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 "중폭 개각의 속사정?"..'배우자 반대'에 부딪힌 靑 '인적 쇄신'
<더팩트> 정치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이변 없는 與 원대 경선, 거물급 안 보이는 野 당권주자
[더팩트 | 정리=박숙현 기자] -4·7 재·보궐선거의 충격과 환희에서 벗어나기 위해 당·청과 제1야당이 전열을 가다듬었다. 청와대는 인적 쇄신을 강조하며 '비주류'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국무총리로 지명하고, 5개 부처 장관 후보자도 관료와 전문가 출신으로 꾸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일주일짜리 비대위 체제가 막을 내리고 '당권파 친문' 윤호중 의원이 새 원내사령탑 자리를 거머쥐었다. '비주류'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었다. 여당 원내대표가 선출된 날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 대표 출마를 위해 조기 퇴진 의사를 밝혔다. 선거 후 당 외곽으로 빠진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 행보를 보였다. 여야 모두 당 대표 공백 상황. 누가 먼저 혼돈을 가라앉히고 대선 국면에 돌입할지, 대격돌은 이미 시작됐다.
◆靑, 중폭 개각-참모진 개편 동시 진행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됐던 16일 청와대 '인적 쇄신'부터 볼까.
-지난주부터 총리, 5~6개 부처 장관에 대한 교체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과 신임 국무위원들에 대한 하마평이 나왔었는데 큰 틀에서는 맞았고, 일부 조정만 있었던 것 같아. 김부겸 전 장관이 후임 총리가 될 거라는 이야기는 계속 흘러나왔고, 청와대 측은 확인을 해주지 않았는데, 결국 김 전 장관이 후임 총리로 낙점됐어. 국토부 장관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로 교체가 예고돼 있었고, 그 외에 장수 장관들 교체가 있을 거라는 전망이 있었는데 이것도 맞았어. 다만 신임 장관에 대해선 조정식 의원이 산업부 장관, 전재수 의원이 해양수산부 장관, 김현권 전 민주당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는데 이건 틀렸어. 신임 장관은 행시, 관료 출신이 4명, 여성 공학 전문가가 1명(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인데 총리 지명자가 정치인 출신이라는 것까지 고려하면 '안정'에 초점을 맞춘 인사로 보여.
-그러게. 장관 후보자 다수를 이번에도 현역 의원으로 하기엔 비판을 의식했던 걸까. 의원 본인 입장에서 부담도 있었을 듯해.
-국무위원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도 거쳐야 하고, 남은 임기가 1년 정도밖에 안 되는 '순장조'이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관료 출신을 뽑을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여. 또 윤창렬 청와대 사회수석이 국무조정실 2차장으로 가고, 문승욱 국무조정실 2차장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갔는데 '회전문 인사', 관료 출신으로 마지막 개각을 한 것은 인재풀이 많이 좁아진 방증으로도 보여. 야권에서도 바로 "돌려막기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어.
-총리에는 유은혜 교육부총리 이야기도 나왔는데, 혹독한 청문회 때문에 거절했다는 뒷이야기를 들었어.
-여성 국무위원 비율이 취임 초 문재인 대통령이 예고했던 30%가 안 돼서 이번에 청와대에서도 여성들을 찾아봤는데, 인사청문회 때문에 배우자나 가족이 거부하거나 특히 배우자가 검증동의서를 써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해.
-먼지털기식 청문회의 민낯이군.
-실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여성 장관 구하기가 그렇게 여의치가 않네요"라고 말하기도 했어. 또 개각 발표에 이어 청와대 참모진 교체도 단행됐는데 최재성 정무수석이 나가고, 그 자리에 이철희 전 의원이 올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그대로 됐어.
-이 전 의원은 조국 사태 이후 정치권에 진절머리를 냈던 것 같은데 컴백했네.
-사회수석 교체도 이미 나왔던 이야기. 다만 사회수석이 국무조정실 2차장으로 가고, 이태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상임감사가 신임 사회수석으로 올 것이라는 예상은 거의 없었는데, 이건 예상 밖이야. 또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강민석 대변인을 대신해 한국일보 출신이 올 거라는 이야기가 돌았어. 지난달 초에 청와대 신임 디지털소통센터장으로 고주희 전 한국일보 디지털전략부장이 왔는데, 대변인도 한국일보 출신이 온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문 대통령이 한국일보를 좋아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는데 이건 아니었고, 결국 20대 의원을 지낸 박경미 청와대 교육비서관이 왔어.
-일각에선 청와대 엠바고와 오프더레코드, 소스 제공을 두고 혼선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와. 일부 매체는 엠바고를 파기해서 징계를 검토한다던데.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이번 주 초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사는 아직 정해진 게 없어서 조금 기다려 달라고 했는데 한 매체가 15일 엠바고를 깨고 개각 시기를 보도했어. 실제 엠바고 파기가 있었고, 징계를 검토하기로 했어.
-청와대 대변인이 고민정 의원에 이어 두 번째 여성 인사네. 비언론 출신인데 기자들과 어떤 방식으로 소통할지 궁금해.
-일요일(18일)에 춘추관으로 온다니 그때 봐야지. 덕분에 출근해야 할 것 같아(웃음).
◆'비주류' 박완주 선방...윤호중 향한 기대와 우려
-그럼 민주당으로 넘어가 볼까. 이쪽도 재보선 참패 후 한 주 내내 시끄러웠는데, 일단 원내사령탑을 새로 뽑으면서 1차 정비는 한 모양새인 것 같은데, 어때?
-새 원내사령탑에 친문 성향이 강한 윤호중 의원이 선출돼 새롭게 변화할 거란 기대감이 크게 들지는 않아. 일각에선 함께 경쟁했던 박완주 의원이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어.
-맞아. 원내대표 선거는 윤 의원이 이길 거란 기류가 내부에 있었어. 양자 대결 구도에서 윤 의원의 세가 크기 때문이야. '이변은 없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거지. 다만 박 의원도 존재감을 과시한 거로 보여.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박 의원이 '65표'나 득표했다는 게 의외라고 보고 있어. 소위 '비주류'가 최대한 끌어모을 수 있는 표가 50여 표 정도인데, 15표 정도가 이번 재보선 참패 결과로 주류가 아닌 쪽으로 흔들렸다는 분석이 나와.
-원내대표 경선은 아무래도 의원들만 투표하는 거라 친문 주류가 대다수인 상황에선 당연한 결과로 보이는데, 박 의원이 65표나 받은 건 선방한 것 같긴 하네.
-하지만 역시 친문 주류의 영향력을 보여준 동시에 비주류는 죽었다 깨어나도 지도부는 되기 힘들다는 걸 보여준 선거였던 것 같아.
-일단 민주당은 윤 신임 원내대표가 다음 달 2일 전당대회 때까지 당을 이끌면서 쇄신 분위기를 잡아갈 거로 예상돼. 다만 야당에 강경한 기조로 대응할 것이란 시각이 많아.
-윤 원내대표는 본인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면서 공석이 된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 등 원 구성 재협상에도 선을 긋고 있어. 또 과거 거친 말로 구설에 오른 적이 있어서 그것도 향후 조금 우려되는 대목이야.
-윤 원내대표가 법사위를 운영했던 방식을 떠올려보면 야당과의 강경한 대치가 이어질 것 같긴 하네. 야당과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간다면 다음 대선에 민주당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의문이야. 재보선 참패 이후 민주당이 조금 더 겸손해지고, 야당의 이야기를 경청할 것이라는 전망은 거의 없나 봐?
-그의 성향이나 경선 과정에서 한 발언을 보면 '협치'보다는 '개혁'에 방점을 찍었다고 봐야 할 것 같아. 투표 직전 정견발표에서도 '십자가를 지는 마음으로'라고 발언했는데, 개혁 기조를 유지해서 나중에 이기든 지든 부담을 지겠다는 뜻으로 풀이돼.
-그런 점에서 민주당의 변화 쇄신 의지가 의심돼. 윤 원내대표는 조국 사태에 대한 언급도 꺼렸고, 당내 강성 지지자들의 과격한 행위에 대해서도 "제대로 관리하겠다"보다 "당내 민주주의를 지켜달라"고 말하는 데 그쳤잖아.
-윤 원내대표가 법사위를 양보할 수 없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야당은 민주당의 독주 프레임으로 공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커 보여. 민주당이 '오만하게 나간다'는 공세가 먹히면 민주당을 향한 국민 시선은 "변한 게 없네"이지 않을까 싶어.
-민주당 지지층에선 기대, 밖에선 우려를 안고 중요한 시기에 운전대를 잡은 윤 원내대표가 앞으로 민주당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는 지켜보자고.
-전당대회 준비 관련해선 특이점이 있었어?
-지난 15일까지 진행된 전당대회 예비후보 등록 결과, 최고위원에는 7명이 등록했는데 여성 몫의 3선 전혜숙·재선 백혜련 의원 대결이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아. 또 초선 김용민 의원은 마감 직전에 후보 등록해서 마감일 다음 날인 16일 출마선언을 했는데 이 자리에 박주민, 이재정, 민형배, 김승원 등 '처럼회' 멤버들이 직접 와서 힘을 실어줬어. 특히 민 의원은 "초선이 김 의원을 밀었다"고 말했는데, 초선이 다들 뜻을 모았는지는 의문이야.
-초선이 너무 많아서 그들이 다 같은 마음을 갖기는 현실적으로도 어려울 것 같네. 전당대회에서 초선, 재선의 반란(?)이 실제 일어날지는 지켜보면 되겠지. 전당대회는 시간이 남았으니 조금 더 지켜보기로 하고 국민의힘 쪽을 살펴볼까.
◆국민의힘 당권 싸움 시작...김종인의 아리송한 행보
-국민의힘 쪽도 일(?)이 많았지?
-오늘(16일) 주호영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이 조기퇴진을 밝히면서 사실상 당권 출마 수순을 밟고 있어.
-'선수가 심판을 하면 안 된다'는 말이 계속 나오니 결단을 내렸나 보네.
-하지만 국민의힘도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 원내대표를 했던 이가 당 대표를 한다면 쇄신 의지가 퇴색될 거란 비판도 나와.
-국민의힘에서 떠오르는 유력한 후보가 있어?
-초선의원들 사이에선 대표 및 최고위원 출마 여부를 다수가 검토하고 있어. 특히 김웅 의원은 당 대표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어. 다만 특별히 강한 리더십을 가진 주자가 없다는 것도 문제야. 중진의원들은 중진대로, 초선의원들은 초선대로 각자 출마하는 분위기야.
-한국리서치가 지난 15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 결과(조사기간 4월 12~14일, 전국 유권자 1010명 대상, 신뢰수준 95%에 오차범위 ±3.1%포인트, 상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를 보면 국민의힘의 보궐선거 승리 이유로 '더불어민주당이 잘못해서'라고 응답한 비율은 61%, '국민의힘이 잘해서'라는 답은 고작 7%로 나타났어.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도 이겼다고 마음 놓고 예전으로 돌아갈 때가 아닌 것 같은데.
-그래서 당의 절반을 차지하는 56명 초선들이 연일 쇄신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돼. 하지만 '초선 당 대표'에는 물음표가 붙어. 야권 통합과 대선을 이끌어갈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오는 거지.
-야당 상황도 쉽지 않아 보이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요즘 계속 '국민의힘 때리기'를 하는데 이건 왜 그런 걸까.
-김 전 위원장이 생각을 솔직히 드러낸 것으로 보여. 그는 퇴임 기자회견에서도 국민의힘 내부 계파 갈등에 우려를 표했지. 한편 그가 지금 국민의힘의 어려운 상황을 이용한 정치적 목적이 따로 있다는 이야기도 나와.
-그 우려대로 국민의힘이 가고 있다는 건가.
-어느 정도 당연한 결과인데, 당장 주 대표 권한대행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나, 중진의원들의 물밑 단일화 등에 대한 비판이 나왔어.
-지난 1년간 국민의힘을 이끌어서 재보선 승리까지 만들어 놓고 떠난 사람이 떠나자마자 자신이 이끌었던 당을 고강도(?)로 비판하는 것도 조금 이상해 보여. 그러니 장제원 의원 등 일부 인사들이 노골적으로 김 전 비대위원장을 저격하고 있고.
-그래서 더욱 정치적 목적이나 계획이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와. 김 전 위원장이 의미 없는 비판을 하는 사람은 아니란 시각이 지배적이야(웃음).
-제3지대를 만드는 거면 몰라도 그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는데, 아무리 봐도 행보가 참 이상해.
-연장선에서 오늘(16일) 금태섭 전 의원을 만난 것도 관심을 모았는데, 특별한 내용은 없었네?
-맞아. 두 인사의 만남은 취재진을 허탈하게 만들었어. 다만 아직 다음 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이 잡히지 않아서 그렇다는 분석도 나와.
-국민의힘을 나온 이후 김 전 위원장의 행보를 보면 이대로 정치권을 영원히 떠나지는 않을 것 같아.
-그럴 것 같아.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공개적으로 김 전 위원장이 대권에 도전할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이건 조금 억지인 것 같지만 정치권에 미련이 있는 행보를 보이는 건 사실이야.
-어쨌든 국민의힘도 김 전 위원장이 떠난 뒤 내부에선 새 리더를 뽑기 위해서 혼란한 상황이고, 이 와중에 전 리더(김종인)가 당을 저격해서 더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걸 보니 재보선에서 이긴 기세를 순조롭게 이어가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아. 김 전 위원장 행보도 주시해야 할 듯.
-국민의힘도 '우리가 잘해서 이긴 게 아니다'라고 인정하고 있는 상황인데, 김 전 위원장 공백을 어떻게 채울지에 따라 더 정확한 평가가 나올 것으로 보여.
-대선 1년 앞두고 여야 모두 중심을 못 잡고 혼란스럽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전당대회가 끝나고 새 대표가 선출돼야 어느 정도 혼란이 수습될 수 있을 것 같아.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문혜현 기자(이상 정치팀), 장우성 정치사회 에디터, 임영무 기자, 배정한 기자, 이새롬 기자, 남윤호 기자, 이선화 기자, 임세준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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