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내게 중요한 분" 재소자가 부탁한 선물..수령자는 '교도관 가족'
'감옥 안의 황제'로 불린 한 수용자가 그 안에서 마약성 진통제를 유통해온 문제 저희가 보도해드렸습니다. 저희 보도가 나간 뒤로 교도관과 수용자의 '유착 의혹'이 있단 제보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오늘(16일)은 또 다른 교도소 이야기입니다.
[A씨/춘천교도소 수용자 (지난해 12월, 교도소 안 통화) : 나한테 아주 중요한 분이라서 그래. 주소 적어. 랍스터 2kg짜리 두 개만 거기로 보내.]
한 수용자가 지인에게 고급 선물을 수 차례 보내라고 시켰는데, 받은 사람은 다름 아닌 교도관의 가족이었습니다.
먼저 이상엽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11월 김모 씨는 춘천교도소 안에 있는 A씨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수용자 A씨와는 과거 알고 지내던 사이였습니다.
A씨는 김씨에게 특이한 요구를 해왔습니다.
고급 선물을 사서 자신이 알려주는 주소로 보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A씨/춘천교도소 수용자 (2020년 11월 / 교도소 안 통화) : 나한테 아주 중요한 분이라서 그래. 주소 적어. 춘천시…OOO(이름). 랍스터 2㎏짜리 두 마리 여기로 보내. 모레 받을 수 있게 해.]
김씨는 여러 차례 A씨가 시키는 대로 선물을 보냈습니다.
[김모 씨/제보자 : A씨가 전화 와서 뭐라고 했어요. '(랍스터) 살이 거의 없더라. 알아보고 해야 하지 않느냐'고. 다시 보내라고…]
A씨가 출소를 앞뒀을 땐 또 다른 요구도 했다고 했습니다.
[김모 씨/제보자 : 가리비가 얼마인지 알아보고 5㎏씩 두 박스를 담아서 가석방 나오는 날 차에 실어서 가지고 오라고…]
김씨가 건넨 선물들을 받은 사람은 다름 아닌 교도관 B씨의 가족이었습니다.
김씨는 그제야 교도소 수용자와 교도관이 유착됐다고 생각했고 A씨를 경찰에 B씨를 법무부에 고소, 고발했습니다.
[김모 씨/제보자 : 그렇게 자유롭게 범죄자가 한다는 걸 교도관들하고 이렇게까지… 시민들이 아시면 아마 많이 놀라실 거예요.]
최근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은 김씨와 B씨를 조사했습니다.
B씨가 A씨를 통해 김씨로부터 고가의 선물들을 받아온 사실을 확인하고 징계 여부를 검토 중입니다.
■ 선물 상납 대가는 특혜…규정 어기며 '맘대로 통화'
[앵커]
교도관에게 고가의 선물을 '상납'한 대가는 '특혜'로 돌아왔습니다. 교도소 안에서 여러 편의를 제공받은 겁니다. 횟수와 방법이 정해져 있는데도, 규정을 어겨가며 마음껏 통화를 하게 해줬습니다. 법무부는 문제의 교도관을 직무에서 배제했습니다.
이어서 박지영 기자입니다.
[기자]
A씨는 출소하는 날 교도관이 타던 차량 열쇠도 갖고 있었습니다.
[김모 씨/제보자 : 출소하는 날 차량이 한 대 서 있었어요. (수용자 A씨에게) 차 키가 있더라고요. 문이 열려요. 나중에 알고 보니까 교도관 차였던 거죠.]
교도관이 이 차를 팔려고 하는데, 중고차 매매 견적을 내달라고 김씨에게 요구했습니다.
[김모 씨/제보자 : 그 차의 견적을 떼라는 거예요. 근데 제가 중고차 하는 사람도 아니고…]
교도관이 사고 싶어 하는 중고차 가격도 김씨가 대신 알아봐줬습니다.
[A씨/춘천교도소 수용자 (2020년 12월 / 교도소 안 통화) : 17년식 OOO 파란색…(견적 뽑아서) 사진 보내. 주임님 드릴 거니까.]
출소할 때까지 이뤄진 '상납'은 '특혜'로 돌아왔습니다.
A씨는 교도소 안에서 김씨와 통화할 때마다 이를 자랑처럼 말했습니다.
[A씨/춘천교도소 수용자 (2020년 12월 / 교도소 안 통화) : 우리 주임님 들어오셨어. 전화도 6분 하는 거야. 아, 시간 많이 주시네…]
800통에 가까운 전화는 모두 다른 번호로 걸려왔습니다.
교도소 안에서 허용되지 않는 일입니다.
[김모 씨/제보자 : 전화번호가 세 군데로 찍혀 있어요, 한 800건 정도가. (감찰관이) 이건 말이 안 된다고. 공무원이 쓰는 거지, 수용자가 쓸 수 없는 번호라고. 통탄하시더라고요.]
법무부는 교도관 B씨를 직무에서 배제시켰습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어제 전국 58곳 교정기관장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최근 교정시설에서 일어난 여러 일들이 국민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통렬한 반성의 시간을 가지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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