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석면 가득한 지하실에..열악한 휴게 공간도 영향
[앵커]
쉬는 시간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쉴 만한 공간이 없는 것도 경비원들의 건강을 해치는 요인 중의 하나일 텐데요,
경비원들이 스러져간 아파트의 휴게 공간이 어떤 모습인지 강병수 기자가 둘러봤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추석 연휴 직후, 이 아파트에서 일하던 경비반장 임 모 씨가 사망했습니다.
평소 하루면 끝나던 재활용품 정리가 닷새 동안 이어진 뒤였습니다.
[동료 경비원/음성변조 : "추석 연휴에 그 분리수거가 선물 뭐 이런 거 해서 다른 때보다 한 세배 정도 나 왔어요."]
밤늦게 업무를 마친 뒤 임 씨는 지하 휴게실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임 씨가 쉬던 휴게실을 찾아가 봤습니다.
습한 냄새.
석면으로 뒤덮인 천장 아래, 식기가 그대로 노출돼 있습니다.
[동료 경비원/음성변조 : "석면이 정말 눈이 날리듯 퍽퍽 그냥... 돈 몇 푼 벌려고 하다가 사람 가겠다 싶더라고요."]
2019년 8월부터 경비원을 고용하려면 별도 휴게 시설을 마련하도록 노동부 훈령이 개정됐지만 구체적 시설 기준은 없었습니다.
같은 해 서울시 조사 결과 경비 초소와 별도로 휴게 공간을 마련했다고 답한 아파트는 절반을 넘었지만, 이 가운데 60% 이상이 지하에 있었습니다.
[유상철/노무사 : "조명도 안 돼 있고 냄새도 날 것이고 저 안에서의 취침, 식사, 기본적인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게 안 돼 있잖아요. 그것이 휴게이고 그것이 쉬는 권리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경비원 김 모 씨가 숨진 또 다른 아파트.
김 씨가 과로사한 뒤 바뀐 것이 있는지 찾아가 봤습니다.
경비원 화장실은 여전히 지하에 있고, 경비원 수에 비해 비좁은 휴게실도 그대로입니다.
초소에서 불편하게 잠을 자거나, 식사하는 모습도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전직 압구정 현대 경비원/음성변조 : "(업무 여건이 안 좋아서 그런 거 아닌지 조금 더 신경 써라 내지는 뭘 바꿔보자...) 전혀 없습니다. 그냥 흘러가는 물처럼 그냥 아무 말 없이 그냥 흘러갔어요."]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에야 경비원 휴게 시설에 대해 온도와 소음, 위험물질 기준 등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기존 아파트는 사실상 3년간 유예해 주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강병수입니다.
촬영기자:박준영/그래픽:김관후 김수현 고석훈
강병수 기자 (kbs032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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