. 국내 인구 100만 명당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2162명이다. 미국(9만4929명)·영국 (6만4703명)·독일(3만6816명)·이스라엘(9만6160명)보다 현저히 낮고 일본(4089명)과 비교해도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1회 이상 백신을 접종한 비율을 보면 한국은 2.5%로 미국(37.1%)·영국(47.6%)·독일(16.8%)·이스라엘( 61.8%)에 훨씬 못미친다. 일본(0.9%)만 한국보다 낮다. 그러나 방대본은 백신 수급과 관련해 “아직 주요국 대비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률은 낮은 상황이지만 향후 낮은 발생 상황을 유지하면서 백신 접종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국의 방역 목표도 갑작스레 달라졌다. 배경택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상황총괄반장은 “코로나19 관리의 최종목표는 피해 최소화, 즉 위중증과 사망자를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방역당국은 ‘확산 억제’에 집중해왔지만 최근 확산세가 하루 600~700명대를 보이자 ‘중증·사망률’ 감소로 초점을 바꾼 것이다.

백신 도입을 둘러싼 혼란은 여전하다. 국내 제약사인 휴온스글로벌은 이날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V’ 생산을 위한 기술 도입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스푸트니크V는 지난 2월 의학 학술지 ‘랜싯’에 예방 효과가 91.6%에 달한다는 3상 결과가 실렸다. 휴온스글로벌은 월 1억회분 이상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해 오는 8월 시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어제 내용(계약 전 백신 위탁 생산 발표)은 스푸트니크V와 관계된 사항은 아니었다”라고 설명했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계약 전에 발표하면 혼란만 가중된다”며 “확정된 것, 그리고 지킬 수 있는 것만 이야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을 안심시키려는 모습이지만 임기응변식 대응에 오히려 불안감만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역 전략의 패러다임이 확진자 숫자 자체를 줄이기 위해 역학조사에 무게를 두는 것에서 이제는 피해 완화 쪽으로 바뀌었다는 걸 인정하고 전환된 전략을 솔직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금 정부가 일관성 없이 우왕좌왕하니까 말의 앞뒤가 안 맞는 것”이라며 “일관성이 무너지면 결국 국민에게 신뢰를 잃게 된다”고 말했다. 방역 전략 수정을 공식화할 때라는 의견도 나온다. 마상혁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코로나19 특성상 확진자 0이라는 목표는 불가능하다”며 “최근 사망자가 확 줄었는데, 이제는 방역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언제까지 시민활동을 틀어막고, 경제활동을 중단한 채 살 수는 없다는 것이다. 마 부회장은 “다만 국민에게 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이런 부분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게 먼저”라고 덧붙였다.

한편, 방역 당국은 물량에 여유가 생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30세 이상의 군인과 경찰에게 먼저 맞히기로 했다. 당초 군인·경찰 등 사회필수인력 80만명에 대해서는 오는 6월 접종할 예정이었으나 확 당겨진 것이다. 30세 미만에 대한 접종을 제한하면서 2분기 예정자 가운데 64만명이 접종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은 “확보한 백신을 놀릴 수 없으니 접종 계획을 보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선 “만만한게 경찰이고 군이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30세 미만은 접종에서 제외되고, 관서장이 먼저 접종하는 방향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스더·이우림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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