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망언' 사과한 박훈탁 교수 "사회적 논란 의아" 태도 바꿔

"지만원 발언 1분20초 소개했을 뿐"..5·18민주화운동 관련 언급 거부
위덕대 총학은 "진심으로 사과해도 모자랄 판에" 박 교수 파면 촉구

[경향신문]

최근 비대면 강의에서 ‘5·18민주화운동은 북한군이 일으킨 폭동’이라고 주장한 후 논란이 일자 사과했던 경북 경주 위덕대 박훈탁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당시 강의 내용은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16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관련 수업(50분)에서 이른바 ‘5·18 가짜뉴스 처벌법’(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설명했고, 광주 사태의 전개를 다룬 지만원 박사의 발언을 1분20초 소개했을 뿐”이라면서 “(수업 이후) 사회적 논란이 되자 의아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수업은 사회적 통념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며, 이는 다양한 가설의 경쟁을 통해서 이뤄진다”면서 “다만 본의 아니게 5·18 관계자 등에게 피해를 준 데 대해 미안하다는 취지에서 사과 영상을 찍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언급을 거부했다. 그는 학교 교원인사위원회에서 자신의 입장을 적극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지만원씨와의 관계에 대해 “아무런 관계가 없다. 가끔 통화해서 ‘이런 연구가 좋더라’는 의견을 나누는 게 전부”라고 밝혔다.

위덕대 총학생회는 입장문을 내고 박 교수의 파면을 촉구 했다. 다음달 18일에는 광주를 찾아 5·18기념재단과 5월 관련단체 등 관련자들에게 사죄할 예정이다. 총학은 “박 교수는 자신의 망언으로 피해를 입은 5·18 유족과 학교 구성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학문적 자유나 왜곡보도 운운하며 태도를 바꿔 또 한번 상처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위덕대는 조만간 박 교수에 대한 징계 등을 검토하기 위한 인사위를 열 예정이다.

앞서 박 교수는 지난달 26일 강의 녹화분에서 “5·18이 민주화운동이 아니고 북한군이 저지른 범죄 행위라는 주장은 상당한 과학적 근거와 역사적 증언과 증인을 갖고 있다”고 말해 비판을 받았고, 지난 12일 “국민과 5·18 관계자분들, 위덕대 구성원들에게 상처를 준 것에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 사과가 나오기까지 총학 학생들이 지난 8일부터 나흘간 밤늦도록 박 교수를 설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