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받고 배송 지연, 수수료만 챙겨".. '명품열풍' 속 구매대행 피해 속출
최근 명품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해외 구매대행을 찾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구매대행으로 명품을 사면 10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고, 가격 문의도 2회로 제한하는 등 불리한 조건에서도 고객들이 몰리자 구매대행을 미끼로 한 사기 사건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1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루이비통, 디올 등의 브랜드를 소유한 LVMH는 올 1분기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 증가한 139억6000만유로(약 18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 등 소비가 억눌리자 대신 명품을 구매하는 ‘보복 소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백화점 매장에 새벽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을 해도 허탕치는 경우가 많자 구매대행으로 눈을 돌렸다.
문제는 명품구매대행 업체들의 매출과 비례해 ‘갑질’까지 늘고 있다는 점이다. 구매대행 업체를 통해 샤넬 클래식백을 주문한 김민지(가명·29)씨는 지난 1월 국내 백화점 가격보다 100만원 웃돈을 주고 물건을 샀지만, 아직 물건을 받지 못했다.
김씨는 "국내 백화점에는 갈 때마다 대기가 300명이고 겨우 매장에 들어가도 늘 재고가 없다고 해서 웃돈을 주고 구매대행을 통해 물건을 샀다"면서 "국내 백화점 가격보다 100만원 얹어 700만원을 주고 가방을 샀는데, 배송이 늦어 항의하니 주문 후 취소하려면 5%의 수수료를 내야한다고 하더라"고 한숨을 쉬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도 구매대행을 통해 물건을 구입했다가 낭패를 본 사연들이 올라왔다. 수백만원대 명품을 구입을 대행해주겠다며 돈을 받은 뒤 일부러 배송을 지연, 소비자가 답답한 마음에 구매를 취소하면 판매자가 수수료만 챙기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네이버 카페의 구매대행 업체를 통해 명품패딩을 구매한 A씨는 "프라다 패딩을 구매 후 판매자가 상품을 보냈다고 했는데 물건이 3주 넘게 안 왔다"면서 "같은 기간에 구매한 분 중에 물건 받으신 분 있냐는 글을 해당 카페에 올렸는데, 카페 탈퇴를 당해 구매내역 조회도 안되고 판매자와 주고받은 대화도 삭제됐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구매대행업자가 코로나를 핑계로 배송을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잠적하는 수억원대 규모의 사기 사건도 발생했다. 명품구매대행 블로그인 ‘아모르'는 피해자들에게 연휴라 물건 확보가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배송을 계속 미뤘고, 결국 피해자들은 물건을 받지 못했다. 이 업체를 통해 피해를 받은 사람은 300여명에 이른다. 총 피해액은 약 9억원으로 추산된다.
구매대행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피해자들의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SNS를 통해 물건 구매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10~20대도 사기나 갑질 피해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네이버 블로그 등을 통해 주문을 받는 업체들 대부분은 가격을 비공개로 운영하는 곳이 많았다. 게시글에는 ‘기본 6개월 기다려야 한다’, ‘구매 후 6개월이 지나기 전에 환불 문의 시 구매 금액의 5% 차감 후 환불’ 등 까다로운 규정을 내세우고 있었다.
이에 대해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고가의 제품이라도 소비자가 물품 배송 전 구매취소 의사를 밝히면 100% 환불해주는 것이 원칙"이라며 "구매자가 환불을 안 해준다고 할 경우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신청을 하거나 사이버수사대를 통해 신고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제품 수령 후 구매자의 단순변심으로 환불을 요청할 경우 구매자가 왕복 배송비만 부담하면 가능하고, 제품에 하자가 있을 경우에는 판매자가 배송비 포함 100%를 환불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는 국내에 사업자등록을 한 구매대행 업체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피해구제신청을 하더라도 구매금액 전부를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점에서,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해외에 법인이 있으면 우리나라 사법기관에게 처벌을 받을 수 없다"며 "소비자들이 피해 사례를 서로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돈을 송금하기 전 해당 구매대행업체가 문제가 없는 지 철저하게 검증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커피 내리다 비행기 조립?…보잉의 추락 뒤엔 마구잡이식 신입채용
- [메드테크, 우리가 국대다]④ 간병 부담 낮추고, 위생과 존엄 지킨다…환자 배변처리 돕는 로봇
- 中 본토도 난리났다… 우는 중국 골키퍼에 손흥민 행동 화제
- 한화에어로, 한국형 자주도하장비 첫 납품… 국산화율 90% 목표
- 美 경제학자 “내년 증시 대폭락… 고점 대비 90% 하락할 것”
- “1㎝ 더 키우세요” 급팽창한 ‘키 크는 주사’ 시장…정부 점검 나선다
- [가봤어요] 강남 달동네의 대변혁… 한국판 실리콘밸리 ‘창업가 거리’
- [재테크 레시피] 30년 만에 투자기회? 이자만 연 10% 브라질 채권
- “아워홈, 매력 떨어지는데 너무 비싸” 외면하는 사모펀드들
- 간판 바꾸는 대형마트... 이마트, 죽전점 '스타필드 마켓'으로 개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