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투입 '높이 관리 기준'..내부 검토용 전락

김영록 2021. 4. 16.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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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부산]
[앵커]

부산시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해안가 난개발 등을 막기 위해 '건축물 높이 관리 기준'을 만들었습니다.

1년 반 동안 4억 원이 투입됐는데요.

그런데 KBS 취재 결과 부산시가 이 기준을 내부 검토용으로 활용하기로 해 사실상 난개발을 막는 데는 '무용지물'이 될 처지입니다.

김영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해안가마다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고층 건물들.

조망권을 해치는 데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사유화한다는 비난이 거셉니다.

이를 막기 위해 부산시가 전국 최초로 '건축물 높이관리 기준'을 만들었습니다.

부산항전망대 등 8곳에 조망점을 지정해 기준을 넘어 조망을 해치는 건축물을 짓지 못하게 하는 겁니다.

이 기준을 만드는데 기간만 1년 반, 4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올해부터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이 기준으로 건축물 허가를 심의해야 합니다.

그런데 부산시는 돌연, 해당 기준을 위원회 상정 전, 내부 검토 때 쓰기로 했습니다.

"도시계획위원회와 건축위원회 등에서 심의에 대한 독립성 침해 우려가 제기돼 내부검토용으로 활용하기로 했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높이 기준은 강제성이 없어 사실상 '무용지물'입니다.

애초 이럴 거면 왜 예산까지 투입해 기준을 만들었느냐는 비난이 쏟아집니다.

[권태정/동아대 도시계획공학과 교수 : "좋은 말로 하면 독립성이지만 나쁜 말로 하면 작위적인 기준이 되는 거거든요. 저희가 제시한 전해드린 기준들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되는 바입니다."]

부산시가 총괄건축가를 영입하는 등 도시 개발에 '공공성'을 강화한 기존 정책과도 방향성이 다릅니다.

특히 박형준 시장이 재개발, 재건축 기간 단축 등 규제 완화에 중점을 둔 건축 정책이 추진된다면 그동안 많은 예산을 들여 만든 계획들이 좌초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안일규/부산경남미래정책 사무처장 : "건축의 공공성을 위한 여러 정책과 기조를 시장이 바뀌었다고 폐기 수순 밟는 것은 부산시 차원의 건축 정책이 무의미해지는 것으로 시의회가 감시·견제해야 합니다."]

부산시 고위 간부들이 잇따라 '재산권 침해' 또 '독재'라는 발언까지 일삼은 건축물 높이 관리 기준.

난개발을 막기 위한 정책이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KBS 뉴스 김영록입니다.

촬영기자:한석규/영상편집:전은별

김영록 기자 (kiyur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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