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수 끝 대구에 민주당 깃발 꽂은 김부겸, 文정부 마무리 투수로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현 정부의 사실상 마지막 국무총리 후보자로 대구·경북(TK) 출신인 김부겸(63)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낙점했다. 김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단행된 영·호남 통합 인사 가운데 급이 가장 높다. 문 대통령이 소통과 화합에 방점을 찍었다는 얘기다. 전임자였던 이낙연·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모두 호남 출신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도 관료나 학자가 아닌 ‘정치인 총리’를 택했다. 4선 국회의원에 현 정부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김 후보자의 관록과 풍부한 국정운영 경험을 높이 산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과 백신 수급 문제 등 당면한 현안 문제를 풀기에 김 후보자가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이다.
“현장 목소리 가감 없이 대통령께 전달할 것”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브리핑에서 “김 후보자는 정치와 사회 현장에서 공정과 상생의 리더십을 실천해온 4선 국회의원 출신의 통합형 정치인”이라며 “지역구도 극복과 사회개혁, 국민 화합을 위해 헌신해 왔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김 후보자는 총리 지명 이후 기자들과 만나 "자세를 낮춰 국민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듣고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 마무리를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대통령께 전달하겠다"며 "현 정부의 남은 1년간 가장 중요한 과제를 일자리와 경제, 민생에 맞추고 부동산 문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등 국민의 따가운 질책을 받은 건에 대해 원칙을 세워 쇄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이날이 세월호 참사 7주기인 점을 언급하며 “국민 생명과 안전에 대한 정부의 무거운 책임을 다시 깊이 새기게 된다”고도 강조했다.
경북 상주 출신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김 후보자는 서울대 재학 시절 유신 독재에 반대해 긴급조치 위반으로 복역했다. 1980년 ‘서울의 봄’ 당시에도 학생운동 지도부로 활동했다. 1988년 제정구 전 의원 등 재야 인사들과 한겨레민주당을 창당하면서 정치권에 입문했다. 1991년 민주정의당과 통일민주당, 평화민주당의 3당 합당에 반대해 만들어진 ‘꼬마 민주당’에 입당했으나, 이후 한나라당과 합당하면서 2000년 보수정당에서 국회의원(경기 군포) 배지를 처음 달았다. 그러나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한나라당을 탈당, ‘독수리 오형제’로 불리며 더불어민주당 전신 격인 열린우리당에 합류했다.
3수 만에 ‘보수 텃밭’ 뚫어… 4선 의원ㆍ장관 출신
김 후보자는 지역주의 타파의 상징이기도 하다. 2012년 1월 민주통합당(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선출되며 40년 만에 당내 첫 TK 출신 선출직 지도부가 됐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내리 3선을 했던 경기 군포를 떠나, 보수의 텃밭인 대구에서 출마했다. 당시 이한구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후보에 패했지만, 2년 뒤 지방선거에서 또다시 대구시장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2016년 20대 총선 당시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갑에서 김문수 새누리당 후보를 물리치면서 지역주의 장벽을 깨는 데 성공했다.
40여 년 만에 대구에 민주당 깃발을 꽂은 상징성 때문에 김 후보자는 단숨에 대선주자급으로 위상이 올라섰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서 고배를 마시고, 같은 해 8월 민주당 당권 도전에서도 이낙연 전 대표에게 패하면서 주춤했다. 이번 총리 지명으로 내년 3월 대권 도전의 꿈도 잠시 접게 됐다.
TK 출신...야당과의 협치에도 역할?
문재인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지명한 배경에는 민주당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향후 당정청 간 조율 문제에 있어 김 후보자를 향한 기대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과의 협치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보수 야당의 텃밭인 TK 출신이라는 점에서 김 후보자는 평소 국민의힘 인사들과 접촉면이 넓다. 실제 김 후보자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소통하며, 상식과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펴는 국정운영을 해나가겠다”면서 “협치와 타협, 국민통합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대한민국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야당과 협조하는 일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만 비주류라는 점에서 당내 기반이 약해, 당정청 간 '쇄신'을 주도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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