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거지' 신고했더니 경찰이 와서 한 말.."오늘만 세 건이네요"

입력 2021. 4. 16.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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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아르바이트 배달인 '배민커넥트'를 통해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A씨.

배달 전문마트 'B마트'로 주문이 이뤄진 아이스크림 등을 고객 B씨에게 배달하는 업무를 맡았다.

단순히 '음식을 못 받았다'고만 하면 A씨처럼 배달기사가 다시 돌아와 항의할 때 꼼수가 적발될 수 있으니, 아예 사람이 살지 않는 다른 주소로 배달이 이뤄지게 한 뒤 몰래 음식만 챙겨가는 '지능형 배달거지'까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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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배달 전문마트 ‘B마트’ 물건이 문 앞에 놓여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분명히 제대로 배달하셨는데도 고객은 못 받았다고 하고 있다는 거죠? 오늘 오전에도 비슷한 신고가 두 번이나 있었는데….”(경찰)

일반인 아르바이트 배달인 ‘배민커넥트’를 통해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A씨. 배달 전문마트 ‘B마트’로 주문이 이뤄진 아이스크림 등을 고객 B씨에게 배달하는 업무를 맡았다. 주소에 도착해 고객에게 전화하니 ‘없는 번호’라고 안내돼 다소 의아했지만 문을 두드리자 ‘밖에 두고 가시라’고 대답이 돌아와 문제없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곧 관제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고객이 물건을 받지 못했다고 하니, 잘못 배달한 물건은 회수하라’는 지시였다. 즉시 돌아가 문을 두드리고 “아까 분명 물건을 문 앞에 두고 가라고 했고, 본인이 챙기지 않았느냐”고 따져 물었다. B씨는 당황했는지 받았다고 했다가 다시 받지 못했다고 하는 등 의심스러운 행동을 보였다. 결국 A씨는 경찰을 부르겠다고 으름장을 놨는데 B씨는 다급하게 문을 닫고 들어가 없는 척을 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결국 경찰이 도착했다. B씨가 기다렸을 재배달기사도 도착했다. 전후 사정을 확인한 경찰은 이미 오전에 두 차례나 비슷한 건으로 출동했다고 한다. 문을 열어주지 않는 B씨와, B씨가 뻔히 안에 있는 걸 아는 A씨와의 대치가 30분 정도 이어졌을 즈음, 지금쯤이면 돌아갔겠거니 B씨가 살며시 문을 열고 확인하는 찰나를 A씨와 경찰은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B씨는 사과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추가로 온 물건, 그냥 한 번 더 결제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당당했다. 명백히 배달기사의 업무를 방해하고 시간·재산적 손실을 끼쳤으니 제대로 사과하고 배상하라는 경찰의 말에도 B씨는 굽히지 않았다. 결국 서로 좋게 끝내도록 유도하던 경찰도 “꼭 고소장 접수하시라”며 분통을 터트리고 돌아갔다.

A씨는 이 같은 사연을 한 배달업 커뮤니티에 공유하며, 사건이 일어난 주소의 일부를 적고 ‘주의하시라’고 전했다. 그는 “배민커넥트로 주 20시간 정도 일하고 있는데, 전업으로 하시는 분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얼마나 머리아플까 싶다”고 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배달기사와 고객이 직접 마주하지 않는 ‘비대면’ 배달이 많아지면서, 공짜로 음식을 받으려는 이른바 ‘배달거지’로부터 피해를 봤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음식을 못 받았다’고만 하면 A씨처럼 배달기사가 다시 돌아와 항의할 때 꼼수가 적발될 수 있으니, 아예 사람이 살지 않는 다른 주소로 배달이 이뤄지게 한 뒤 몰래 음식만 챙겨가는 ‘지능형 배달거지’까지 등장했다. 이 경우 배달기사가 돌아와 항의해도 그 집에는 아무도 살지 않기 때문에 배달기사로선 어쩔 도리가 없다. 하지만 음식은 사라졌으니, 변상은 기사 몫이다.

서울 강남의 모 오피스텔에서 한 남성이 잘못 배달된 쿠팡이츠 음식을 가져가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 일부러 다른 주소에 배달시킨 뒤 공짜로 음식을 챙겨간 것으로 의심할 만한 정황이 알려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배달이 완료된 뒤 3시간이 지나서야 ‘음식을 못 받았다’며 연락해오는 고객도 있다. 물론 실제로 배달 실수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3시간이 지나서야 고객센터에 연락을 취한 것으로 봤을 때, 배달기사가 퇴근한 후에는 적극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고객이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추측이 나왔다. 배달을 받지 못했다는 항의에 기사가 ‘사진까지 찍어뒀는데 무슨 말이냐’고 되묻자 꼬리를 내리는 고객도 있다.

애초에 명확한 귀책 사유 검증 없이 배달기사에게 책임을 넘기는 일부 배달앱의 ‘고객 우선’ 정책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쿠팡이츠의 경우 배달이 정확한 주소로 이뤄졌다는 증거 사진을 기사 측이 적극 제시하지 않는 이상, 기사에게 변상 책임을 지운다. 배달을 마친 뒤에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들며 고객의 주소를 알려주지도 않는다. 본인이 변상한 음식을 다시 찾아올 수도 없는 셈이다. 배달의민족은 고객이 주문을 취소했을 때 대부분은 배달기사에게 음식을 회수하라는 안내가 이뤄진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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