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사건 재판, '제보자X' 증인신문 한번 못하고 끝낸다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 MBC 제보자인 '제보자X' 지모씨가 '이오하'라는 가명으로 운영하고 있는 페이스북

채널 A 강요미수 재판이 핵심 증인인 제보자 X 지현진(55)씨의 출석 없이 끝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1단독 홍창우 부장판사는 16일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된 이동재 채널A 전 기자와 백모 채널 A 기자의 재판을 열었다. 지씨는 이날도 출석하지 않았고 홍 부장판사는 “다음달 14일 재판을 마치겠다”고 밝혔다.

이철 전 VIK대표의 대리인 행세를 하며 이 전 기자를 만난 뒤 MBC에 ‘검언유착’이라며 제보했던 지씨는 이 사건의 핵심 증인이다. 그러나 지씨는 작년부터 진행된 이 재판에서 줄곧 증인출석을 거부했다.

재판부는 작년 10월 “지씨에 대해서는 출석요구서 송달이 안 되고 있다”며 소재를 알아보라는 명령까지 내렸다. 그러나 지씨는 전날 밤 MBC장모 기자를 만난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고, 이후에도 검찰을 조롱하는 글을 종종 올리면서도 법정엔 나가지 않았다. 법조계에선 지씨가 MBC에 했던 검언유착 제보가 거짓으로 드러나 법원에서 위증죄로 처벌될까봐 출석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재판부는 지난 1월 5차례 출석을 거부해 온 지씨에 대해 “소재를 찾을 수 없다”며 변호인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씨 검찰 진술을 증거로 채택했다. 대법원 판례와도 배치되는 이 결정으로 이 전 기자가 법정에서 지씨 진술의 모순점을 따져 물을 기회마저 없어졌다. 해당 재판장은 지난 2월 정기인사에서 선호직역인 고등법원 판사로 발령났다.

16일 변호인들은 “지씨의 증거채택에 대해선 이의를 제기하니 판단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새 재판부도 “종전 재판부에서 증거로 채택한 거라 그 결정을 유지하겠다”며 지씨 증언 없이 결심할 방침을 밝혔다.

◇제보자 X, 이동재와 통화 53초만에 “검찰과 교감 있냐”

이날 재판에선 지현진씨가 이동재 전 채널 A 기자와 통화를 시작한 지 1분도 되지 않아 “검찰과 교감 있냐”고 물었던 사실이 밝혀졌다. 이 전 기자가 한동훈 검사장과 유착해 이철 전 대표를 협박한 게 아니라 지씨가 한 검사장을 겨냥해 관련 발언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전 기자가 검찰 인맥을 빌미로 이 전 대표를 협박했다는 취지로 이 전 기자와 후배 백 기자와의 대화 녹음파일을 재생했다. 하지만 이날 이 전 기자측이 재생한 작년 2월 14일 지씨와의 통화 내용에 따르면 지씨는 이 전 기자에게 “검찰과 교감이 있어서 하시는 거지, 왜냐면 이철 대표도 뭔가 저게(검찰과의 교감) 있어야 되잖아요”라고 했다.

변호인은 “전화시작 53초만에 지씨가 먼저 검찰과 교감 있냐고 강조하면서 물었다”며 “공소장에 기재된 것보다 1분 30초 먼저 나온다”고 했다.

변호인은 또한 “녹취파일에서 이 전 기자는 지씨에게 ‘딜(검찰과의 거래)을 못 친다. 검찰을 자주 찾아오지 말라’고 했고, ‘제보 안 하셔도 된다’는 말을 9번이나 했다”며 ‘검언유착' 기소 내용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