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임덕 방어 위해 내각은 '수비형' 청와대는 '쇄신형'
지지율 30% 취임 후 최저치 기록
"민심 수용과 야당 달래기 성격"
남은 임기 정책 마무리 위한 포진
국민의힘 "돌려막기 인사" 비판
이 수석은 여권 내에서 ‘비문’ 인사로 통한다. 비록 20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민주당 대표를 맡고 있던 문 대통령이 직접 영입한 케이스지만 패스트트랙 정국과 조국 사태 등을 거치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아 친문 그룹과는 일정한 거리감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날 이 수석의 일성도 “아닌 것은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참모”였다. 그러면서 “조금 다른 생각과 여러 옵션을 대통령께 전달해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정무수석은 수석비서관 중 선임으로, 청와대 내부 논의 과정에서도 나름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요직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대변인도 박경미 교육비서관으로 교체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의중을 외부에 알리는 역할을 맡는다. 그런 만큼 문 대통령이 정무와 홍보 라인을 동시에 교체한 것은 청와대 전체의 기조 변화를 시사한다는 평가다. 신설된 방역기획관에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를 발탁한 것도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코로나 방역과 백신 수급 논란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습해 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30%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정 평가도 62%로 취임 후 최고치였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정치권에선 재·보선 참패로 문 대통령의 레임덕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롭게 커다란 국정 목표를 추가하기는 쉽지 않다. 이번 인선이 과거와 같은 ‘돌파형’ 포진이 아니라 남은 임기 동안 큰 실점 없이 국정 과제를 잘 마무리하는 데 초점을 맞춘 ‘수비형’ 포진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그런 가운데 여당에서는 핵심 친문으로 분류되는 윤호중 의원이 새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윤 원내대표는 “국민이 염원하는 개혁 입법을 흔들리지 않고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날까지 민주당에 대한 확고한 지배력을 유지하게 해주는 토대가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과 친문 진영에는 2007년의 트라우마가 있다. 당시 집권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 전신)에선 아파트값 급등 문제 등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자 의원들의 동요가 극심해졌다. 결국 유력한 대선주자였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주도로 집단 탈당 사태가 벌어졌고 노 전 대통령은 임기 말까지 완전히 고립되고 말았다. 이날 윤 의원이 압도적 다수의 지지로 원내대표로 선출된 것은 2007년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친문 진영의 의지가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유성진 이화여대 교수는 “문 대통령이 친문 원내대표가 당선된다는 결과를 예상할 수 있는 날 개각을 함께 발표한 것은 쇄신과 통합을 앞세운 기조 전환에도 불구하고 당에 대한 장악력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레임덕 방지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친문이 계속 민주당을 장악하는 상황이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김 총리 후보자나 이 정무수석이 민주당 내 강성 친문들과는 확연히 결이 다른 만큼 여권 내부 갈등이 심해질 가능성도 상존한다. 앞으로 점점 더 차기 대선주자가 부각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계속 구심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여야 반응은 엇갈렸다. 허영 민주당 대변인은 “대규모 인적 쇄신을 통해 문재인 정부 임기 마지막까지 민생을 챙기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평가한 반면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인재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음을 드러낸 돌려막기 인사”라며 “인사청문회에서 자질 미달 후보를 철저히 가려내겠다”고 비판했다.
강태화·윤성민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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