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총리' 뗀 정세균, 9년만에 대선 재도전..'정통파' 정치로 승부

박주평 기자 2021. 4. 16. 18: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12년 민주당 경선 출마..국회의장·총리 국정경험 장점
차기 1위 이재명과 차별점 많아..'친문' 지지 관건
정세균 국무총리가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환송식을 마친 후 차량에 탑승하며 각 부처 장차관 및 직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1.4.16/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16일 총리직을 내려놓음에 따라 2021년 대선 출마를 위해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다. 지난 201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뒤 9년 만에 국회의장과 총리라는 '스펙'을 쌓아 다시 도전하는 것이다.

정 총리는 이날 오후 2시30분 정부서울청사 별관 대강당에서 이임식을 열고 총리로서 1년3개월간 임기를 마무리했다. 정 총리는 17일 0시를 기점으로 면직 처리된다.

정 총리는 지난해 1월14일 이낙연 전 총리에 이어 문재인 정부 두 번째 국무총리로 취임했다. 취임 후 엿새 만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함에 따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본부장으로서 방역 대응을 총괄해왔다.

정 총리는 재임 기간 내내 잠재적 대권주자로서 대선 출마에 관한 질문을 받았지만, 그때마다 "총리직에 충실할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러다가 지난 1일 정례브리핑에서 "거취 문제는 대통령께 먼저 말씀드리는 게 순리다. 조만간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수도 있다"면서 사의를 간접적으로 드러냈고, 이날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총리 후보자로 지명됨과 동시에 이임식을 했다.

이에 정 총리는 향후 대선에 나서기 위해 활발한 정치적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 총리는 이미 지난 2012년 민주당의 18대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해 당시 문재인 후보와 경쟁하기도 했을 만큼, 오래전부터 대통령을 꿈꿔왔다.

19대 대선에는 도전하지 않았지만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내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었고, 21대 총선 출마를 포기하는 대신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국정운영 경험을 쌓았다. 정 총리에게 문재인 정부 4년은 더 큰 도약을 위해 추진력을 얻는 시간이었던 셈이다.

당장 정 총리가 대선 주자로 합류하면, 여권의 차기 구도 개편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권의 구도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독주하는 가운데 정 총리와 같은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하락세를 거듭하는 등 정 총리에게는 나쁘지 않은 형국이다.

이 지사의 경우 가난한 유년 시절을 보낸 뒤 자수성가했다는 점이 정 총리와 비슷하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정치적 배경과 경력, 성격 등에서 대비되는 점이 훨씬 많다. 후발주자인 정 총리로서는 유력 주자의 '경쟁자'로 부각되면서 존재감을 키울 수 있는 여건은 되는 셈이다.

이 지사는 경기 성남시에서 변호사로 개업한 뒤 시민사회 활동을 했고,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된 뒤 시정이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존재감을 키웠다. 특히 2016~2017년 국정농단·탄핵 사태에서 거침없는 언변으로 두각을 드러내고 대권주자로 떠올랐다.

반면 정 총리는 쌍용그룹에서 임원까지 지낸 기업인 출신으로,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26년간 차곡차곡 정치 경력을 쌓아온 '정통파'다. 15대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된 이후 전북 무주·진안·장수에서 4선, 서울 종로구에서 2선 등 내리 6선을 했다.

참여정부에서 산업부 장관을 했으며, 원내대표·당 대표를 맡아 선거를 승리로 이끈 경험도 있다. 당장 국회에서 정 총리를 지원하는 소위 'SK계' 의원이 수십명에 달한다.

또 이 지사의 경우 '사이다' 발언으로 대중의 많은 주목을 받지만, 반대 진영에서는 그만큼 거부감도 심하다. 정 총리는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지만, 특유의 친화력과 갈등조정 능력으로 주변에 적을 만들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독자적으로 성장해온 이 지사는 친문 진영에게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지만, 정 총리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문 대통령과 인연이 있어 호소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정 총리는 이날 이임사에서도 "김대중 대통령님께 '애민의 정치'를 배웠고, 노무현 대통령님과 함께 '사람 사는 세상'을 꿈꿨다"면서 "그렇게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의 국무총리로서 포용과 공정의 시대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여권 정통성을 계승하는 지도자로서 자신을 규정한 셈이다.

또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 앞으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사회통합과 격차해소를 통해 정의롭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완성을 위해 소임을 다하겠다"면서 사실상 대권 출사표를 던졌다.

정 총리는 우선 그간 정치적인 행동에 제약이 많았던 만큼, 여의도와 접촉을 늘리면서 조직을 구성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jupy@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