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의인문정원] 숭고함이라는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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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 연기자가 연애 시절의 다소 기이한 일로 큰 비난을 받고 있다.
우리 삶이 말초 감각을 만족시키려는 활동과 사회적 성공만을 향해 질주할 때 우리는 일상 너머 숭고함과의 고리가 끊긴 채 쉽게 비천함으로 추락한다.
숭고함은 그것에 견줘서 '더 이상 큰 것은 없다'는 느낌 속에서 나오는 두려운 감정이다.
우리에게 먹고, 연애하고, 음주와 오락을 즐기는 일상 행위들 말고, 그 너머에 존재하는 숭고함을 겪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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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고함을 모르는 아둔함서 비롯
한 여자 연기자가 연애 시절의 다소 기이한 일로 큰 비난을 받고 있다. 과거 연인이던 남자 연기자를 조종했다는 당사자로 소환된 서예지씨의 이야기다. 이 사람의 과거 연인으로 지목된 연기자는 드라마 촬영 중 상대 연기자에게 시종 퉁명스럽게 대했는데, 이는 서예지의 주문이었다는 의심이 불거지며 ‘가스라이팅’ 의혹도 퍼져나가는 중이다. 이 연기자는 드라마 제작진과 불화를 겪고 대본 수정 등의 소동 끝에 결국 중도 하차했다.
그렇다면 숭고함이란 무엇인가. 인간이 감각 지각으로는 측량할 수 없는 무한한 것에 다가갈수록 느끼는 두려움과 아름다움을 숭고라고 뭉뚱그려 말한다. 숭고함은 그것에 견줘서 ‘더 이상 큰 것은 없다’는 느낌 속에서 나오는 두려운 감정이다. ‘숭고(崇高)’라는 단어는 이미 그 바탕에 ‘높이’라는 의미를 품는다. 크고 높은 것, 근원을 알 수 없는 심연, 그 무엇과 비교할 바 없이 위대한 것을 꼽는 단 하나는 신이리라. 그러니까 숭고함이란 신적인 것과의 마주침에서 나오는 미적 쇄신의 기쁨, 즉 경외감이 그 바탕이다.
숭고함은 번개와 천둥, 굉음과 용암을 토해내는 거대한 화산 같은 자연현상들이 그렇듯이 초자연적인 신을 느끼고 경험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광활한 우주와 수 억 광년을 잇는 별들의 궤도를 관찰할 때, 그리고 우리 눈길 저 너머의 아득한 수평선을 품은 바다나 가파르게 솟은 직벽(直壁)의 위용을 드러내는 고산(高山)의 웅장한 산세 같이 인간을 압도하는 자연의 규모에서 우리는 얼어붙는 듯 두려움을 느낀다.
우리 내면을 직격하는 두려움은 인간의 미적 감식 능력을 초과하는 알 수 없는 것, 몸으로 가 닿을 수 없는 웅장한 대상에서 비롯한다. 그것들은 말을 잃게 하고 오직 형언할 수 없는 전율 속에서 경탄만을 자아낸다. 숭고한 감정이 자극하는 것은 우리 안에 품은 인간적 자질들, 즉 우리 안에 깃든 왜소함, 지질함, 유한함, 무력감 따위다.
우리에게 먹고, 연애하고, 음주와 오락을 즐기는 일상 행위들 말고, 그 너머에 존재하는 숭고함을 겪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우리가 얼마나 작고 지질한지에 대한 각성으로 이끌고, 우리의 아둔함을 일깨우는 바가 있다. 아울러 숭고한 감정을 겪는 가운데 자기 성찰과 함께 어떤 한계들, 즉 경험의 비좁음과 사유의 메마름, 거기서 비롯되는 태도, 교양, 문화와 같은 상징 자본의 빈곤에서 벗어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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