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쿵'에 2400만원..'수입차 공포증' 확산, 보험료 더 비싸졌다
마이바흐-프린스 사고 여파, 대물한도↑
1억~1억5000만원 수입차, 두배 많아져
댓글 란에는 가벼운 접촉사고지만 상대차가 고가의 수입차여서 수리비가 몇천만원 정도 될 것이라는 걱정이 줄을 이었다. 프린스 운전자의 선처를 바라는 글들도 잇따랐다.
실제로 피해 차량은 롤스로이스, 벤틀리와 함께 세계 3대 명차로 꼽힌 마이바흐(현재 메르세데스-마이바흐)다. 당시엔 국내에 공식 수입되지 않았다. '쿵' 소리에 '억'소리가 날 정도로 수리비가 나온다.
범퍼를 가볍게 들이받은 사고에 불과했지만 마이바흐 수리비는 2400만원이나 나왔다. 프린스 운전자는 사고났을 때 상대방 차량의 수리비를 보장해주는 자동차보험 대물배상의 한도를 2000만원으로 설정했다. 보험처리가 되지 않은 나머지 400만원을 직접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고 현장을 분석한 보상 전문가들은 피해 차량이 국산차였다면 보험처리를 하지 않아도 100만원 이하로 해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인터넷을 통해 일파만파로 퍼져 '수입차 공포증'을 확산시키는 데 일조했다. 이때부터 대물한도를 높이는 보험 가입자들이 많아졌다. 손해보험사들도 소비자 피해 예방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보험료를 '좀 더' 내더라도 대물한도를 높이는 게 낫다고 은근슬쩍 권유했다.
실제 '수입차 공포증'에 걸려 비싼 수입차만 보면 슬슬 피하거나 위축되는 운전자들을 도로에서 종종 볼 수 있다. 화물을 불안정하게 적재한 대형 트럭보다 무섭다는 운전자들도 있다.
16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수입차 평균 수리비는 282만원이다. 국산차(114만원)보다 2.5배 많이 든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수입차는 국산차보다 부품비는 3.8배, 공임비는 2배, 도장비는 2배 정도 비싸다. 국내 판매대수가 많지 않은 '억대' 수입차 수리비는 더 비싸다.
비싼 수입차 수리비는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한다. 수입차 과실비율이 높더라도 비싼 수입차 부품비·공임비, 국산차보다 오래 걸리는 수리 기간 동안 발생하는 렌트비 때문에 피해자인 국산차 운전자가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수입차 공포증에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경차 소유자는 자신이 받는 보험금보다 상대방에 더 많은 돈을 물어줘야 한다. 자신은 100만원의 70%인 70만원을 상대방 보험사에서 보상받는다. 대신 2000만원의 30%인 600만원을 자신의 보험으로 처리해야 한다. 10년 된 경차 가격보다 더 비싼 돈을 물어주는 셈이다. 대물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할증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비싼 수입차와 사고가 났을 때 상대방에게 물어줘야 할 비용이 대물보험 한도에 포함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한도를 초과한다면 나머지 비용을 직접 부담해야 한다.
무엇보다 '억' 소리나는 수입차가 많아지고 있다. 수입차협회가 집계한 2015~2020년 가격별 등록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3000만원 미만은 2015년 3.16%에서 지난해 2.16%로 줄었다. 3000만원대 수입차 점유율은 2017년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8.54%에 그쳤다. 5년 전과 비교하면 3분의1 수준으로 급감했다.
4000만원대 수입차 점유율은 2015년 15.24%에서 지난해 16.43%로 소폭 증가했다.
5000만~7000만원 수입차는 2015년 31.14%에서 지난해에는 32.74%로 비슷한 점유율을 나타냈다. 7000만~1억원은 2015년 15.78%에서 지난해 24.41%로 높아졌다.
1억5000만원 이상 수입차는 점유율이 2019년까지 3% 중반대에 머물렀지만 지난해에는 4%에 육박한 3.94%를 기록했다. 지난해 판매대수는 1만817대다. 처음으로 1만대를 돌파했다.
보험개발원이 집계한 개인용 자동차보험 가입차량 구성비 현황에서도 수입차 비중은 2018년 11%, 2019년 12%, 2020년 12.9%로 늘었다.
손해보험업계도 손해율 악화와 보험료 인상을 불러오는 비싼 수입차 수리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경미한 손상은 부품 교체 대신 복원 수리비만 지급하고 수입차 보험사기에 악용되는 자차손해 사고 미수선수리비 제도를 폐지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산차에 불리한 과실비율 산정법이 개선되거나, 수입차 소유자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비싼 부품 값이 국산차 수준으로 내려가지 않는 이상 수입차와 사고났을 때 피해를 보는 운전자들이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2004년 이전에는 2000만원, 3000만원, 5000만원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수입차 공포증을 확산시킨 마이바흐 프린스 사고 이후에는 1억원이 많아졌다.
억을 넘어 '억억' 소리가 나는 벤츠, BMW, 포르쉐, 람보르기니, 페라리, 벤틀리 차량이 많아진 요즘에는 3억원 이상이 대세가 됐다.
보험개발원 자동차보험 대물담보 금액별 가입 현황에 따르면 대물담보 가입 차량은 2018년 1630만대에서 지난해에는 1723만8000대로 증가했다.
이 중 대물담보 1억원 미만은 2018년 61만7000대에서 지난해 65만6000여대로 소폭 증가했다. 같은 기간 1억원은 150만대에서 88만4000대로 감소했다. 2억원도 630만대에서 394만대2000대로 줄었다. 반면 3억원 이상은 787만9000대에서 1175만6000대로 급증했다.
대물한도를 높이면 보험료 부담도 커진다. 한도를 2000만원으로 설정했을 때 보험료가 11만원이라면 1억~3억원으로 책정할 때는 13만~14만원 수준, 5억원으로 정할 때는 14만~15만원 정도가 된다.
비싼 수입차가 계속 증가하고 있고 상황을 감안하면 1년에 2만~4만원 정도 더 내고 3억원 이상을 선택하는 게 낫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gistar@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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