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경기 여성 향한 편견에 도전하다 [책과 삶]
[경향신문]
완경일기
다시 스타인키 지음·박소현 옮김
민음사 | 368쪽 | 1만6900원
소녀가 성인 여성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 영화는 많다. 성과 출산 역시 인생의 중요한 주제다. 하지만 완경과 그 이후 삶에 대한 얘기는 듣기 힘들다. 늙고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여성에 대해서는 관심을 둘 필요가 없다는 걸까.
<완경일기>의 원제는 ‘Flash Count Diary’, 즉 ‘열감 횟수 기록 일지’다. 완경기에 하루에도 수차례 열감이 온몸을 휘감는 느낌을 기록한다는 뜻이다. 새벽에 잠을 자다가, 버스를 타고 가다가 문득 “모든 것들이 다 뻣뻣하게 정지되어 있지만, 그 모든 것이 다 잘못되었다는 불쾌한 감각”을 느낀다고 표현된다.
물론 중년여성의 신체 변화를 의학적으로 기술하는 책은 아니다. 생식력을 잃어버리고 성적 매력이 줄어든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도전하는 책이다. 많은 여성은 완경기 전후 걷잡을 수 없는 분노의 폭발을 경험한다. 중세에는 ‘마녀’ 취급을 했고 현대 의학은 ‘호르몬 감소’ 때문이라고 하지만, 화낼 만한 일에 화내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다만 완경기 이전 여성들은 화를 억누르는 데 익숙해지도록 요구받았을 뿐이다.
완경기 여성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것은 이 사회가 남성의 필요와 쾌락을 중심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중년 이후 성생활이 청년기와 같은 방식일 수 없다는 인식에는 “여자의 성적 매력은 여러 계절을 지녔다”는 통찰이 유효하겠다. 남성 역시 노화 중인 육체를 정직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포유류 중에 완경 이후의 삶을 누리는 동물은 인간과 고래뿐이라고 한다. 저자는 인간에게 포획된 채 좁은 수족관에 갇히거나 쇼를 해야 하는 고래에 각별한 애정을 표한다. 호르몬 치료를 받지 않고도 장수하며 무리를 이끄는 고래 가모장이 될 가능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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