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투입 '높이 관리 기준'..내부 검토용 전락
[KBS 부산]
[앵커]
부산시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해안가 난개발 등을 막기 위해 '건축물 높이 관리 기준'을 만들었습니다.
1년 반 동안 4억 원이 투입됐는데요.
그런데 KBS 취재 결과 부산시가 이 기준을 내부 검토용으로 활용하기로 해 사실상 난개발을 막는 데는 '무용지물'이 될 처지입니다.
김영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해안가마다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고층 건물들.
조망권을 해치는 데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사유화한다는 비난이 거셉니다.
이를 막기 위해 부산시가 전국 최초로 '건축물 높이관리 기준'을 만들었습니다.
부산항전망대 등 8곳에 조망점을 지정해 기준을 넘어 조망을 해치는 건축물을 짓지 못하게 하는 겁니다.
이 기준을 만드는데 기간만 1년 반, 4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올해부터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이 기준으로 건축물 허가를 심의해야 합니다.
그런데 부산시는 돌연, 해당 기준을 위원회 상정 전, 내부 검토 때 쓰기로 했습니다.
"도시계획위원회와 건축위원회 등에서 심의에 대한 독립성 침해 우려가 제기돼 내부검토용으로 활용하기로 했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높이 기준은 강제성이 없어 사실상 '무용지물'입니다.
애초 이럴 거면 왜 예산까지 투입해 기준을 만들었느냐는 비난이 쏟아집니다.
[권태정/동아대 도시계획공학과 교수 : "좋은 말로 하면 독립성이지만 나쁜 말로 하면 작위적인 기준이 되는 거거든요. 저희가 제시한 전해드린 기준들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되는 바입니다."]
부산시가 총괄건축가를 영입하는 등 도시 개발에 '공공성'을 강화한 기존 정책과도 방향성이 다릅니다.
특히 박형준 시장이 재개발, 재건축 기간 단축 등 규제 완화에 중점을 둔 건축 정책이 추진된다면 그동안 많은 예산을 들여 만든 계획들이 좌초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안일규/부산경남미래정책 사무처장 : "건축의 공공성을 위한 여러 정책과 기조를 시장이 바뀌었다고 폐기 수순 밟는 것은 부산시 차원의 건축 정책이 무의미해지는 것으로 시의회가 감시·견제해야 합니다."]
부산시 고위 간부들이 잇따라 '재산권 침해' 또 '독재'라는 발언까지 일삼은 건축물 높이 관리 기준.
난개발을 막기 위한 정책이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KBS 뉴스 김영록입니다.
촬영기자:한석규/영상편집:전은별
김영록 기자 (kiyuro@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 [백신여론] 집단면역 ‘비관 〉낙관’ 역전…백신수급 걱정 더 커져
- 5년 만에 찾아온 국민의힘에, 세월호 유가족이 던진 한 마디
- 제주도 서울본부는 원희룡 지사 대선 캠프일까?…감사보고서 결론은?
- 日 아소 “그럼 태평양이 중국 하수구냐?”…中과 언쟁 가열
- 쏟아진 항의 문자에 ‘문앞 배송’ 재개…깊어지는 택배 갈등
- 열 여덟에서 스물 다섯…단원고 졸업생들의 이야기
- ‘여성만 노려’ 차로 들이받고 커피 뿌리고…도대체 왜?
- 참배도 따로…北 ‘2인자 그룹’의 공개 행보?
- 억울한 사형도 모자라 ‘가압류’까지…“형사보상금 다 줄 테니 아버지 살려내요”
- [영상]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해도…갈 길 먼 ‘야권 대통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