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건파' 택한 文대통령, '강경파' 택한 민주당

2021. 4. 1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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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쇄신' 엇박자, 당청 관계 순항할까?

[임경구 기자(hilltop@pressian.com)]
4.7 재보궐선거 패배를 겪은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인적 쇄신' 갈림길에서 16일 엇갈린 길로 접어들었다. 문 대통령은 새 국무총리로 '온건파'인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발탁한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친문 당권파로 꼽히는 윤호중 의원을 새 원내대표로 내세웠다.

김부겸‧이철희 발탁한 문 대통령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김부겸 총리 후보자 발탁 배경으로 "정무 능력과 소통 능력, 대화와 타협, 합리적 성품을 가진 분"이라고 했다. 수도권에서 여권의 불모지인 대구로 지역구를 옮겼던 그의 정치 경력을 염두에 둔 듯 "지역주의 극복과 사회 개혁, 국민 화합을 위해 헌신했다"고도 했다.

김 후보자는 2003년 '독수리 5형제' 일원으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을 나와 열린우리당 창당에 힘을 보탰음에도, 민주당 내부에선 '영남 출신 비주류' 꼬리표를 좀처럼 떼어내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행안부 장관을 지내며 전환점을 마련한 뒤에도 지난해 4월 대구 수성갑 총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어진 7월 당 대표 선거에선 이낙연 전 대표에게 밀려 쓴맛을 봤다. 대표 경선 도중 "지금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고 했던 경고, "(야당과) 타협할 게 많다"며 협치를 당부했던 그의 고언은 지지층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종합 득표율에선 2위였지만, 국민여론조사와 권리당원, 일반당원 득표율에선 친문계인 박주민 의원보다도 뒤쳐졌다.

인사는 메시지다. '당심'이 선택하지 않았던 김 후보자를 총리로 발탁한 이번 내각 개편의 요체는 갈등형 국정운영에서 탈피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로 풀이된다. 유영민 비서실장은 이번 개각을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요구를 겸허히 수용하는 계기"라고 말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되새기고 할 말은 하고 아닌 것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참모가 되겠다"고 밝힌 이철희 전 의원을 문 대통령이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내각과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중역을 비주류 인사들에게 맡김으로써 '레드팀'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다만 안정적인 국정운영에 무게추가 쏠리는 임기 말 특성상, 이들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엔 시기가 너무 늦었고 운신의 폭이 협소하다는 평가도 있다.

친문 윤호중 선택한 민주당

임기 말로 접어든 청와대와 달리, 21대 국회를 3년 남긴 민주당 의원들은 '중단 없는 개혁 드라이브'로 방향타를 잡았다. 윤호중 신임 원내대표는 투표에 참여한 169명 의원들 중 무려 104표라는 압도적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민주당 일각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옹호와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들의 성추행 문제을 외면한 점을 재보선 패배 원인으로 지목하며 당 쇄신을 요구한 목소리는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81명에 달하는 초선 의원들 중에서도 다수가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

친문 당권파인 윤 원내대표는 강성 지지층에 대해 "당내 민주주의의 하나"라고 감쌌다. 그는 "개혁의 바퀴를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며 검찰개혁, 언론개혁에 대한 '속도조절' 요구에도 제동을 걸었다.

김부겸 총리 후보자, 이철희 정무수석과 순탄한 조율이 어려워 보이는 과제들이지만, 대선을 11개월 앞둔 당청 관계의 무게추는 입법권을 가진 당으로 기울 전망이다. 윤 원내대표는 "당 주도의 실질적인 당·정·청 관계를 정립하겠다"고 공언했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5.2 전당대회도 무난한 '친문 지도부' 재구성으로 마감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새 지도부 선거까지 이변 없이 마감될 경우, 대선 국면에서 민주당은 강경 지지층을 기반으로 정권 재창출을 모색하는 수순이 예상된다. '민주 대 반민주', '촛불 대 적폐' 구도가 재구축되면 승산이 높다는 계산으로, 지난해 '황교안 체제'이던 야당을 상대로 총선 압승을 거두었던 관성이 녹아있다.

그러나 4.7 재보선을 통해 중도층과 진보층의 동시 이반이 확인됐음에도 미풍에 그친 민주당의 인적 쇄신이 과거 새누리당이 보였던 궤적과 유사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새누리당은 2016년 총선 참패 뒤에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복심'이던 이정현 전 의원을 당 대표로 내세워 몰락의 길을 걸었다.

[임경구 기자(hilltop@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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