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과 감성> 하이네의 심장에서 화음을 이끌어낸 슈만
[EBS 저녁뉴스]
여러분들께서는 비올라라는 악기를 알고 계신가요?
크기도, 음역대도 바이올린과 첼로의 중간에 있으면서 실내악이나 오케스트라 장르에서 그 두 악기를 결합시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오늘은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민씨와 함께 비올라 공연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용경빈 아나운서
공연과 연주자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수민 바이올리니스트
지난 4월 10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비올리스트 최은식의 독주회가 열렸습니다.
비올리스트 최은식은 현재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교수, 전주 실내악 페스티벌 예술 감독이며 ‘한국을 빛낸 음악가’에 선정되기도 한 연주자입니다.
이 공연에서 호흡을 맞춘 피아니스트 문지영은 제네바 국제 콩쿠르, 부조니 국제 콩쿠르에서 연이어 우승을 차지한 피아니스트로 현재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중 한 명입니다.
선후배 음악가가 만나 조화로운 화음을 이룬 공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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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경빈 아나운서
비올라는 음색이 유난히 따뜻한 것 같아요.
어떤 곡들로 비올라만의 매력을 드러냈을지 궁금합니다.
이수민 바이올리니스트
비올라라는 악기는 ‘사람의 목소리를 표현하기에 제일 적합한 악기’라는 평을 받습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총 세 곡이 연주되었는데요.
세 곡 모두 비올라를 위해 작곡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 독특했습니다.
첫 번째 곡은 지금은 없어졌지만 ‘찰현 기타’라고 불리며 반짝 유행했던 악기인 아르페지오네를 위해 작곡된 슈베르트의 곡, 두 번째 곡은 슈만의 독일 가곡집, 세 번째 곡은 바이올린 대표 레퍼토리인 프랑크 소나타였습니다.
비올리스트 최은식은 이 세 곡의 매력을 비올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공연 프로그램 중 제일 유명한 곡이자 중저음의 매력적인 비올라 음색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곡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감상해보시겠습니다.
용경빈 아나운서
이번 공연에서 인상 깊었던 곡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수민 바이올리니스트
이번 공연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곡은 총 열여섯 곡으로 이루어진 슈만의 가곡집 ‘시인의 사랑’이었습니다.
이 가곡집은 독일 최고 시인으로 꼽히는 하인리히 하이네의 시집 ‘노래의 책’에 멜로디를 붙인 것으로, 1840년 클라라와의 결혼으로 행복감과 영감으로 가득 차있을 때 만들어졌습니다.
사촌 동생이었던 아말리에와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하이네의 시집에는 사랑을 시작하며 들뜬 마음부터 실연의 아픔, 인생의 허무함까지 모두 담겨있습니다.
하이네의 시 자체도 훌륭하지만 슈만이 이를 돋보이게 하는 멜로디를 붙였기 때문에 ‘슈만은 하이네의 심장으로부터 화음을 이끌어 내고 탐험했다’라는 평을 받습니다.
비올리스트 최은식은 시인의 사랑 열여섯 곡 중에서도 제일 마지막 곡인 ‘옛날의 불길한 노래’가 가장 마음에 와닿는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사랑과 고통을 술통보다 더 큰 관에 넣어 바다에 가라앉히고 싶다’ 라는 내용인데 애써 괜찮은 척 하며 마음을 추스르는 화자의 모습을 슈만이 멜로디로 절묘하게 표현한 곡이기 때문입니다.
공연 실황 영상 보시겠습니다.
용경빈 아나운서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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