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차이나타운 "한옥단지"라는 최문순, 인민망은 "중국문화 수출 모범"

한기호 2021. 4. 16.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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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 지사, CBS라디오서 "강원도 주체 아니고 100% 민간사업..한류 포함" 해명
中인민망 참여 법인-강원도 '중국복합문화타운'으로 론칭, 1조 투자 유치 계획 사업
中 현지서 "공동투자자" 자임한 崔..인민망과 "문화 일대일로" 입 모아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문순 강원도지사.[사진=최문순 강원도지사 페이스북]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산하 온라인 자회사 '인민망' 홈페이지 검색 결과에 따르면, '한중문화타운'이라는 어휘를 포함한 보도는 확인되지 않는다.[사진=인민망 한국어판 홈페이지 캡처]
지난 3월29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게재된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설을 철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은 4월16일 오후 6시 기준 청원 동의 56만건을 돌파한 것으로 파악됐다.[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설 철회'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가 55만건을 넘어선 16일 이른바 '한중문화타운'(초기 명칭 중국복합문화타운) 사업에 관해 "도민들의 반대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사업 관련 논란 보도, 청원 내용, 반대 시위 단체의 주장 등을 "약간의 사실과 대부분의 가짜뉴스를 적당히 섞어서 만든 뉴스"라고 부인하기도 했다.

최 지사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청와대 국민청원 내용 등을 토대로 한 질문들에 "문화관광 콘텐츠사업이다. 볼거리 사업", "강원도 주체가 아니고 100% 민간기업이 하는 사업", "한류(韓流)도 포함돼 있다", "현장에 가보면 한옥단지다", "(들어오는 중국 자본이) 전혀 없다. 100% 우리 기업의 자본" 등 해명을 이어가면서 이같이 말했다.

'전체적으로 한옥단지고 그 일부로 중국 거리가 들어가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그는 "그렇다"고 했고, "우리 전통문화를 자랑하고 문화 교류를 하자는 취지"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사업 착수 단계에서 강원도와 핵심 사업 참여자인 '인민망' 측이 공공연히 밝힌 입장과 배치돼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핵심 사업 참여자인 인민망부터가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온라인 자회사로서 "100% 민간기업"을 강조한 최 지사의 해명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원도 차이나타운'이라는 세칭을 얻은 이 사업은 내년 한·중수교 3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코오롱글로벌의 춘천시 동산면 조양리와 홍천군 북방면 전치곡리 일대 480만㎡의 라비에벨 관광단지 중 골프장을 제외한 부지 120만㎡에 테마형 관광지를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코로롱글로벌, 인민망, 대한우슈협회로 구성된 특수목적법인이 주도한다. ㈜내외주건도 사업 공동주최자로 거론된다. 법인은 해당 부지에 대해 2009년 관광단지 인허가를 받은 뒤 2018년 강원도와 MOU(업무협약)를 맺었다. 사업비는 기존 6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가 1조62억원으로 대폭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은 당초 '중국복합문화타운'으로 통칭됐으나, 최근 중국발 역사 왜곡 논란으로 반중(反中) 정서가 짙어지자 강원도 측이 새 이름으로 '한중문화타운'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중 측의 사용 사례는 찾기 어렵다. 인민망 한국어판은 해당 사업을 거론한 마지막 보도(지난해 6월19일자 신정승 전 주중대사 인터뷰)에서도 '중국복합문화타운'이라고 지칭했다. 특히 인민망은 당시 신 전 대사에게 "강원도 춘천에서 한국 국민들께 중국의 문화를 알리고자 '중국복합문화타운'이라는 큰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런 양국 협력 사업 추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의했다. '중국 문화 알리기' 목적의 양국 협력 사업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보다 반년여 전인 2019년 12월6일 중국 베이징 인민망 스튜디오에서 열린 '한국 강원도 중국복합문화타운 런칭식' 관련 보도까지 감안하면, 사업의 성격이 한층 분명해진다. 인민망 한국어판에 따르면 당시 런칭식에는 최 지사가 직접 참여했다.

행사에서 중 측 차관급 참석자인 쉬정중 인민일보사 부총편집장은 축사에서 "춘천 '중국복합문화타운' 프로젝트는 유익한 시도"라며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고 소통할 수 있는 방식으로 중국의 우수한 문화를 전방위적으로 다양한 각도에서 접할 수 있는 '직관적인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창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공산당의 현대판 실크로드 사업) 국가정보센터 빅데이터발전부 부주임(부국장급)은 "한국 등 '일대일로' 연선(沿線)국가에 '중국복합문화센터'를 건설하는 것은 중국의 우수한 문화를 수출하는 중요한 매개체이자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며 "중국 전통과 현대 우수한 문화를 집중적으로 선 보이는 문화타운은 '일대일로' 문화 교류 협력의 플랫폼이자 브랜드"라고 했다. 실제로 이 보도에서 인민망은 사업계획을 인용해 "중국복합문화타운은 교육·문화, 최첨단 과학기술, 음식, 우슈, 숙박 5개 테마로 나뉘며 중국 8대 명주와 8대 요리·중국차·중의학·도자기·비단·우슈·중국어 강습·서커스·연극·문화 등 세부 카테고리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한류와 거리가 먼 설명이다.

런칭식 당시 최 지사는"중국복합문화타운의 조성은 춘천에 관광 산업의 발달 뿐만 아니라 현지 주변 지역의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촉진해 한중문화교류와 지역 경제 번영에 큰 활력을 불어 넣어줄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그러나 최 지사는 이날 CBS라디오에서 '사업을 통한 경제적 이익'을 묻는 질문에 "저희들이 추정을 하지 못하고 기업에서 하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코로나19로 인한 관광 부진을 들어 "경제적인 효과는 지금으로써는 제로"라고 말했다.

최 지사는 런칭식 보도 2주 뒤인 2019년 12월20일자 인터뷰에서는 '강원도민을 대표하는 도지사로서 중국복합문화타운의 성공적인 조성을 위해 어떤 노력과 지원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공동 투자자로 봐주셔도 괜찮겠다"며 "토지라든지 인허가라든지 기본적인 것은 물론이고 중국 지방 정부들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중국을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들이 와서 자리 잡고 잘 디자인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라고 발언했다.

그는 '프로젝트가 한·중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해서는 "저는 이 사업을 '문화 일대일로'라고 이름 붙였다. '마음 속에 까는 일대일로'"라며 "잘 자리 잡게 되면 두 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가 문화 속에서 서로 교류하는 공간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답했다. 이 대목이 1년여 만에 국내에서 부각돼 강원도 차이나타운이 친중(親中) 논란으로 확산하는 불씨가 됐다.최 지사 언급대로면 "공동 투자자"까지 자임하던 강원도는 논란 이후 해당 사업에서의 역할을 '인허가 등의 행정지원'에 한정하는 해명을 거듭하고 있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지난달 29일 게재된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설을 철회해주세요' 청원은 이날 오후 6시 기준 56만건 이상의 동의를 얻었고, 이달 15일 추가로 게재된 '강원도지사의 탄핵을 촉구합니다' 청원에는 관리자 검토 상태에서 동의 1만건을 넘겨 후폭풍이 계속될 전망이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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