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청년, 소수민족 장·차관으로 미얀마 통합민주정부 합류
[경향신문]
미얀마 군부에 의해 쫓겨난 의원들, 거리에서 쿠데타 저항 시위를 조직한 젊은이들, 수십년간 군부와 싸워온 소수민족 지도자들이 통합민주 정부를 구성했다. 이들은 군부를 뿌리 뽑을 때까지 싸움을 함께 하기로 했다.
로이터통신과 현지매체 미얀마 나우는 민주진영의 임시정부격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가 16일 민족통합정부를 구성하고 내각 인선을 완료했다고 보도했다. CRPH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선출된 의원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임시정부로 그간 국제사회에 미얀마 민주정부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을 해왔다. 여기에 각 지역에서 반군부 시위를 조직한 활동가들과 오랜기간 국경지역에서 군부 뿐 아니라 중앙정부와 싸워온 소수민족의 지도자들도 합류했다.
군부라는 공통의 적이 민족통합정부의 구성을 가능케했다. 135개 민족이 살아가는 미얀마는 대표적인 다민족 국가다. 군부는 인구의 약 70%를 차지하는 버마족을 우대하고, 여타 소수민족을 탄압하는 분리통치로 반세기 이상을 집권해왔다. 국경지역의 소수민족은 저마다의 무장단체를 꾸려 군부와 중앙정부에 맞선 항쟁을 거듭했다. 이들의 주된 요구는 자치권 확보였지만 군부 집권기는 물론, NLD 집권기에도 소수민족 무장단체와 중앙정부 사이의 긴장은 계속됐다.
쿠데타 발생 이후 CRPH는 군부에 맞서 소수민족 무장단체를 규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난달 말에는 ‘연방 민주주의 헌장’을 발표하고 향후 연방제 전환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CRPH의 유엔 특별대사로 활동해왔고 이날 통합정부의 국제협력부 장관으로 임명된 사사 박사는 로이터통신에 “폭력을 종식하고 민주주의를 복원하며 ‘연방 민주 연합’을 구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미얀마에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통합정부에 몸 담을 대통령과 12개 부처 장·차관 등 인선도 발표됐다. 군부 쿠데타로 현재도 구금 중인 윈 민 대통령과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은 통합정부에서도 직이 유지된다. 부통령과 부처 장·차관 직은 새로운 사람들로 채워졌다. 이날 인선이 완료된 26명의 인사중 절반인 13명은 소수민족 출신이었고, 8명은 여성이었다. 쿠데타 발생 이후 양곤에서 처음으로 시위를 조직한 에 띤자 마웅(26)은 여성·청년·아동부 차관으로 임명돼, 최연소 내각 관료가 됐다.
1988년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던 활동가 민 코 나잉은 이날 통합정부 인선을 발표한 뒤 “시민의 정부를 환영해 달라”며 “(군부를) 뿌리에서 뽑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많은 것을 희생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실제 통합정부 구성을 하루 앞둔 15일 군부는 36명의 시민 항쟁 지도자들을 체포했다. 사가잉 지역의 몽유와에서는 오토바이 시위를 이끌던 웨이 모 나잉이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양곤의 에 띤자 마웅, 만달레이의 타이자 산과 함께 거리시위를 주도하는 젊은 지도자 중 한 명으로 꼽힌 바 있다. 이 밖에 유명 배우 진 윈과 수배 명단에 올라있던 가수 포 포 등이 체포됐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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